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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를 고르라면 플라스틱 문제가 아닐까 싶다. 중국의 쓰레기 수입 거부 사태 이후 우리가 일상에서 만들어내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지, 그것들이 어디로 가는지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장바구니를 사용하거나 텀블러를 챙기는 등 개인적인 실천을 하는 이들도 눈에 많이 띈다. 정부도 카페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 대형마트에서 일회용 봉투 사용 금지 등 제도적 차원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플라스틱 없다방' 캠페인을 통해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일회용품 중 하나인 일회용 컵과 빨대 사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플라스틱 없이도 즐겁게 살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 

<나는 플라스틱 없이 산다> 인터뷰로 만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완벽하진 않지만 실천 목록을 늘려가며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안 쓰면 큰일 날 줄 알았던 일회용 플라스틱을 안 써도 별일 없고 심지어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한다. 

곁애(곁愛)는 대방역 근처에 있는 카페다. 여성의 존엄한 삶과 자립을 위한 사회복지법인 W-ing에서 만든 공간이다. '제로 웨이스트'니 '플라스틱 프리'라는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냅킨 더미가 있어야 할 곳에 바구니에 담겨 있는 하얀 손수건을 보면 '아 이 카페 뭔가 범상치 않다'라는 걸 직감할 수 있다. 

5월 어느 날,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들은 W-ing과 곁애의 최정은 대표를 만나 즐거운 수다를 떨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일회용품 없는 카페 '곁애' 최정은 대표
 일회용품 없는 카페 "곁애" 최정은 대표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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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신길동 '그가게'에서부터 시작하셨죠. 그가게가 곁애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곁애가 어떤 공간인지 설명 부탁드려요. 
"'그가게'는 가출 청소년,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는 작업장으로 시작한 카페예요. 몇 년간 카페를 운영하다가 얼마 전 공간을 새로 단장하면서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회용품 안 쓰는 카페'를 해보기로 했어요. 스태프들과 함께 환경공부를 하고 운영방식에 대한 고민을 나누면서 일회용품을 쓰지 않아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그래도 막상 결심하려니 정말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때 한 활동가가 제 책상에 플라스틱 프리 카페 'earth us' 인터뷰 기사를 올려두었어요. 그 기사를 보고 용기를 얻어서 일회용품을 쓰지 않기로 할 수 있었죠." 

- 뭐가 그렇게 걱정이 되셨나요? 
"솔직히 말해서 장사가 잘 안 될 것 같았어요. (웃음) 결국 문제는 돈과 가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장사는 원래 잘 안 되는 거고 제가 엄청나게 큰돈을 손해 보는 것도 아닌데 무언가 대단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았죠. 

일회용품을 쓰고 낮은 단가의 커피 재료를 쓰면 돈은 벌 수 있겠지만 저는 '곁애에서 제 삶의 가치를 구현해 보고 싶다'고 결심했어요. 우리 카페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플라스틱 프리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언젠가 우리가 하는 실천을 시도해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당장 큰 효과는 나지 않더라도 이런 문화를 전파하고 싶어요. 돈이 많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삶을 소박하게 가꾸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면서 사는 게 제 목표예요."

"일회용품 버리는 행위, 자연에 대한 예의 아니에요"
 
 곁애에서 비치한 다양한 대안빨대들. 스테인레스 빨대, 종이 빨대, 쌀 빨대
 곁애에서 비치한 다양한 대안빨대들. 스테인레스 빨대, 종이 빨대, 쌀 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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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회용품이 왜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셨어요? 
"우선 쓰레기가 너무 많아요. 지난해 겨울에 시내에 나갔는데 거리에 일회용 컵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일회용품을 버리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어요. 그 쓰레기가 우리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경각심을 가지게 될 텐데. 또 그렇게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자연에 대한 예의에도 어긋나요. 자연과 공생하기 위한 자세가 아닌 거예요." 

- 곁애에서 플라스틱 프리를 위해 실천하고 있는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대부분 카페는 텀블러 할인이 300원~500원이더라고요. 이 정도의 금액으로는 텀블러 사용 혜택을 체감하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텀블러를 가져오면 1000원씩 할인해드려요. 또 일회용 컵은 아예 쓰지 않아요. 즉 테이크 아웃 자체를 하지 않기로 한 거죠. 하지만 빨대를 사용하는 고객들을 위해 다회용 빨대를 여러 종류(쌀, 종이, 스테인리스, 유리 등)로 준비했어요. 손님들한테 빨대 사용 여부를 확인하고 제공해드려요.
 
 대나무 빨대를 비롯한 다양한 물품을 판매한다.
 대나무 빨대를 비롯한 다양한 물품을 판매한다.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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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카페에 냅킨 대신 손수건을 비치했어요. 사람들이 냅킨보다 손수건은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쓰는 것 같아요. '이걸 어떻게 막 써요' 하는 거죠. 그냥 쓰시면 되는데. (웃음) 플라스틱 프리를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께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 곁애에서 하는 플라스틱 프리 실천에 대한 손님들 반응이 궁금해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진 않나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손님은 없었어요. 평소에 플라스틱 프리에 관심이 있었던 분들이 저희 카페에 오는 것 같아요. 카페 입구에 이곳저곳에서 모은 다양한 텀블러를 판매용으로 비치해 두었는데 구경하고 사가는 손님들도 많아요. 또 요즘 많이 사용하는 콜드컵에 '곁애' 로고를 넣어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어요. 텀블러 기부도 받고 있는데 기부하는 손님들에게는 커피를 선물로 드려요. 가끔 다른 곳에서 사용한 일회용품을 버려달라고 하거나 일회용 비닐을 찾으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럴 때는 우리 카페의 취지를 설명하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해요."

원두를 내가 가져온 병에 담아갈 수 있다면?

- 세심하게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시네요. 더 시도해보고 싶은 것도 있으신가요?
"카페는 커피 맛이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카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기 위해 저랑 직원들이 커피를 몇 년 동안 공부했고, 로스팅 기계를 사서 직접 원두를 볶기 시작했어요. 손님들께 매달 저희가 볶은 원두를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하고 싶어요. 원두를 담는 밀봉 팩 사용도 줄여보고 싶은데 손님들이 병을 가져오면 거기에 담아서 판매해보는 것도 생각 중이고요. 

카페 한쪽 구석에 '마음 둘 데'라는 책방이 있어요. 아직 본격적으로 책을 팔고 있진 않지만 앞으로 책을 포장해 줄 때 손수건에 싸 주면 어떨까, 가게에서 파는 빵을 포장해 줄 때도 꿀랩을 써보면 어떨까 이런저런 궁리를 하고 있어요."
 
 곁애에서는 냅킨 대신 손수건을 제공한다
 곁애에서는 냅킨 대신 손수건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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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에서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한 후 카페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설거지 지옥에 빠졌다는 얘기도 나왔잖아요. 곁애에서는 일회용 컵도 안 쓰고 심지어 냅킨 대신 손수건을 쓰시는데 설거지에 빨래까지 이전보다 노동 강도가 훨씬 세졌을 것 같은데 곁애 스태프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저희는 직원이 많지 않아요. '그가게'에서부터 같이 했던 스태프들과는 환경에 관한 세미나와 강의를 꾸준히 함께 들었어요. 그래서 곁애가 플라스틱 프리 카페를 지향하고 그렇게 운영하는 것에 대해 초창기 스태프들은 익숙하지만, 나중에 합류한 사람들은 솔직히 우리 카페의 지향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어요. 처음부터 이런 고민을 같이 하고 교육을 받았던 스태프들과 나중에 합류한 스태프들 사이에 다른 부분이 있는 거죠. 내부에서 우리 카페의 취지를 공유하는 정기적인 교육이 필요한 것 같아요."

28년 된 의자, 30년 된 장롱... 오래된 물건들과 함께해요

- 새로 단장해서 문을 여신 건데 새 가구가 별로 안 보여요. 오래되어 보이는 물건들이 많은 게 인상적이었어요. 
"맞아요. 오래된 물건이 많아요. 저는 옷 같은 것은 주변에 잘 나눠주지만 안 버리는 물건은 진짜 오래 가지고 있는 편이에요. 좀 극단적이죠. (웃음). 제가 결혼을 28년 전에 했는데 지금 앉아 있는 의자는 결혼할 때 가져온 거예요. 안쪽에 있는 장롱도 30년 가까이 되었고요. 

카페 한쪽에 있는 책상은 저희가 목공작업장을 운영할 때 만들었는데 '여자들의 책상'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여성들이 자기의 공간을 가지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여성 개인의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상을 만드는 캠페인을 했죠. 주변의 멋진 여성들에게 선물도 많이 했어요."

- 공간이 좋아서 대관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플라스틱 프리라는 원칙을 다들 잘 받아들이시나요? 
"우리가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우리의 지향과 맞는 사람들이 대관을 신청하고 있어요. 서로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지금은 별문제가 없지만, 신청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지면 사전에 충분히 설명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최정은 대표와 진행한 인터뷰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세심하게 꾸며놓은 공간과 맛있는 커피 덕분에 눈도 입도 호강하는 시간이었달까. 당신도 곁애에 가서 향긋하고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하얗게 빛나는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는 행복을 누려보길 바란다. 이 카페 정말 '곁에' 두고 싶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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