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회 칸영화제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밤' 행사 당시 현장.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밤' 행사 당시 현장. 왼쪽에서 두 번째가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 영화진흥위원회


제72회 칸영화제 기간 중 한국영화계에 긍정적 소식이 영진위 위원장을 통해 나왔다. 20일 저녁(현지시각)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한국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고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의 산업 재해 인정과 한-아세안영화기구(ARFO, ASEAN-ROK Flim Organization) 출범의 구체적 진행 단계를 전했다.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20여 년의 역사를 품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와 세계에서 인정받는 행사로 발돋움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 그가 발굴한 아시아 영화들과 감독의 상당수가 전 세계 영화제에 소개됐고,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또한 <다이빙벨> 상영 등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때 부산영화제가 해방구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앞장 선 인물이다. 고인은 2년 전 칸영화제 출장 당시 심장마비로 사망했으며 이 소식에 많은 영화인들이 슬픔에 빠졌다.

오석근 위원장은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산재 인정은 곧 해외에서 영화를 보고 발굴하는 일을 엄연히 업무로 인식한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일을 인정한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바로 며칠 전이 고인의 기일이기도 했다. 이런 소식을 전할 수 있어 참 기쁘고 반갑다"며 "해외 국제영화제에서 하루에 서너 개, 많게는 그 이상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오시면 알겠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다. 이번 결정을 통해 프로그래머의 고충을 새삼 조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아세안 영화 기구의 구체화

이어 오석근 위원장은 19일 '한국영화의 밤' 행사에서 발표한 한-아세안영화기구의 구체적 합의 내용과 운영 방침도 밝혔다. 현재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10개국이 참여하며 추후 범위를 넓혀 참여국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엔 한-아세안 공동 부스를 국제영화제 기간에 차린다는 등 단계적 실행 방안이 포함돼 있다.

이미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아시아 여러 국가들과 긴밀히 만나고 있음을 시사하며 범아시아 영화 기구 계획을 전했던 그는 "올해 11월 부산에서 열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즈음 정부 차원에서 공식 발표하는 게 목표"라며 "일단 함께 모여서 해보자는 차원의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다. 다같이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나가면서 점차 결합 강도를 높여갈 것"이라 말했다. 

지난해만 해도 이런 아시아 영화기구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의심하는 시선도 강했다. 오석근 위원장 역시 이를 인정하면서 "왜 한국이 나서느냐, 영화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은 일부 국가들은 (문화적 침탈 등)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는데 일단 아시아 각국의 영화부터 알고 이해하는 게 순서"라며 "한국영화에 무엇이 득이 될까 그런 방향이 아닌 함께 새로운 영화 시장을 모색하고 지속적인 교류와 영화적 발전을 도모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영화가 무엇인지, 캄보디아 영화가 어떤지 혹시 아시는가. 이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장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우린 우리만 생각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우리끼리 할 것인가. 다같이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그들을 알아야 한다. 시장의 확대 면에서 미국 할리우드 제작사나 유럽 등지에서 아시아 지역 로케이션을 할 때 각개로 접촉하는 데 가장 큰 이슈는 바로 제작비 지원 문제다.

로케이션을 할테니 해당 정부가 얼마나 지원해주느냐가 초첨인데 이 기구를 통해 로케이션 패키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미국과 유럽 각국의 영화를 유치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아시아 영화 산업발전을 위해 서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걸 고민하는 것이다. 한국이 뭔가를 이끄는 게 아닌 품앗이하는 장을 만들자는 거다."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밤' 행사 당시 현장.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밤' 행사 당시 현장. ⓒ 영화진흥위원회

 
또한 오석근 위원장은 스크린상한제 시행 등 독립예술영화를 살리기 위한 정책에 여전히 빈틈이 많다는 지적과 부율 조정 등 일종의 산업적 보상책을 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냐는 질문에 "부율 조정 문제 역시 정부 차원에서 논의 중"이라며 "올해 영진위가 사활 걸고 하려는데 독립예술영화 지원센터, 메인투자가 가능한 투자 펀드 즉 영화 보증제도"라 답했다. 

"다양한 기획개발 통해 만들어진 시나리오가 메인투자를 받을 수 있게끔 제작보증제도를 만드는 게 올해 1순위다. 또한 독립영화가 한국영화 기반인데 문제는 이 독립영화가 유통이 안 되고 있잖나. 유통지원센터라는 틀 만들고 기획부터 배급까지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자는 것이다."
칸영화제 한국영화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 다양성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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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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