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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특유의 협곡을 흐르는 강(Clutha River)
 뉴질랜드 특유의 협곡을 흐르는 강(Clutha River)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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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호키티카(Hokitika)를 떠났으나 늦은 밤이 되어서야 숙소가 있는 클라이드(Clyde)에 도착했다. 뉴질랜드의 자연에 매료되어 강행군한 덕분에 피곤하다. 포도주까지 한 잔 마시니 잠이 저절로 온다.

피곤한 몸을 풀고 아침을 맞는다. 앞마당을 보니 탐스러운 복숭아가 가득 달린 과일 나무가 줄을 서 있다. 복숭아 농장에 한가운데 있는 민박집이다. 잠이 덜 깬 상태로 겉옷 하나 걸치고 밖으로 나간다.

적당하게 싸늘한 아침 분위기가 잠을 깨운다. 이슬이 가시지 않은 잔디를 밟으며 빨갛게 익은 복숭아의 유혹에 이끌려 걷는다. 아담과 이브가 사과에 손을 내밀 듯 복숭아 하나를 조심스럽게 땄다.

흔히 보던 복숭아가 아니다. 복숭아가 납작하고 못생겼다. 생각나는 대로 편하게 '납작 복숭아'라 이름 짓고 한 입 깨물어 본다. 달콤한 맛과 향기가 입안을 감돈다. 신선한 아침 공기가 맴도는 농장 한가운데서 먹는 복숭아 맛이 유별나다. 금방 딴 복숭아를 곁들인 아침 식사를 끝내고 동네 구경을 나선다.
 
처음 본 납작하게 생긴 복숭아나무가 끝없이 펼쳐진 농장
 처음 본 납작하게 생긴 복숭아나무가 끝없이 펼쳐진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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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밤에 오느라 몰랐는데 동네 주변에는 과일 농장이 많다.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바람도 막아주고 동네 한복판에는 작은 내가 흐르고 있어 물도 풍족한 것 같다. 농사에 대해서 무지한 나 같은 사람도 농장에 필요한 요건을 갖춘 동네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도로변에 농장에서 재배한 과일과 채소를 파는 무인 판매대도 보인다.

농장이 많은 지역을 벗어나니 수력발전소가 있다. 규모가 큰 편이다. 초당 20만 리터의 물이 떨어진다는 안내문이 있다. 댐 뒤로는 거대한 강물이 떨어질 차례를 기다리며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발전소 옆에 있는 동네 한복판에 들어섰다. 예전에는 이곳에 기차가 다녔는지 철로가 있다. 지금은 관광 안내소로 사용하고 있는 역사도 있다. 동네에서 재배한 꿀을 비롯해 기념품을 팔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자전거를 빌려주고 있는 것이다. 조금 전 강을 따라 난 오솔길을 자전거로 즐기던 사람들이 생각나다.

한가하게 동네를 둘러본다. 아담하고 오래된 동네다. 작은 동네이지만 오래된 교회를 두어 개 지나친다. 제주도 돌담길을 연상시키는 돌로 쌓은 담이 많다. 돌담길 사이를 산책하는 동네 사람의 모습이 순수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가게가 즐비한 도로변에 들어섰다. 여느 동네와 다르지 않게 선물 가게와 카페 등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다. 중년 여인이 반갑게 맞으며 자신이 직접 만든 아이스크림이라고 자랑하며 맛을 보라고 권한다. 친절한 주인 때문일까? 아이스크림이 유난히 맛있다.

강을 따라 뻗은 도로를 운전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경치가 멋지다. 지나치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사진을 찍으려고 도로변에 있는 전망대에 잠시 차를 세운다. 거대한 협곡 사이를 서서히 흐르는 강(Clutha River)과 높은 산봉우리가 어울려 뉴질랜드 특유의 풍경을 자아낸다. 산봉우리에는 풀 한포기 보이지 않고 바위와 돌멩이뿐이다. 화산에 의해 만들어진 지형이라고 짐작해본다.
  
농장이 많은 동네, 크롬웰(Cromwell); 동네 입구에 거대한 과일 조형물로 관광객의 시선을 끈다
 농장이 많은 동네, 크롬웰(Cromwell); 동네 입구에 거대한 과일 조형물로 관광객의 시선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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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크롬웰(Cromwell)이라는 동네에 도착했다. 동네 입구에는 과일이 많이 나는 동네임을 입증하듯 배, 사과 그리고 복숭아 등을 큰 조형물로 만들어 관광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강에서는 해상 스키를 즐기는 보트가 질주하고 있다.

크롬웰에는 옛 건물이 강가에 잘 보전되어 있다. 우체국, 곡물과 씨앗을 팔던 가게 등이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식당 혹은 선물 가게 등으로 용도를 변경해 사용하지만 간판은 옛날 그대로다.

오래된 건물과 강이 어우러진 잔디밭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다. 주문한 커피를 가지고 온 카페 주인의 말에 의하면 결혼식이 자주 열린다고 한다. 고풍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건물을 배경으로 현대식 드레스와 양복을 입은 신랑 신부가 사진을 찍는다. 어색할 것 같으나 잘 어울린다.

파랗다 못해 비취색에 가까운 하늘에는 작은 구름이 흘러간다. 강가에는 오리들이 한가하게 떼 지어 다닌다.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은 식당으로 바뀐 우체국으로 떠들썩하게 들어간다. 잔잔한 강바람이 주위를 맴돈다.

주위 풍경에 취하며 적당하게 쓴맛이 맴도는 커피를 마신다. 인생은 아름답다, 허황한 것을 찾아 헤매지 않는 사람에게는...
 
크롬웰(Cromwell) 동네에 보존되어 있는 옛 타운
 크롬웰(Cromwell) 동네에 보존되어 있는 옛 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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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호주 동포 신문 '한호일보'에도 실리고 있습니다.


태그:#뉴질랜드, #남섬, #CLYDE, #CROM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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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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