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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천 왕방산 기슭에서 열리고 있는 '네팔민화전'
 
 네팔민화전
 네팔민화전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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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에 위치한 갤러리 향원재((香遠齋-경기도 포천시 어룡2길 16-34)에서 신비의 왕국 '네팔민화전'(2019년 4월 6일~5월31일)이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향원재를 찾아나섰다. 서울에서 구리-포천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선단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와 포천방향 43번 국도를 탔다.

네비게이션이 지시하는 대로 어룡2통 사거리에서 좁고 꼬불꼬불한 농로를 따라 올라갔으나 어인일인지 어룡마을에서 자동차가 자꾸만 뱅뱅 돌았다. 갤러리에 전화를 했더니 안호숙 관장이 직접 받았다. 안 관장이 일러준대로 어렵사리 산 밑으로 올라가니 갤러리 향원재가 나타났다. 갤러리 향원재는 왕방산(736m) 기슭에 고즈넉이 자리잡고 있다.  
 
 네팔민화전이 열리고 있는 포천 갤러리 향원재
 네팔민화전이 열리고 있는 포천 갤러리 향원재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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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골 오지에서 어떤 인연으로 네팔민화전이 열리게 되었을까? 네팔문화에 관심이 많은 기자는 궁금증이 컸다. 붉은 벽돌집에 '신비의 왕국 네팔민화전'이라고 내건 노란색의 플래카드에는 코끼리와 네팔여인들이 원색으로 그려져 있어 신비감을 더해 주고 있었다. 갤러리에 도착하니 안호숙 관장이 문밖까지 나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산속에 숨은 향원재를 찾느라 이리저리 헤매며 여러 번 전화를 했더니 미리 나와 기다고 있었던 것.

봄 냄새가 그윽한 정원에 둘러싸인 갤러리 향원재는 민화를 전시하기에 딱 알맞는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울긋불긋한 원색의 네팔 민화들이 신비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작가의 이름도, 낙관이나 사인도 없는 원색의 화려한 그림들이 그저 신비하게만 보였다. 그림 속에는 주로 여인들, 물고기, 동물, 꽃, 나무, 신 등이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다. 동화 같으면서도 추상화 같은 그림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안호숙 관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소한 네팔민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원색으로 그려진 네팔민화. 그림 속에는 주로 여인들, 물고기, 동물, 꽃, 나무, 신 등이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다.
 원색으로 그려진 네팔민화. 그림 속에는 주로 여인들, 물고기, 동물, 꽃, 나무, 신 등이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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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여인들이 대물림을 하며 그려온 신에게 바치는 그림
  
언뜻 보기에는 동화 같은 그림으로만 보이는 데 네팔민화가 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물었다.

"네팔은 인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국가로 인구의 80%가 힌두교 신자입니다. 때문에 그들의 생활은 신과 함께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힌두문화권 전역에는 일상적 생활, 또는 결혼 등 의례와 힌두 축제처럼 신성한 순간에 바닥과 벽면에 그림을 그리는 전통이 있습니다. 그것은 가족의 건강, 생산성, 장수, 행운 등을 기원하면서 의례를 수행하는 것이라 합니다. 이번에 전시된 미틸라(Mithila painting: 네팔 동부 테라이 지역 자낙푸르 마을에서 그려지는 그림) 민화는 주로 네팔 남동부 지역의 원주민 여인들이 그린 그림으로 신에게 바치는 의례화입니다. 이 지역의 원주민 여인들은 쌀가루와 석회암 가루를 이용해 벽과 바닥에 기하학적 문양이나 꽃모양을 그리고 있는데, 이는 집과 주위에 서려있는 불길함을 제거하고, 인간세계를 유지시키는 대지에 대한 경배와 동시에 신의 축원을 기원하는 기도라고 합니다. 특히 새해와 결혼, 출산 때에는 그 의미가 특별하여 정성을 들인다고 합니다.


주제는 신화와 더불어 그곳 사람들의 농경적 삶과 종교적 성격의 축제에 관련된 표현이 주를 이루며 자연에 대한 숭배와 예찬 사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와 같은 벽화를 그리면 복을 받고, 특히 재물 복을 받는다고 믿고 있으며, 웃음이 가득한 그 얼굴이 아주 행복해 보입니다. 이 벽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주로 집안의 여자들로 어머니에게서 딸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신비하게만 보이는 네팔민화는 네팔 원주민 여인들이 그린 그림이다.
 신비하게만 보이는 네팔민화는 네팔 원주민 여인들이 그린 그림이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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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오지에 살고 있는 원주민 여인들이 그린 민화를 어떤 경로를 통해서 이곳 포천 변두리까지 와서 전시를 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이번 네팔민화전은 (사)가족아카데미아의 이근후 박사님(이화여자대학병원 명예교수)과의 인연 덕분입니다. 교수님은 이화여대 부속병원 교수로서 정년을 하셨으나 30년 이상을 네팔에 의료봉사를 다니셨고, 아울러 네팔 작가들을 초청하여 전시회나 문화행사를 꾸준히 전시해 오며 한국과 네팔간의 문화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18년 전 이근후 교수님께서 주관하시는 네팔의료봉사에 합류하여 네팔을 방문하여 인연을 맺은 이후, 네팔문화와 민화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민화 전문화랑인 향원재를 개관하게 되었는데, 이근후 교수님께서 소장하고 있는 네팔민화를 선듯 협찬해 주시고, 또 네팔까지 직접 가셔서 수집 해 오신 그림으로 이곳 산골에서 네팔민화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복을 기원하며 주민들이 그린 그림... 한국민화와 의미 유사

한국민화와 네팔민화는 어떤 점이 다를까?  한국민화 연구로 박사 학위까지 받은 안호숙 관장의 거침없는 설명이 이어졌다.  

"언 듯 보기에는 그림의 겉모습은 다르지만 민화가 추구하는 내용은 같은 점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민화의 소재는 주로 하늘에 복을 기원하는 그림입니다. 네팔의 민화인 미틸라 회화 또한 신에게 바치는 의례화이며 동시에 자연과 생활을 그려 가족의 복을 기원한다는 점이 같습니다.

도상의 도식화 또한 같습니다. 그것은 감상을 위한 그림이 아니기에 잘 그리는 것 보다는 상징적으로 하늘에 올리는 기도이기 때문에 도식화된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 역시 전문적인 화가가 아니라는 점도 같습니다. 다만 네팔은 집안의 여자들이 대물림을 하며 그리고 있다는 점이 우리 민화와 다릅니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오복(五福)을 기원하는 그림이라는 것 또한 같습니다. 두 나라의 민화는 자연에 감사하는 겸손함과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그림으로 이것은 인간의 삶에 대한 행복을 기원하는 보편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머니에게서 딸로 주로 집안의 여자들이 대대로 대물림을 하며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네팔의 민화는 신에게 바치는 의례화로 불길함을 제거하고 복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어머니에게서 딸로 주로 집안의 여자들이 대대로 대물림을 하며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네팔의 민화는 신에게 바치는 의례화로 불길함을 제거하고 복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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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는 시대 배경과 전통문화 상징성을 보면서 감상해야 

보통 서양화나 동양화는 잦은 전시회 등을 통하여 접하는 기회가 많지만. 사람들은 민화에 대해서는 생소하여 잘 모르고 있다. 민화란 무엇이며, 어떤 시각으로 감상을 하여야 하는지를 물었다.
 
"민화(民畵)는 감상을 위한 순수회화가 아니고 목적을 갖는 그림입니다. 고대로부터 사람이 살아가면서 하늘과 신에게 풍요와 장수, 그리고 나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해 기원하는 그림입니다.

최초에 민화와 유사한 성격의 그림은 고대 동굴이나 바위에 새겨진 벽화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들 수 있지요. 암각화는 생존과 사냥에 대한 풍요를 기원한 그림입니다. 서양에서는 구석기 시대 스페인 알타미라 동물벽화를 들 수 있습니다. 이 벽화들도 사냥과 주술을 기원한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생존과 관련하여 하늘과 신에게 복을 기원하는 그림이 민화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민화는 조선후기 정치, 경제, 사회적 변동을 겪으면서 서민들의 신분 변동과 경제적 여유로 상층 문화를 모방하여 성행한 서민문화입니다. 원래부터 내려오던 자연 소재에 대한 상징과 고사성어 등의 내용을 소재로 부귀와 장수 등의 오복(五福)과 삶에 대한 권선(勸善)을 기원하며 집안을 장식한 전통 그림이 민화입니다. 이처럼 민화는 시대의 배경과 전통문화의 상징성을 보면서 감상해야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향원재(香遠齋)'라는 이름은 예술문화의 향기를 멀리 멀리 퍼지게 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안호숙 관장은 작지만 앞으로 이곳 포천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민화를 중심으로 작가들의 초대전을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민화 그리기 체험, 민화작가의 특강 등을 통해 민화가 우리 생활 속에서 소비되는 문화가 될 수 있도록 꾸준히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그런 프로그램을 통해 잊히는 우리민화가 현대의 우리 생활에서 편안하게 스며들게하여 서민들의 정서를 함양시키고 생업에 지친 이들을 위하여 힐링 공간을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갤러리 향원재는 민화를 문양으로 작업한 안호경 도예작가의 도예작품도 상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한 쪽 벽면에는 민화를 소재로 문양을 새겨 넣은 도자기작품들이 빼꼭히 전시되어 있었다. 안호경 작가의 도예작품은 물레로 만든 작업이 아니라 손으로 일일이 깎아서 형태를 만들고 거기에 민화 문양을 그려 넣고 있다. 
 
 민화를 소재로 한 도자기 작품들
 민화를 소재로 한 도자기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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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화를 새겨넣은 도자기 작품
 민화를 새겨넣은 도자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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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안밖이 온통 민화와 민화도자기로 둘러싸여 있군요. 네팔 전통민화와 도자기를 관람하다 보니 관장님도 마치 민화을 닮아 보입니다(웃음). 오늘 귀하고 생소하기만 한 네팔민화에 대한 설명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화 전문화랑이라고 할 수 있는 갤러리 향원재는 지난해 9월 29일 개관기념으로 '이화채색연구회 초대전'을 개최했고, 같은 해 9월에는 남정예 민화작가의 초대전을 전시 했다. 
 
 네팔민화를 설명하고 있는 안호숙 관장
 네팔민화를 설명하고 있는 안호숙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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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숙 관장은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에서 '조선후기 민화에 나타난 미의식 연구'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인문예술연구소 이사 및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며 한국 민화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정성을 쏟고 있다.

네팔민화전은 5월31일까지 열린다. 생소한 네팔민화를 한국에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드물다. 한번 쯤 찾아가 왕방산의 정취를 느끼며 신비한 네팔 민화에 빠져들어가는 것도 심신을 힐링하는 좋은 기회가 되것 같다. 

*갤러리 향원재(Gallery 香遠齋)
-경기도포천시 어룡2길 16-34
-안호숙 관장(010-3123-7227
-네팔민화전시기간 : 2019년 5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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