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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 씨
 소지섭 씨
ⓒ 김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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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풍겨오던 구수한 술 익는 냄새는 없어진 지 오래지만, 여전히 술은 삶에서 떼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잔칫집에도, 상갓집에도, 기쁜 날에도, 슬픈 날에도 술은 어김없이 사람들과 함께 한다. 

막걸리와 동동주 등 집집마다 전통주를 빚어 먹었던 시절을 지나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전통주는 침몰하기 시작했고, 광복 이후에도 계속된 정부의 정책으로 우리나라에서 전통주의 명맥은 거의 끊기다 시피 했다. 그리고 지금은 맥주와 와인부터 위스키, 브랜디, 보드카, 데킬라 등 세계 각국의 술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끊임없이 문화가 변하는 동안에도 결국 변하지 않은 것은, 아무리 술을 금지해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술을 마셔왔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술은 곧 인류의 역사나 마찬가지다. 

맥주 전문가를 꿈꾸다

지난해 자신이 개발한 소주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소지섭(30)씨는 현재 순성왕매실막걸리에서 개발팀장을 맡고 있다. 전남 순천 출신인 그는 우연히 맥주 전문가 '브루마스터'라는 직업을 알게 되면서 술 제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기본부터 쌓아가기 위해 우리나라 전통주부터 알아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22살이었던 2011년부터 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전통주를 배우기 시작했다. 

교육을 마치고 난 뒤 지섭씨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술샘양조장에 취업해 본격적으로 술 개발에 참여했다. 이곳에서 지섭씨는 소주 '미르'를 시작으로, 막걸리 '술취한 원숭이', '붉은 원숭이'와 약주 '감사' 등을 개발했다. 

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부모는 술 만드는 일을 반대했다고 한다.  더구나 가족 중에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부모의 입장에선 술을 업으로 삼겠다는 아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지섭씨는 굽히지 않았다. 좋아하면 무조건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에 그는 부모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술 만드는 법을 배웠다. 워낙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힘든 줄도 모르고 술 만들기에 전념했다. 

하지만 4~5년이 지나자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쳤다. 결국 그는 술 만들기를 그만 두고, 제철회사에 취직했다. 경제적인 고민에선 벗어났지만 이전처럼 즐겁게 일하지 못하고 2년 동안 허송세월을 보냈다. 

그는 다시 술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농업회사법인 예산사과와인을 찾았다. 지섭씨는 "몇 년 동안 술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다 보니 다른 진로를 찾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오래 일하지 못하고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인 술 만드는 일을 다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변에서도 술을 만들 때의 모습이 가장 좋아 보인다며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조언했단다. 

개발한 소주, 대통령상 수상

그는 술샘양조장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소주 '미르40'을 개발해 2018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미르40은 증류식 소주로 일반소주보다 더 깔끔하고 향은 강하지만 목 넘김이 부드럽다. 

지섭씨는 "술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온도"라며 "그게 술의 맛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르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계절이 바뀌다보니 온도가 변했고 자연스레 술맛도 변해 수정 과정이 길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그는 가양주 주인 선발대회에서 개발한 막걸리로 금상을, 블루베리 청주로 장려상을 받았으며, 국선생 선발대회에서도 막걸리로 우수상을 차지한 바 있다. 

매실향의 깔끔한 순성왕매실막걸리

지섭씨는 지난 2월 당진에 왔다. 당진과는 어떠한 연고도 없었지만 예산사과와인이 올해부터 순성왕매실막걸리를 위탁경영하게 되면서 그가 개발팀장으로 발령받은 것이다. 

당진에 와서 처음 순성왕매실막걸리를 맛본 그는 "처음 마셨을 땐 매실향이 많이 났지만 두어 번 먹고 나니 향은 적게 나고 뒷맛이 깔끔했다"며 "순성왕매실막걸리의 경우 마니아층이 많아 양조장으로 직접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기지시줄다리기민속축제에서 홍보부스를 운영한 이후부터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가 됐다고.  

"막걸리 한 병이 나오려면 최소 15일이 걸리며 발효단계만 네 번의 과정을 거쳐야 하니 여간 복잡한 일이 아니에요. 그래도 지역민들은 물론이고, 타지에서도 순성왕매실막걸리를 알아주는 소비자들이 있어 뿌듯해요."

"다음 달 소주 출시 예정"

지섭씨는 막걸리 이외에도 소주와 맥주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서울을 오가며 본격적으로 맥주 제조 교육을 받을 계획이다. 그는 "다음 달 이내로 새로 개발한 소주를 먼저 출시할 예정"이라며 "약주와 청주는 개발 중이고, 추후에 맥주까지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와 개발에 전념해 더 맛 좋은 술을 선보이고 싶어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우리술 품평회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더 맛있는 술을 개발할 테니 기대해주세요.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소지섭 순성왕매실막걸리 개발팀장은
·1991년 전라남도 순천시 출생
·2012년 전국가양주주인선발대회 장려상 수상
·2012년 국선생 선발대회 막걸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년 전국가양주주인선발대회 금상 수상
·2018 우리술품평회 대통령상 수상

소지섭 개발팀장이 소개하는 막걸리 맛있게 마시는 TIP
1. 제조일로부터 4~5일이 숙성한 막걸리 맛이 가장 좋다
2. 막걸리의 단맛이 싫다면 
   10일 이상 숙성된 막걸리를 마실 것!    

덧붙이는 글 | 당진시대 김예나 기자


태그:#당진, #당진막걸리, #왕매실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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