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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동구 금곡동·금창동 일대는 인천의 대표적인 구도심 지역이다. 지금이야 쇠락하고 낙후된 곳이지만 이 동네도 한때 화려했던 옛 추억이 가득하다. 이 지역 별칭은 '배다리'다. 배를 대는 다리란 뜻이다. 말 그대로 1930년대까지는 갯골을 따라 배가 드나들었고 그 배와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가 있었다. 배로 수산물이 들어오고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됐다. 지금도 송현시장과 중앙시장이 어엿하게 남아 영업 중이다. 명실상부한 인천의 물류와 상업의 중심지였다. 
 
 영화 < 극한직업 > 촬영지
 영화 < 극한직업 > 촬영지
ⓒ CJ엔터테인먼트, 이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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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의 또 다른 명소는 '헌책방 골목'이다. 1980년대까지 가난한 학생들이 지식의 갈증을 풀던 곳이다. 한때 20여 개의 고서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5개 정도가 남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 유명한 수원 왕갈비 통닭집도 실은 수원이 아니라 이 동네에 있었다. 영화 <극한직업>의 마약반 형사들이 위장 창업했던 치킨집 말이다. 통닭집 세트는 영화 촬영이 끝난 후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다. 별나게 맛있는 통닭을 튀기던 가게가 실은 예쁜 소품이나 학용품을 판매하는 팬시점이다. 그 유명한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와 김고은이 투덕거리며 걷던 그 길도 이곳 헌책방 골목이었다. 

그런데 이곳엔 또 하나의 숨은 명소가 있다. 이곳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미리 이야기하자면 대놓고 소문낼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다. 더 솔직하자면 '불법의 현장'이라 그렇다. 태생이 그러니 언제 없어질지도 모른다. 동구청이 나서 몽땅 철거해도 하는 수 없다. 하지만 거기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일명 '우각(소뿔이라는 뜻의 옛 지명) 농원'이라 불리는 곳이다. 지금 이곳엔 제철 야생화와 채소가 한창이다.

도심 속의 자연, 우각농원
 
도심 속 꽃밭 도심 한가운데인 금창동 더러부지 위에 붉은 야생화가 한창 피었다.
▲ 도심 속 꽃밭 도심 한가운데인 금창동 더러부지 위에 붉은 야생화가 한창 피었다.
ⓒ 이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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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각농원은 현재 도심 속의 푸른 초원이다. 화려한 자태의 꽃들과 곧게 가지를 뻗은 나무들. 아기자기 심겨있는 작물들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도대체 이곳이 도심 한가운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근사하고 멋진 풍경이다. 자연은 인간들 마음의 고향. 예상치 못하게 맞닥뜨리게 되는 도심 속의 자연은 보는 이를 푸근하게 감싸 안는다. 마치 시골 고향 집에라도 온 듯 사람들은 평화로움에 젖어 들게 마련이다. 많은 사람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어떤 시민은 만약 이게 공무원의 작품이라면 청와대 게시판에 올려 상 받게 해 줘야 한다고 열을 올리기까지 한다. 

그런데 사실 이 멋진 풍경은 주변에 사는 지역 주민들의 합작품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동네 주민들은 자기 주머니 털어 종자를 사고 집에 있는 곡괭이며 호미를 들고나와 이 걸작을 함께 만들어냈다. 당연히 칭송은 이 동네 주민들이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놓고 손뼉 칠 처지는 안 된다. 이미 말했듯 이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 땅은 원래 도로 부지다. 소위 '배다리 관통 도로'가 놓여야 할 자리다. 하지만 이렇게 방치된 게 벌써 8년째다. 관통 도로가 배다리의 역사적, 정서적 가치를 훼손할 것을 우려한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서서다. 지금 주민들은 이 도로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인천시의 입장은 다르다. 이미 이 사업에 1500억 원이나 들였기 때문에 중도 포기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 도로는 중구와 동구를 잇는다. 그동안 경인 전철로 단절되었던 지역이다. 중구에서 동구 쪽 공단지대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우회도로로 빙 둘러가야 한다. 배다리 주민들은 반대하지만 내심 길이 뚫리기를 바라는 시민들도 그래서 꽤 있다. 인천시는 작년에 추가 비용을 들여 이 지역만 지하화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런데 이번엔 동구청이 안전성 문제를 거론하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래저래 난망한 상황이다. 개발과 보존의 딜레마가 어떤 건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다.

시민들이 가꾸는 꽃밭 정원으로
 
도심 속의 텃밭 배다리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작은 텃밭을 사이좋게 나누어 가꾸고 있다. 파와 가지 고추 같은 작물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 도심 속의 텃밭 배다리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작은 텃밭을 사이좋게 나누어 가꾸고 있다. 파와 가지 고추 같은 작물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 이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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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게 혹은 한심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태대로 그냥 두면 어떨까 싶다. 아예 '지금의 콘셉트를 활성화하면 어떻겠냐'는 말이다. 개인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불법경작은 당연히 금지하고 주차장으로 쓰는 주변 부지까지 아스팔트를 들어내 시민 꽃밭으로 만들어 보자. 전체부지를 잘게 쪼개 그걸 분양해 가족들이 힘을 모아 예쁘게 꽃밭을 가꾸게 하자는 말이다. 말하자면 도시 텃밭을 변형한 도시 꽃밭을 만들어 보자는 거다.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손주들까지 3대가 손잡고 나와 흙냄새 맡으며 함께 땀 흘리다 보면 가족 간의 정도 돈독해질 터다. 가족 명의의 팻말을 붙이고 철마다 경연대회를 열어 상도 주면 다들 열심히 꽃밭을 가꾸지 않겠는가. 

그렇게 사람이 모여들고 이름을 얻게 되면 자연히 주변 지역도 다시 태어날 것이다. 꽃밭에 어울리는 예쁜 카페와 공방, 갤러리 따위가 들어설 것이다. 헌책방 거리도 자연스레 활성화될 수 있다. 미처 꽃밭을 분양받지 못한 시민들은 도심 속 피크닉 장소로 이용하면 된다. 날 좋은 날 나들이 나와 도시락도 먹고 예쁜 꽃들도 구경하면 굳이 멀리까지 갈 일이 없다. 돈도, 시간도 아끼고 교통체증에 시달릴 일도 없다. 그런 풍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지지 않는가. 

도시의 재생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무조건 파헤치고 무너뜨려 새롭게 무언가를 지어 올리는 게 아니라 하나의 작은 계기를 통해 그것이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가지를 뻗으며 자라게 길을 터주는 게 진정 도시가 다시 살아나는 방법이 아닐까. 물론 그 '작은 계기'는 주민과 관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긴밀하게 협력해 만들어낸 것이라야 한다. 어느 일방의 독주나 독선은 갈등과 반목을 낳고 양방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뿐이다. 지금 조성되어있는 우각농원에서 이해관계자 모두가 모여 다과를 나누며 이 지역 재생방안을 놓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그려본다. 

그리고 말 나온 김에 하나 더 슬쩍 얹어 본다. 지하차도는 무조건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안전성 검토부터 받아 보는 게 어떨까. 돌아가는 게 너무 멀어 그렇다.
 
먹혀있는 굴다리 차도 그동안 단절되어 있던 중구와 동구를 잇는 관통도로 굴다리. 지금 차도쪽은 완전히 막혀 있고, 사람들만 양엽으로 통행하고 있다.
▲ 먹혀있는 굴다리 차도 그동안 단절되어 있던 중구와 동구를 잇는 관통도로 굴다리. 지금 차도쪽은 완전히 막혀 있고, 사람들만 양엽으로 통행하고 있다.
ⓒ 이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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