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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①] 우리는 왜 서울아산병원의 사과를 요구하나
[연속기고②] 입사 3개월차 간호사의 죽음, 우연한 일이었나
[연속기고③] 사람 죽었는데도 그대로... 생명 살리는 병원이 이래도 되나

2018. 2월 고 박선욱 간호사의 사망을 계기로 태움이라는 의료계 직장 내 괴롭힘이 연일 검색어 순위를 차지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정부 및 각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각종 직장 내 괴롭힘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그 대책의 일환으로 작년 12월에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오는 7월 16일자로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한다. 나아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에게 적절한 조치 의무를 명시하고, 신고나 피해 주장을 이유로 불이익 처우를 하는 것을 금지하며,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사항을 필수적으로 기재하도록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박선욱 간호사 사망 당시에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규제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그동안 각계에서 직장 내의 괴롭힘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근절 대책을 마련하고자 애를 썼던 점,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사용자에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방어를 요구할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점은 환영할 부분이다.

다만 개정법은 사용자에게 괴롭힘 방지의 의무를 부과한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종국적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을 가한 개인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직장 내부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이를 개인과 개인 간의 갈등으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가해자 개인에 대한 조치를 취하는 것만으로, 사용자에게 개인의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는 걱정도 남는다.

진짜 문제는 '가해자'가 아닌 '시스템'
 
 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가 서울아산병원 근처에서 캠페인 중인 모습
 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가 지난해 6월 서울아산병원 근처에서 캠페인 중인 모습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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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 이후 의료계 특유의 괴롭힘 문화인 태움이 크게 주목받으면서, 간호사 간의 괴롭힘과 갈등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에 후속 대책 또한 직장 내 괴롭힘 방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이 사건의 핵심인 교육시스템 미비, 간호사의 과중한 업무, 인력 부족 등 병원의 구조적인 문제 및 서울아산병원의 책임이 상대적으로 가려졌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태움이라는 것도 병원의 구조적인 문제로부터 발생한 것인데도 말이다. 

고인은 신입 간호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의 부재로 두 달 가량의 교육을 받은 채 숙련되지 않은 상태로 독립해 중환자실에 투입됐다. 그럼에도 선진국에 비해 2~3배는 더 많은 환자를 돌봐야 했다. 또한 환자를 돌보는 업무 이외에도 추가적인 행정업무에 시달리는 등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에 압박을 받는 구조 속에서 결국 견디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이 사건은 결국 서울아산병원의 열악한 환경이 핵심이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인의 사망에 대해 "간호사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로 직장 내에서의 적절한 교육 체계 개편이나 지원 등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자기 학습과정에서 일상적인 업무내용을 초과하는 과중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여지는 점 등을 종합하면, 고인은 정신적인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 이상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정되므로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위 판정에서 위원회는 고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은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병원의 구조적인 문제를 인정했다. 이것은 결국 고인의 사망 사건의 핵심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히 존재하는 '태움'이라는 직장 내 괴롭힘보다는 병원 내부의 교육부재, 과중한 업무 등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것임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고인의 사망에 대해 서울아산병원의 책임만을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결국,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인정한 것과 같이 이 사건은 병원의 구조적인 문제로 기인한 것으로, 병원의 구조적인 문제 개선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정부의 간호노동 환경 개선 대책 마련이 선행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그럼에도 고인이 사망한 지 1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근본적인 간호노동 환경 개선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오직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고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만이 남은 것 같아 아쉽다. 
 
 5월 12일, 고 박선욱간호사 추모집회 '간호사, 침묵을 깨다.'의 현장사진이다.
 지난해 5월 12에 열린 고 박선욱간호사 추모집회 "간호사, 침묵을 깨다" 현장사진
ⓒ 이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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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물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환영하는 바이나 간호노동 환경 개선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없다는 점에서 마냥 축배를 들 수가 없다. 정부는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끝이 아니라 '간호노동 근무환경 개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1년이 훌쩍 넘게 책임을 회피하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은 산재 승인을 계기로 지금이라도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 및 유족에게 사과를 하길 바란다. 

'서울아산병원의 사과와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대책 마련 촉구 서명' http://bit.ly/서울아산병원사과하라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민변 노동위원회 조아라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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