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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명의 한국인이 탑승한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와 관련해 한 헝가리 시민이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내왔다.

애도의 글을 보내온 에르다 미라처는 40대 헝가리 여성으로 헝가리 한국문화원의 강좌를 들었을 정도로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애도의 글을 보내준 에르다 미라처에게 감사를 드린다

 
에르다 미라처씨
 에르다 미라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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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는 한국과 깊은 슬픔을 함께 합니다.

우리 인간은 삶과 죽음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모두가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야 하고 작별을 고해야 할 운명이란 걸 우리는 현명하게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거나 비정한 죽음의 비극이 닥쳐왔을 때 충격을 받아 꼼짝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럴 때에만 우리가 얼마나 무력한지, 약하고 작은지 그리고 결국 죽음에 맞설 방법은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지금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마르기트다리, 왕궁과 의회 건물은 깊은 애도에 빠져 있습니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어떤 설명할 수 없는 일을 그들 모두가 지켜보면서도 그 비 내리고 음침한 밤에 도움의 손을 내밀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국과 한국 사람들을 우리 자신처럼 여기는 우리들, 지금 우리 역시 깊은 슬픔과 고통에 빠져 있습니다. 그 의문만이 절실히 머리를 때립니다. 왜, 왜 왜?

오늘밤 한국대사관 건물 앞에 많은 분들이 꽃과 촛불을 들고 개인적으로는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한국인 희생자와 가족들을 기억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친근하고 가깝고 소중했던 누군가를 잃은 것 같이 느끼고 있습니다. 여기 저와 함께 슬픔에 잠겨 눈에는 눈물이 고인 채 하염없이 서서 배회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저하고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지금 탄식하고 울고 기도하는 우리가 같은 큰 가족에 속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소중한 한국! 우리 헝가리 사람들이 가슴 가장 깊은 곳의 진심으로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십시오. 부다페스트와 우리가 당신 아들 딸의 생명을 구할 수 없었던 데 대한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주십시오. 우리는 언제나 당신들과 함께 합니다.

에르다 미라처(Erda Mirlacher)

태그:#미라처, #부다페스트, #유람선, #애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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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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