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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버마다리에서 노는 아이들 @비자림로
▲ 흔들버마다리에서 노는 아이들 @비자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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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0일 만들어진 숲놀이터 @비자림로
▲ 4월20일 만들어진 숲놀이터 @비자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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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다음 날인 5월 6일,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비자림로를 찾았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비자림로 숲에 만들어 준 밧줄 그네, 밧줄 버마다리 등에서 신나게 놀았다. 천을 이용해 만든 거미줄에 걸리지 않고 통과하기 놀이에도 푹 빠졌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지는 동안 부모들은 비자림로 숲 삼나무 아래 무성하게 자란 산수국, 초피나무, 보리수나무 등을 삽으로 퍼 준비해 온 자루에 담았다. 이날은 아이들의 숲 놀이와 어린나무 구출이 동시에 진행된 날이었다.
 
비자림로에서 구출한 산수국 @비자림로
▲ 비자림로에서 구출한 산수국 @비자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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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피나무를 캐는 엄마와 아들 @비자림로
▲ 초피나무를 캐는 엄마와 아들 @비자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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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종종 비자림로와 비자림을 혼동한다. 비자림은 2800여 그루의 비자나무 군락으로 유명하다. 비자나무 중심으로 구성된 훨씬 오랜 역사를 가진 숲이다. 

반면 비자림로는 비자림으로 가는 1112번 도로를 말한다. 비자림로는 교래에서 출발하여 사려니 숲과 비자림을 지나 평대초등학교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30~40년 전 제주도민들이 조림사업의 일환으로 심은 삼나무들이 양옆에 드리워져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는 길로 유명하다. 비자림로 중 일부 구간은 2002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비자림로에선 30년 이상 살아온 삼나무들이 천 그루 가까이 베어졌다. 당시 제주도는 들끓는 여론에 놀라 공사를 중단했지만 같은 해 11월 지역 주민의 여론 수렴과 자문위원회 회의를 거쳐 '아름다운 경관 도로 조성을 위한 대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제주도가 내놓은 대안은 여러 가지 생태적, 인문적 환경을 고려한 대안보다 남의 눈에 예쁘게 보이고픈 강박감이 빚어낸 인위적인 경관 도로였다.

제주도는 전체 공사 구간 중 1/3 구간의 삼나무 수림을 일부 유지하고 기존 2차선 외에 초지대인 목장부지를 활용해 2차선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유지된 삼나수 사이로 산책로를 만들고 나머지 2/3 구간은 도로 확장으로 인해 훼손된 경관을 대체하기 위해 도로 한가운데 4m 폭의 넓은 화단형 중앙분리대를 만들어 그곳에 비자나무와 산딸나무, 단풍나무 등을 심겠다고 밝혔다. 양 옆 나무를 베어내고 거대한 중앙 화단을 만드는 계획이나 시속 70km의 4차선 도로 한가운데 산책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과연 아름다운 경관도로 조성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하지만 아름다운 경관 도로로 여론을 잠재운 제주도는 3월 23일부터 벌목 재개에 들어갔다. 

상대적으로 나무가 적은 제2대천교 부분의 벌목이 먼저 진행되었다. 이어 도로 확장공사의 일환으로 제2대천교를 폭파해 넓히는 한편 천미천 하천 폭을 20m 확장하는 하천 정비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제2대천교 밑으로는 제주도에서 가장 긴 하천인 천미천이 흐르고 있는데 이 아름다운 모습은 2년 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다양한 나무들의 자생숲이 흔적도 없어졌다. 지난 3월23일 벌목이 진행된 천미천 주변
▲ 다양한 나무들의 자생숲이 흔적도 없어졌다. 지난 3월23일 벌목이 진행된 천미천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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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재개 일정이 언론을 통해 발표되자 비자림로 시민모니터링단은 3월 20일부터 현장에 상주하며 감시를 시작했다. 벌목은 3월 23일부터 2~3일간 진행됐으나 토지 보상, 공사 장비 일정 조율 등으로 한동안 멈춰 있었다. 

그동안 많은 시민과 여행객이 비자림로 공사 현장을 찾았다. 숲유치원, 방과 후 프로그램 참여 아동들, 성당 스카우트 단원 등이 환경 교육의 일환으로 방문했다.
 
아이들이 남기고 간 메시지 @비자림로
▲ 아이들이 남기고 간 메시지 @비자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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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베어진 삼나무 그루터기에 '삼나무야 미안해'라는 메모를 남기기도 하고 황폐한 현장에 어린나무를 심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저항과 반대 서명, 공개토론회 요구에도 제주도는 "합법적 절차를 거친 사업"이라며 사업의 큰 틀을 변경시키지 않는 선에서 사업을 강행했다. 

잠깐의 짧은 휴지기를 거친 벌목 작업은 5월2일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점점 나무가 베어지는 구간이 확대되었다. 큰 나무는 기계톱에 베어지고 큰 나무들 틈에서 기를 쓰고 햇빛을 향해 잎을 내미는 어린나무들은 굴착기 등 장비에 무참히 깔렸다. 

시민모니터링단은 어린나무들만이라도 살려보자고 시민들에게 '비자림로 어린나무 구출 작전'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진심이 통하기로도 한 듯 시민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나무를 조심스럽게 파내던 한 참가자는 "비자림로 숲 흙이 정말 좋다"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놓은 영양이 풍부한 흙은 곧 아스팔트 아래 깔려 흙의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다.
  
어린나무를 옮기는 가족 @비자림로
▲ 어린나무를 옮기는 가족 @비자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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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나무 구출 작전 @비자림로
▲ 어린나무 구출 작전 @비자림로
ⓒ 그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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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로 제주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각종 개발 호재로 땅값이 가파르게 올라 농사지을 땅이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제주도 사라지고 있다. 가족들이 구출해 간 어린나무들과 숲에서 즐겁게 놀았던 아이들의 기억이 제주의 사라짐을 늦추는데 작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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