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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성폭행 피해자의 '미투' 이후, 이 단톡방에는 'XXX 사진 갖고 계신 분'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 성폭행 피해자의 "미투" 이후, 이 단톡방에는 "XXX 사진 갖고 계신 분"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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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언론인 단톡방에서는 연예인 유출 영상을 구하고 직접 공유도 하는 등의 행위가 이루어졌다.
 해당 언론인 단톡방에서는 연예인 유출 영상을 구하고 직접 공유도 하는 등의 행위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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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A : "'XX녀' 사진이라고 돌던데 본인일까요"
언론인 B : "저도 다른 사람 스마트폰으로 본 거라 미인이더군요"
언론인 C : "한 번 유혹해볼만 하네요"
언론인 D : "유혹이라기보다 남자 3명이 발정날만한 게 정확한 듯 (성폭력 피해자 사진을 공유하면서)"

언론인 A : "강남 넘어가긴 불편해서 시청 쪽 생각 중인데 북창동 완전 죽었나요. 아직 그 명성을 잇고 있는 곳이 있나요"
언론인 B : "질펀하게 놀고 싶네요"
언론인 C : "명맥을 이어가는 곳이 있지만 가성비를 따졌을 때 택시 타고 강남 가시는 걸 추천드려요. 강남의 북창동식"
언론인 A : "C님, 업소나 실장 추천 가능할까요? 내일 3명(성매매 업소를 추천해달라고 말하면서)"


경찰이 기자·PD 등 익명의 언론인들이 소속돼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여러 개를 두고 수사에 나섰다. '기형도 시인 30주기 추모 문학방', '시가 흐르는 문학의 밤' 등의 대화방에 속한 '언론인'들은 성폭력 피해자의 사진 및 신상 정보와 성관계 영상, 성매매 업소 추천 및 후기 등을 공유했다.

현재 해당 방들은 '폭파(폐쇄)'된 상태지만 경찰은 오픈채팅방의 대화 내용을 사본으로 입수해 분석 중이다. 시민단체인 디지털성범죄아웃(DSO)은 지난 10일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대화방 참가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 9일, <오마이뉴스>는 언론인 오픈채팅방을 언론사에 제보한 제보자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보자는 자신을 언론인 익명 단톡방에 속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성폭행 피해자의 외모를 평가하는 단톡방의 대화 내용에 놀라 제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또 단톡방 내부에서 이러한 대화를 비판하는 언론인들도 있었지만 다수가 그런 이들을 예민하게 치부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내부에서 대화를 주도했던 이들이 처벌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강간문화 동조" 언론 성토장 된 토론회... 현역 기자의 한숨

"단톡방에서 문제제기하면, 예민한 사람 취급"
 
언론인 단톡방에서는 아이돌 딥페이크 영상 등도 공유됐다. 딥페이크는 딥러닝과 페이크(가짜)의 합성어로 인공지능을 이용해 가짜 영상을 만드는 기술이다.
 언론인 단톡방에서는 아이돌 딥페이크 영상 등도 공유됐다. 딥페이크는 딥러닝과 페이크(가짜)의 합성어로 인공지능을 이용해 가짜 영상을 만드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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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제보자와의 일문일답.

- 처음 '기자 단톡방' 제보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단톡방 내부에 성폭행 피해자의 사진을 올리고 외모를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XX기업 불륜 난리났다'는 지라시가 한 번 돌면 남녀의 정보가 모두 돌았지만, 그 중에서도 여자는 사진과 상세한 정보가 돌았고 외모 평가가 매일 같이 오갔다. '저 여자도 먹고 싶나요?', '성폭행할 정도는 아닌데', '저라도 달려들듯' 같은 내용이었다."

- 그래서 어떻게 대응했나?
"처음에는 놀라서 단톡방 캡처를 시작했다. 명색이 언론인 단톡방인데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 볼 법한 내용이 오가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해당 기자들의 신상을 알게 되면 문제삼아보려고도 했다."

- 단톡방 내부의 자정은 없었나?
"'티라미슈'라는 닉네임을 쓰시는 분이 2017년부터 꾸준히 피해자를 조롱하고 욕하는 부분을 지적했다. '여자분이 피해자인데 정보를 돌리는 건 아니지 않나요?'라는 식으로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도 했다."

- 문제를 제기할 경우 정보를 돌리는 당사자들이 어떻게 반응했나?
"'이런 이야기는 (다른 단톡방에서) 하시죠'라면서 다른 방을 만들었다. 일부 기자들이 지적을 했지만 이들을 예민한 사람으로 몰고갔다. 그리고 다른 방을 만들어서 거기서 또 정보를 돌려봤다. 2년 전 남성 기자들로 구성된 단톡방 내부의 성희롱 사건이 보도됐을 때도 이런 단톡방들은 존재했다. 그때 기자들이 단톡방을 대거 나가기도 했다."

- 처음 단톡방이 생긴 건 언제였나?
"2016년 4월 정도로 기억한다. 처음에는 정보를 올리고 정보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방으로 시작했다. 대부분 남성 중심의 잡담이 오갔고, 서로를 '형들'로 부르는 것을 보면 남자 언론인이 많을 거라고 추측했다."

- 기자나 PD 등 언론인 인증 절차를 어떻게 진행했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의 기자 직군 라운지를 통해서 모집했다. 여기서 언론인들이 신분 인증을 거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었다. 인증 절차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 어려워졌다. 방장은 나중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방장 닉네임) 사랑해요'라는 말을 녹음해서 성별을 인증하게 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남성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녹음된 목소리가 여성의 목소리면 서로 돌려서 들었다."

- 기자들이 수십 명 있는 불법적인 단톡방의 존재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남성들이 성폭행 피해 여성이나 성매매 여성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성폭행 피해자 사진이나 연예인 피해자의 사진 및 강간 영상은 그렇게 찾으면서 남성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는 '그런 거 공유하면 철컹철컹' 공유하지 마세요', '잡혀가요' 같은 말을 했다. 전형적인 한국 남성 카르텔이라고 볼 수 있다."

- 기자 단톡방을 문제시하는 기사가 나간 이후에는 어땠나?
"기사가 나가고 문제가 가시화된 시점에서도 단톡방 내부의 사람들은 '너희가 그렇게 깨끗해?', '왜 저런 기사를 쓰냐 짜증나네' 같은 말을 했을뿐, 대화 내용이 문제라고 생각한 사람은 말을 꺼낸 사람 중에서는 아무도 없었다."
 
"'미오' 때문에 방 없애요" 여기서 '미오'는 처음 기자 단톡방을 보도한 언론사 '미디어오늘'을 가리킨다.
 ""미오" 때문에 방 없애요" 여기서 "미오"는 처음 기자 단톡방을 보도한 언론사 "미디어오늘"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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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읽고 다시 읽었는데 어쩌라는 건지? 제가 이해력이 딸리는 건가요?"
"OOOO(매체명) OOO 기자님 그러시는 거 아닙니다!"
"문학방을 애용하세요"
(기자 성범죄 단톡방 보도가 난 이후 해당 단톡방 내에서 있었던 대화)

- 이 일이 어떻게 해결되길 바라나?
"단톡방에서 주도적으로 불법을 저질렀던 이들이 누군지 밝혀져서 합당한 처벌을 받길 원한다."

태그:#기자 단톡방,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불법유출 영상, #딥페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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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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