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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학업을 중단하면 이를 패배 혹은 실패로 치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학교 밖에서도 교육이나 진로의 '끈'을 잡을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는 학생, 부모, 교사들을 만나본다.[편집자말]
 
'친구랑'을 이용하고 있는 박재훈씨는 인터뷰에서 "학교를 나온 이유를 자연스레 물어주는 것이 (우리를) 이해해주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구랑"을 이용하고 있는 박재훈씨는 인터뷰에서 "학교를 나온 이유를 자연스레 물어주는 것이 (우리를) 이해해주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웹진 "지금 서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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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그만둔 '학교 밖 청소년'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 2018년도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 >에 따르면 '선입견·편견·무시'가 1위(39.6%)로 조사됐다. 2위는 '적성에 맞는 진로 찾기'(28%)였다. 

2017년 말 기준 전국의 '학교 밖 청소년' 수는 40만 명(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으로 추산된다. 2017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체 청소년은 924만 9천명. 이 가운데 4.32%가 '학교 밖'을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상당수의 청소년이 학업 중단을 택하고 있음에도 이들에게는 여전히 '문제아'라는 편견이 덧씌워지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에게 쉼터가 되어주고, 학교 밖에서도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센터가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 중인 청소년도움센터 '친구랑'이 그곳이다. 청소년들은 '친구랑'에서 심리 상담부터 학습 지원에 간단한 식사까지 제공 받는다.

지난 4월 30일, 관악구에 위치한 '친구랑'에서 만난 신성희 센터장은 "이곳은 가장 유연하게 운영되는 센터"라며 "학교를 그만두고 갈 곳이 없는 청소년을 위한 자유로운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친구랑' 센터에는 크고 작은 스터디룸부터 상담실과 요리실, 청소년들이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 같은 공간도 있었다. 

'친구랑'은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플로리스트·웹툰디자인·사진작가 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학력인증 학습지원 프로그램을 개설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력을 인정받도록 돕는다. 센터는 4월과 10월에 진행되는 학력인정 평가를 받으려는 청소년들의 교육이수시간을 설계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학교보다 더 편안한, 편견 없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모든 학교 밖 청소년을 환영하는 '친구랑'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모든 학교 밖 청소년을 환영하는 "친구랑"
ⓒ 안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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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센터를 이용하는 '학교 밖 청소년' 박재훈(20세, 남)씨를 만났다. 박씨는 오는 8월에 있는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검정고시에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학력인정 교육시간을 채워나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평소 센터에서 대학생 멘토에게 멘토링을 받고, 책을 읽고 게임도 하는 등 자유롭게 센터를 이용한다고 했다. 

중학교 3학년 2학기 때 학교를 나와 작년 12월부터 '친구랑'을 이용하기 시작한 그는 "학교가 너무 평범해서 학교를 나왔다"고 했다. 이어 "모두 똑같이 모여 공부하는 게 싫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사회의 '편견'에 대해 묻자 "내가 원해서 학교를 그만두긴 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할 순 없었다"며 "대낮부터 학생처럼 보이는 애가 돌아다니니 '양아치'라는 말도 많이 들어봤다"고 했다. 이어 "학교를 나온 아이들 모두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사람들 사이에 많다"며 "나처럼 학교 공부 말고 하고 싶은 게 있어서 나오는 애들도 많다, 공부를 못한다고 잘못된 건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자퇴하러 가는 길에 교복 입고 학교로 가는데,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다 이상하게 쳐다보는 거 같더라고요. 그게 그냥 느껴졌어요. 하지만 내가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위축되지는 않았어요."

그는 이어 "사회와 어른들에게 동정이 아닌 이해를 바란다"며 "학교를 나온 이유를 자연스레 물어주는 것이 (우리를) 이해해주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교를 나오며 '나'를 위한 시간이 많아졌다

박씨는 '친구랑'에 대해 "일단 여기 있으면 뭔가 편하다, 다 서로를 이해해준다"라며 "학교 밖 청소년들이 친구랑 같은 곳을 많이 이용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학교보다 '친구랑'이 더 낫다"고 했다. 그는 "나를 위한 시간이 더 많아지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갈 수 있다"라며 "학교에 다니면 공부만 하고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면서 졸업해 또 회사를 간다, 그걸 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학업을 그만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어떤 이유로 나왔든, 나왔으면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를 찾으면 돼요. 계획 없이 나왔어도 많은 시간을 생각하며 보내길 바라요. 학교에서 정해진 공부만 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태그:#서울시교육청, #친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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