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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필휘지로 그림을 그려는 조선통신사 화원들
 일필휘지로 그림을 그려는 조선통신사 화원들
ⓒ 추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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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의 유려한 붓선이 화선지를 스치자 순식간에 선홍빛 매화가 피어난다. 옆에서 놀란 듯한 눈길로 조선통신사의 붓끝을 주시하고 있는 일본인들, 어쩌다 운 좋게 그림 한 장을 받아드는 행운을 누린 일본인들은 맘껏 즐거워한다. 마치 3백년 전 일본땅에서 펼쳐진 조선통신사들의 '필담창화' 한 장면을 실제 눈앞에서 보는 듯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한지 인형들, 철저한 고증을 거친 이들의 복장이나 작은 소품, 제각기 다른 인형들의 표정들이 생동감을 더한다.
      
한지인형으로 조선통신사의 모습을 재현한 이는 한지인형작가 문미순씨. '소향 한지 예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문미순씨는 회원들(김복선, 신현미, 오은정, 김도연,주득선, 이명숙, 문의정, 유미복)과 함께 무려 5년 여에 걸쳐 조선통신사 행렬도를 완성했다. 조선통신사 5백명과 이를 호위하는 일본인 1천 5백여 명, 게다가 150마리의 말이 일본 열도를 행렬하는 행렬도를 철저한 고증을 거쳐 재현한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조선통신사 행렬도 중 일부분
 조선통신사 행렬도 중 일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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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지인형으로 재현한 조선통신사 행렬도는 전체 행렬 길이가 무려 4백 미터에 달해 마땅한 전시공간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때문에 아직까지 한 번도 전체 모습을 일반인들에게 전시한 적이 없다. 필요할 때마다 부분 전시를 하는데, 1일부터 오는 7일까지 부산 아스티 호텔 3층 갤러리에서 문미순씨가 만든 작품들만을 모아 특별 전시를 한다.
     
3백년 전 조선통신사들이 지나가는 일본 여정 곳곳마다 행렬을 보려는 일본인들이 모여들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그림을 그리는 '화원'과 글을 쓰는 '제술관'의 인기가 높았다.

기록에 의하면 화원 김명국은 일본이 특별히 요청을 해 두번이나 조선통신사로 일본을 다녀오기도 했다. 통신사들이 써 준 글이나 그림을 가지면 좋다고 여겼던 일본인들은 통신사들의 숙소밖에서 무작정 기다리기도 했다.

1711년 제술관으로 일본에 간 신유한은 글과 그림을 얻기 위해 몰려드는 일본인들 때문에 며칠이나 잠을 잘 수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한양에서 일본 에도까지 4만 킬로미터, 무려 1년 6개월에 걸쳐만리 여정을 오가며 조선문화의 우수성을 알린 조선통신사는 지금으로 치면 분명 '한류 아이돌'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이번 전시 작품 가운데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마상재'다. 마상재는 조선 정조가 펴낸 <무예도보통지>에 기록된 조선시대 무예로, 달리는 말 위에서 '마상재인'이화려한 무예기술을 선보이는 것이다. 일본은 특별히 조선통신사가 올 때면 마상재인이 함께 와 공연해 줄 것을 간청했고 실제 마상재 공연을 할 때면 열광하며 박수를 보냈다.
                      
조선통신사 한지인형 중 마상재
 조선통신사 한지인형 중 마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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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상재중 우초마-말의 오른쪽에서 매달려서 달리기
 마상재중 우초마-말의 오른쪽에서 매달려서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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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말 위에 잽싸게 뛰어오르거나, 달리는 말의 오른쪽에 매달려 질주하는 마상재인의 묘기, 이번에 전시되는 마상재의 모습은 마상재인이 일본에서 선보였다고 기록돼 있는 8가지의 기술을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마상재가 일반인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장면이다. 아무리 봐도 탄탄한 근육질 몸매에 갈기를 휘날리는 말들의 섬세한 표현이 한지로 만들어 졌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다. 실제 30~40cm 높이에 달하는 말을 한지로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문미순씨는 말한다.
 
 "먼저 뼈대를 세운 뒤 머리와 몸통, 다리 형태를 종이죽으로 붙이죠. 말의 크기와 부피를 생각해 가면서 여러 번 반복해서 붙힙니다. 그 다음 말의 색상을 정하고 깃털의 질감을 생각하면서 한지를 덧붙입니다.말 크기에 따라 3, 4개월이 걸리는 만만찮은 작업이죠. "
 
삼사임명식-왕이 조선통신사중 가장 중요한 삼사를 임명하는 장면
 삼사임명식-왕이 조선통신사중 가장 중요한 삼사를 임명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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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배따라기춤 장면
 조선통신사 배따라기춤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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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 일본 사이, 조선통신사가 오고 간 260년은 양국 간 한 번도 전쟁이 없었던 평화의 기간이었다. 때문에 '평화의 사절단'이라고 불리는 .조선통신사. 조선통신사 축제가 펼쳐지는 5월 3일부터 6일까지 부산 전역에서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된다.

그 중에서도 조선문화의 우수성을 일본에 알린 최초의 '한류 아이돌', 조선통신사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조선통신사 특별기획전시 '문텐로드 전'을 놓치지 말고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행렬도 중심이 아니라 조선통신사가 도착한 전체 여정에서 펼쳐졌던 다양한 행사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것. 길을 떠나기 전 왕께 인사를 하는 전별연을 비롯해, 필담창화, 마상재등이 전시가 된다.
          
실제 한양과 일본 에도까지 만리여정을 오간 조선통신사들이 남긴 작품 333점은 2017년 세계기록유산으로 인정받아 등재되는 쾌거를 올렸다. 이번 전시는 특별히 세계기록 유산 1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전시로, 조선통신사들이 남긴 기록유산들이 어떤 교류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녀들과 함께 둘러본다면 3백년 전 조선통신사의 역사와 문화가 재미있는 이야기로 기억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전시회다. 

태그:#조선통신사, #한지인형작가 문미순, #소향회, #한지인형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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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방송작가, (주) 바오밥 대표, 바오밥 스토리 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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