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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운상가는 도심 제조업의 심장 같은 곳이다. 수백여 제조업 장인들이 모여, 인공위성 부품까지도 뚝딱 만들어낸다. 을지면옥과 같은 오래된 식당도 여기 있다. 하지만 몇년새 이곳은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곧 해체될 위기에 놓였다. 이미 일부 구역은 철거됐고 나머지도 조만간 철거를 앞두고 있다. 세운 3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속살을 들여다본다.[편집자말]
 
 지난 1월 15일 철거가 진행중인 세운공구상가 일대의 모습
 지난 1월 15일 철거가 진행중인 세운공구상가 일대의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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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 세운 정밀공구상가 등 세운 일대 재개발 사업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곳 땅 주인들이 개발을 통해 3조5600억 원에 달하는 불로소득을 가져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 관련기사:세운상가 재개발, 땅주인들 3조 5600억 불로소득)

실제 단순히 공시지가를 비교해보더라도 금방 알수 있다. 예를 들어 세운 정밀공구상가(세운 3구역, 3-3, 3-8, 3-9, 3-10구역 제외) 일대의 경우, 2016년 공시지가 총액은 10년 전인 2006년에 비해 1200억 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돼 있다. 땅 값만 이 정도 늘었지만 앞으로 본격적인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이를 통한 이득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세운상가를 재개발을 하면 누가 가장 큰 이득을 볼까? 월세로 생계를 이어가는 영세 땅주인들도, 수십년간 터전을 일구며 살아온 제조업 장인들도 아니다. 세운 재개발 사업 시행자로 지정된 부동산개발업체인 H건설이다.

9일 중구청에 따르면, 세운정밀공구상가 일대(아래 세운 3구역) 재개발은 H건설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인 D사가 맡고 있다. 이미 철거된 일부 구역(세운 3-1, 3-4, 3-5구역)을 비롯해, 다른(3-2, 3-6, 3-7구역) 구역의 사업시행자도 B사다.

H건설은 어떻게 이 구역의 사업시행자가 됐을까? 세운 3구역 일대 재개발 사업은 '토지 등 소유자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방식은 땅주인들 가운데 한 명을 사업시행자로 정하고, 이 사업시행자가 사업을 이끌어가는 방식이다.

사업시행자, 토지 강제수용권 등 막강한 권한 가져
  
 을지로 세운공구상가
 을지로 세운공구상가 철거 부지에는 속속들이 이전 안내문을 붙였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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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에 땅을 갖고 있던 H건설은 땅주인들의 합의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됐다. 현재 아파트 건립 예정지(세운 3-1, 3-4, 3-5)와 일부(3-7)구역은 지난 2015년, 세운 3-6구역은 2016년, 3-2구역은 2017년, 구청의 사업시행 인가를 받으면서 정식 시행자가 됐다. 사업시행자는 건물을 건설하는 시공사 선정권은 물론 개발구역에 있는 땅을 강제로 사들일 수 있는 수용권도 갖는다.

세운 아파트 예정지의 경우, 땅주인들은 모두 사업시행사인 H건설 측에 토지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시행자가 아닌 일반 땅주인들은 '분양'이나 '매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모두 땅을 팔고 떠난 것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분양을 받을까 고민하던 토지주가 몇 분 계셨는데, 모두 청산(매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운 아파트 예정지 땅주인은 H건설 하나만 남게 됐다. 분양을 받는 땅주인이 없다보니, 사업 시행에 따른 이윤도 모두 사업시행자인 H건설로 돌아간다. 재개발 사업에서 조합원 없이 조합장 1명이 모든 수익을 가져가는 것과 비슷한 형태다.

이들이 계획대로 개발을 진행할 경우 얻게될 수익은 얼마나 될까. 단순히 땅값 상승분으로만 계산해도 1000억이 넘는 수익이 예상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의 자료를 토대로 세운 3구역 일대(세운 3-1, 3-2, 3-4, 3-5, 3-6, 3-7) 공시지가를 추정해보니, 지난 2006년 이 일대 공시지가 총액은 1435억4218만7400원이었다. 그런데 2016년 공시지가 총액은 2635억7360만2900원으로 급등했다. 지난 10년간 공시지가는 1200억3141만5500원이나 올랐다.

단순히 땅값 차액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 지하철 을지로 3가역이 있는 세운 3구역은 부동산 입지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세운 3구역 개발 추정 수익, 땅값 상승분만 1000억 넘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 세운재정비촉진사업으로 공구거리의 건물들이 철거 작업 중이다.
 1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 세운재정비촉진사업으로 공구거리의 건물들이 철거 작업 중이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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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세운 재개발 구역의 경우 교통 면에서 최적의 입지를 갖추고 있어 젊은 직장인 수요가 많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사업 시행자의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등 본격적인 재개발을 할 때 예상되는 이윤은 더 크다. 남은경 경제정의시민연합 국장은 "사업지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현재 아파트 개발이 예정된 세운 3구역에서 수 천억원 대의 이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기대수익이 큰 재개발지역에서 사업시행자는 분양을 받는 땅주인들이 적을수록 이익이다. 분양을 선택하는 땅주인과는 사업에 따른 이윤도 나눠 가져야 한다. 그런데 아파트를 짓기 전 땅을 모두 사버리면, 사업 이윤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

그래서일까? H건설은 철거가 이뤄지지 않은 다른 곳에서도 토지 매입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1월 세운 3구역 내 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뒤에도 이런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구청의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일부 구역(세운 3-2, 3-6, 3-7 등)의 경우, H건설은 땅주인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며 토지 매각을 종용하고 있다는 게 이곳 땅주인들의 말이다.

이 일대에서 30년간 장사를 해온 땅주인 A씨는 "시행사 입장에선 인허가가 났기 때문에, 서울시가 12월까지 사업을 보류시켜놓은 것과 상관 없이 진행하는 것 같다"며 "계약을 안하면 강제 수용을 당해야 할 판"이라고 한숨 쉬었다. 세운 3구역에 50평 남짓한 땅을 갖고 있다는 B씨는 "땅을 팔지 않으면 수용절차에 들어가겠다고 세 번씩 연락이 왔다"며 "우리는 그냥 거기 놔둬서 사람들(세입자들) 장사하게 하고 월세 받는 것인데, 지금 (토지가 강제수용되면) 직장 있는 사람들은 다 쫓겨나게 됐다, 이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인가"라고 분개했다.

현재 재개발에 반대하는 세운 3-2구역 땅주인 등 4명은 지난 2017년 7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 구역에 대한 중구청의 사업시행인가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이다. 최근 세운재정비자문단도 "구역별 여건, 찬반의견, 사유재산침해에 대한 법률 등을 고려 현실적 대책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H건설 수차례 연락했지만 묵묵부답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 세운재정비촉진사업으로 공구거리의 건물들이 철거 작업 중이다.
 1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 세운재정비촉진사업으로 공구거리의 건물들이 철거 작업 중이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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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지난달 26일부터 5월 2일까지 5차례에 걸쳐 H건설 담당자와 전화 통화을 시도했다. 지난 4월 30일 연락이 닿은 세운3구역 담당자는 "연락처를 남겨주면 나중에 연락드리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지난 3일에는 서울 강남구 H건설 사무실을 직접 찾았지만, 담당자는 만나지 못했다. 담당자 대신 이야기를 전하러 왔다는 H건설 관계자는 "약속이 잡히지 않으면 인터뷰가 어렵다"며 "(담당자와) 연락이 안 되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H건설은 지난 1991년 설립된 부동산개발회사다. 현재 세운 3구역 사업을 비롯해 세운 6구역에 건설되는 서밋타워(Summit Tower) 사업에도 참여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는 'H건설'이라는 회사 이름은 없다. 대신 다른 이름의 '주식회사'로 등록돼 있다.

H건설과 감사계약을 맺은 회계법인은 지난 2018년 H건설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을 표명했다. 이 회계법인은 "경영진으로부터 감사업무 수행에 필요한 재무제표, 감사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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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