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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기는 4개월이 조금 지났을 때부터 감기 혹은 그 비슷한 호흡기 질환을 달고 살았습니다. 콧물 감기로 시작해 약 1년 동안은 반복되는 모세기관지염으로 숨쉴 때마다 쌕쌕거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아기를 바라보는 엄마는 애간장이 타들어 갔습니다. 병원에서는 천식으로 발전될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아기가 18개월이 된 후부터는 코감기를 달고 삽니다. 처음엔 가벼운 콧물 감기인 줄 알았지만, 점차 악화되어 기침이 심해지고 식욕부진, 수면 장애, 몸살, 호흡곤란 등 많은 고통을 아기에게 안겨 주었습니다. 그저 코감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떨어진 줄 알았던 감기 증세가 며칠 뒤 반복되고, 또 반복되어 6주 이상이 경과했습니다.

그제서야 다니던 병원에서는 코와 가슴 등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보고는 '부비동염(축농증)'이자 '기관지염'이 함께 왔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난 6주 동안 같은 증세를 반복적으로 호소해도 담당의사는 별다른 설명 없이 "일단 약 먹이고 지켜보세요"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의사가 오진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엄마로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6주 넘게 아이가 잠을 못 자고, 잠자는 도중에도 컹컹컹 혹은 금속 긁어대는 듯한 고통스러운 호흡을 하며 아픔을 견뎌내느라 얼굴이 초췌해졌습니다. 아이는 늘 콧물이 나고 코가 막히니 낮이고 밤이고 깊은 잠을 못 잤습니다. 최근 증세가 최고조에 이르자 39.2도까지 고열이 났고, 아이는 고통 속에 날밤을 지새우느라 한 잠도 못 잤습니다. 밤새 쉴 새 없이 기침을 하고 온 근육을 다 써서 가쁜 숨을 이어갔습니다.

이른 아침, 응급실에서는 아기 목이 많이 부었다며 열이 나는 이유도 후두염 때문인 것 같은데, 독감 검사도 해보자고 했습니다. 엑스레이를 찍는다더니 목 부위만 찍고는 급성폐색성 후두염이라 진단했습니다. 독감은 아니었습니다. 목의 염증 때문에 열이 나고, 기관지가 매우 좁아져 있어 기침을 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한 시간이 넘게 걸린 호흡기 치료에 지친 아이는 도중에 잠이 들었다 깼다를 반복했습니다. 

의사는 약을 처방해주고 복용에 대한 설명을 티끌만큼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원내 처방 약을 기다리느라 한 시간이나 더 병원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아이는 이른 아침부터 잠도 못 자고 굶어가며 병원에서 3시간 반을 보냈습니다.

해열제를 먹어서 열은 떨어졌지만, 아이의 고통스러운 호흡과 기침은 계속되었습니다. 결국은 다음날 아침도 그칠 새 없는 기침에 시달리는 아이를 데리고 다시 평소 다니던 소아과에 갔습니다. 전날의 응급 상황을 비롯해 자세한 설명을 하니, 진찰 후 추가적인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후두염, 기관지염에 더하여 축농증 진행 상황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코 안에 농이, 기관지 쪽에 가래가 가득 차 있다고 했습니다.

이날 처음으로 의사는 "아유, 이거 굉장히 심하네요. 오늘 내일이 고비니 잘 지켜보시고, 밤중에라도 숨소리가 안 좋아지면 응급실로 곧장 데리고 가셔야 돼요"라고 말했습니다. 분명 5일 전에도 아이가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해서 밤새 못 자고 숨소리도 굉장히 아프고 거친 소리가 난다고 반복적으로 호소했는데 말이죠. 그 이야길 했더니 의사는 "그 사이에 증세가 악화된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다행히 이날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잠이 든 아이는 밀린 잠을 한꺼번에 잔 것인지, 도중에 깨서 우는 일 없이 4시간을 푹 자고 일어났습니다. 그 후로는 점차 기침 횟수도 줄고, 아이의 보챔과 짜증도 줄기 시작했습니다. 축농증은 여전해서 수시로 아이의 코를 물수건으로 닦아주거나, 콧물 흡입기로 끈적하게 뭉쳐 코를 틀어막고 있는 콧물을 빼주었습니다.

주변의 많은 엄마들이 아기를 키우다 보면, 몇 주 이상 아기를 병원에 데리고 가도 낫지를 않아서 병원을 옮겼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저도 상황과 여건에 따라 다른 병원에도 가 보았습니다. 일요일이어서 일요일 진료를 실시하는 병원을 찾아 간 적이 있고, 심야시간 또는 연휴라서 응급실을 간 적도 있고, 동네 소아과에서 도저히 치료가 안 되어 종합병원으로 찾아간 적도 있습니다. 또 지인의 추천으로 가까운 곳의 다른 개인 소아과를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친척집 방문시 가까운 소아과를 이용하기도 했지요.

확실히 병원마다 아기의 동일 질환에 대해서도 의사의 태도, 약 처방이 많이 달랐습니다. 보호자에게 주의를 주고 야단을 치면서, 아기를 돌보는 데 있어 주의할 사항을 강하게 일러주는 의사가 있고, 약의 부작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의사도 있고, 10초만에 진료를 끝내고 약 처방만 해주는 의사도 있고, 보호자가 꼬치꼬치 캐묻지 않으면 아무 설명도 해주지 않는 의사도 있었습니다.

코감기가 심한 아이의 콧물을 빼주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아무리 콧물이 심해도 단 한 번도 콧물을 빼주지 않는 의사도 있고, 보호자가 묻지 않아도 먼저 아기의 현 상황에 대한 설명, 주의사항에 대한 설명을 꼼꼼이 해주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물어보는 것만 간단하게 답변하는 의사도 있었습니다. 초진부터 정확하게 진단명을 말해주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끝까지 약만 처방해주는 의사도 있었습니다.

집과 병원의 거리, 진료시간, 병의 중한 정도 등에 따라 병원 선택이 바뀌곤 했지만, 결국은 한 병원을 아이의 주치의가 있는 병원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다닐 수 있도록 잘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첫 선택이 잘못되었다면, 꼼꼼이 따져본 후 가장 나은 병원으로 옮겨 계속 그곳을 다니는 게 낫겠지요.

그리고 보호자도 아기의 증세에 대해 미리 의사에게 할 말을 빠짐없이 메모하거나 기억해두었다가 말해야 합니다. 아이의 현 상태가 어떠한지, 진단명은 무엇인지, 원인은 무엇인지, 앞으로 예상되는 진행상황은 어떠하며, 치료 중 주의사항과 약 복용시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아이가 평소에 가진 다른 질환이나 아이의 특징, 기존에 겪은 알레르기나 부작용 등 치료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면 의사가 귀찮아 하더라도 다 말하고, 의사에게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의학적 지식과 치료를 위한 조언을 다 얻어내야 합니다. 그냥 무작정 의사만 믿고 병원에 왔다 갔다 해서는, 아기 병도 잘 안 낫고 고생만 시킵니다.

그러려면 평소에 보호자가 아이가 먹은 것, 노는 것, 배변 상태, 체온, 아이의 건강상태와 특이 사항에 대해서 꾸준히 기록을 해두어야 합니다. 또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은 항상 사진을 찍어두었다가, 갑자기 다른 병원을 가게 되었을 경우에 의사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기는 면역력도 약하고 모든 신체기관이 아직은 약한 존재라서, 약을 먹고 설사를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약을 더 안 써서 더 아프기도 하고, 어떤 때는 좀더 빨리 병원에 데리고 가거나, 좀더 빨리 필요한 검사를 해서 제때 치료를 했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작은 차이, 작은 방심에도 아이의 건강상태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빨리 낫지 않는다면 병원을 옮겨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옮긴 병원에서 치료가 훨씬 잘 진행되었다면 그 병원으로 계속 다녀보아야 합니다. 어떤 병원은 친절하기만 하고 그밖의 것은 형편없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병원은 다소 이용이 불편할지라도 진료시간이 길고, 의사의 태도도 엄격하고, 아이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 정보도 더 많이 얻고, 약도 잘 처방해줄 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덜 고통받고, 신속하게 건강을 되찾는 일입니다.

병원 선택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아픈 아이에 대처하는 엄마의 자세입니다. 엄마의 주의깊은 관찰, 정성어린 간호와 기록(아기가 아플 때 육아일기처럼 시간대별 주요증상 기록), 많은 공부와 시의적절하며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는 아프면서 큰다지만, 그래도 덜 아프고, 짧게 아프고, 건강하고 즐겁게 놀며 성장하는 게 제일입니다. 아픈 아기를 대하다 보면, 엄마는 늘 걱정되고 불안하고 몸도 지칩니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만을 굳게 믿고 의지합니다. 엄마가 씩씩하고 굿세어야 아이도 잘 돌볼 수 있습니다. 만국의 엄마들이여, 파이팅!

태그:#육아, #아기 다니는 병원, #아기 축농증, #아기 기관지염, #아기 감기 후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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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주부이자, 엄마입니다.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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