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세종청사와의 을지태극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세종청사와의 을지태극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한미 정상 전화통화 내용 유출 사건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준비된 것이 분명했다(관련 기사 : 문 대통령 작심발언 "통화 유출, 있어선 안 될 일... 두둔 유감"). 사건이 워낙 중대한 사안이어서도 그랬지만, 문 대통령이 이렇게 작심 발언에 나선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사회와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문 대통령의 작심 발언

문 대통령은 29일 오전에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에서 한미 정상 전화통화 내용 유출 사건을 처음 언급하면서 '공직사회'와 '자유한국당'을 동시에 겨냥했다.

먼저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국가의 외교상 기밀 유출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이례적으로 보일 정도로 '정부의 사과'를 모두발언 앞부분에 배치했다. "정부로서는 공직자의 기밀 유출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먼저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는 '공직사회 기강 바로 세우기' 주문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하고 "각 부처와 공직자들도 공직 자세를 새롭게 일신하는 계기로 삼아 달라"라고 당부했다.

물론 발언은 '주문'의 형식을 띠고 있었지만, 사실은 '공직기장을 바로 잡으라'는 지시에 가까웠다. "정부가 2년 차가 아니라 4년 차 같다"라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5월 10일)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이어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자유한국당을 직접 겨냥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적으로 극히 민감할 수 있는 정상 간의 통화까지 정쟁의 소재로 삼고, 이를 국민의 알권리라거나 공익제보라는 식으로 두둔하고 비호하는 정당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말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깊은 유감"이라는 순화된 단어를 썼지만 사실상 제1야당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한때 집권당이었고, '국익'이나 '국가안보'를 유달리 강조했던 자유한국당을 향해 뼈아픈 한마디를 던졌다.

"국정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국민의 지지를 얻어 국정을 담당하고자 하는 정당이라면 적어도 국가운영의 근본에 관한 문제만큼은 기본과 상식을 지켜주길 요청한다. 당리당략을 국익과 국가안보보다 앞세우는 정치가 아니라 상식에 기초한 정치여야 국민과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다."
 
한미 정상 통화 유출 사건은 빙산의 일각?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왜 직접 '공직기강 바로잡기'를 지시하고, 제1야당을 직접 겨냥하고 나선 것일까?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외교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은 원칙에 대한 문제"라며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문제로,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서 이 자체가 정쟁의 도구라든지, 당리당략에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대통령이 말한 것"이라며 "외교 기밀 유출 사안은 (야당과의) 대화와는 별개로 상당히 중대하고 엄중한 사안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 쪽이 원론적인 설명을 되풀이했지만 문 대통령이 이렇게 작심하고 나선 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정상회담 일정 조율 등 주요한 외교·안보 현안들이 확인되지 않은 채 외신 등에 보도되는 것에 대해 청와대가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껴왔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과 같거나 더 심각한 외교 기밀 유출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는 이번에 드러난 한미 정상 전화통화 유출 사건이 '빙산의 일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 점에서 외교부는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루어져온 외교 기밀 유출 사례들까지도 조사해 책임을 물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 과정에서 특정 정당과의 유착 정황이 포착될 수도 있다. 외교 기밀 누출 사건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강경화 장관 책임론? "문제 정확하게 파악·수습하는 게 급선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자료사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자료사진)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 책임론과 관련,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이 사건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지 결정하는 건 추후의 문제라고 본다"라며 "일단 징계위원회에서 어느 정도까지 징계를 결정할지 (논의하는 게) 끝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경화 장관 책임론 등은) 그것이 결정되고 난 뒤에 궁리할 사안이지 지금부터 정해놓고 결정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라며 "일단은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강조했다.

강경화 장관과 조윤제 주미대사 교체 검토 가능성에는 "지금으로선 드릴 말이 없다"라고만 답변했다.

태그:#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 유출, #문재인 , #을지태극 국무회의, #강효상, #자유한국당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