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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벌어진 '사법농단' 사건 관련 전현직 판사들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후 서초동 대법원청사 도로 주변에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행사를 알리는 축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벌어진 "사법농단" 사건 관련 전현직 판사들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던 지난해 9월 12일 오후 서초동 대법원청사 도로 주변에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행사를 알리는 축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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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에서 10으로.

사법농단으로 역사상 최대 위기에 처한 법원이 '사태 수습' 이후를 말하며 보여준 숫자다.

9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취임 후 1년 반 넘게 진행해온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조사 및 감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며 "오늘 현직 법관 10명에 대하여 추가로 징계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충실한, 좋은 재판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 글을 홈페이지에도 올렸다.

그런데 지난 3월 5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법원행정처에 넘긴 비위통보 판사 명단은 모두 66명에 달했다. 하지만 1차 청구 결과 8명만 징계를 받았고, 1·2차 청구 대상이 3명이 겹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사법농단으로 법원 내부에서 징계를 받은 법관은 많아야 최대 18명이다. 검찰 통보대상에 비해 3분의 1 넘게 줄어든 셈이다(관련 기사 : 사법농단 기소에서 빠진 판사들, 면죄부 받았나).

법원행정처는 추가 보도자료에서 ▲ 32명은 검찰이 비위를 통보한 지난 3월 5일 이미 징계시효(3년)가 지났고 ▲ 나머지 34명 중에서도 비위행위 경중, 재판독립 침해 또는 훼손 여부, 2018년 1차 징계 청구 결과 등을 따져 고등법원 부장판사 3명과 지방법원 부장판사 7명만 징계를 청구한다고 설명했다.

또 징계청구 대상 가운데 이미 기소된 5명은 정직 또는 재판배제(3월 15일~8월 31일) 중이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기소되지 않은 5명의 경우 "재판업무 배제 조치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고 보이지 않아 별도의 인사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제대로 노력하고 있는가

그러나 이후 절차까지 살펴보면 '법원 스스로 사법농단의 책임을 제대로 묻고 있는가'란 세간의 의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법관 징계는 최고 수위가 정직 1년이다. 그 다음은 감봉, 견책인데 1차 징계의 경우 가장 높은 징계를 받은 이민걸·이규진 부장판사가 정직 6개월이었다. 또 13명 중 3명은 무혐의였고, 2명은 책임을 묻지 않는 게 타당하다는 '불문' 결정이 나왔다(관련 기사 : '사법농단 연루' 법관 13명 중 8명 징계 결정).

시간도 문제다. 1차 청구 때는 6개월 뒤에야 징계 내용이 확정됐다. 2차 청구 처리 역시 늦어질 수 있다. 그 사이 10명 중 일부가 또 '징계시효 만료'라는 구멍으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지미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는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법원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비위사실을 통보하면 법원에서 한 번 더 확인할 수야 있지만, 그게 시효를 놓칠 만큼 오래 걸릴 일은 아니다"라며 "날짜를 지키는 것은 항상 시효를 따지는 법률가로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또 징계시효가 문제였다면 검찰이 명단을 넘겼을 때부터 바로 정리해 순서대로 징계하는 방법들도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10명의 징계청구 사유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법농단은 이미 국민의 공적 관심사인데 이렇게 몇 명이라고만 발표할 수 있냐"며 "내용을 상세히 공개해 법원 안에서 짬짜미하고 넘어간 것인지, 아닌지 국민들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름을 밝히지 않더라도 최소한 징계청구 사유는 알리고, 검찰이 '문제 있다'고 했는데도 징계하지 않는 법관들은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더 좋은 법원'을 가지려면
 
'사법농단 가담법관 탄핵 촉구' 나선 박주민-윤소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소하 정의당 의원,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 시국회의가 공동주최해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농단 가담 법관 탄핵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법농단 가담법관 탄핵 촉구" 나선 박주민-윤소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소하 정의당 의원,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 시국회의가 공동주최로 3월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농단 가담 법관 탄핵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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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이후 법원'이 더 투명하고, 엄정하게 변하지 않는다면 사법부의 위기는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법원의 미적지근한 자정 과정을 보며 법관 탄핵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까닭이다.

사법농단을 처음 세상에 알린 이탄희 전 판사(공익인권법재판 공감)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사법농단 처리의 종지부는 탄핵 재판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안의 본질은 헌법 위반"이라며 "가장 큰 피해자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국민이고, 그 다음 피해자는 일부 판사들로 인해 도매금으로 명예가 실추된 양심적인 젊은 판사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더 좋은 법원을 가질 자격이 있다"며 "우리의 관심은 법원과 검찰의 조직싸움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이 재판 결과) 무죄라 해도 잘못이 없는 게 아니고 유죄라 해도 직무배제가 안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느 쪽이든 사법농단 연루 판사가 계속 재판업무를 맡을 수 있다는 뜻이다.

국회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징계시효가 지나서 징계 여부를 검토 안 한 판사들 가운데 재판을 계속 하는 일이 부당한 판사가 없는지 의문"이라며 "징계청구 대상자들에게 가장 센 징계가 이뤄져도 정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종합적으로 살펴봐야겠지만, 재판배제가 맞는 판사가 있을 수 있다"며 "법관 탄핵을 검토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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