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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2월 18일, 전국 로스쿨 총학생회 주최로 <로스쿨 교육 정상화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에 관한 총궐기대회를 하던 모습.
 사진은 지난 2월 18일, 전국 로스쿨 총학생회 주최로 <로스쿨 교육 정상화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에 관한 총궐기대회를 하던 모습.
ⓒ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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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저는 변호사시험에서 불합격 하였습니다. 그 날 오후에 있은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과 발표로 저는 불합격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제 마음은 '안도'와 '참담함'으로 복잡해졌습니다.  

수험번호를 확인하기 얼마 전, 합격자 수가 '1691명', 즉 합격률이 응시자 대비 '50.78%'으로 결정되었단 소식을 먼저 들었습니다.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매년 급속히 추락해 지난해 제7회 변호사시험에서는 49.35%에 이르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 적어도 더 떨어지지는 않은 것, 1% 정도라도 오른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해봐야 소용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고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최선을 다해 했더니 그래도 조금은 꿈틀, 변화가 있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또 참담했습니다. 합격자 명단을 아무리 다시 보아도 정작 저의 응시번호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합격 커트라인 점수는 905점, 제 점수는 887.48점이었습니다. 17점의 차이로 불합격한 것이죠. 적다면 적은 차이라 해도 1,2점 차이의 불합격은 아니니 또 그닥 억울한 것도 없을 일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의 커트라인은 720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 계속 높아지다가 2018년 제7회 변호사시험의 커트라인은 881.48점이었습니다. 저는 아마도 조금이라도 더 일찍 로스쿨에 입학했더라면, 적어도 7기 입학자였더라면 지금의 쓴맛을 느끼지는 않을지 모릅니다. 그 점이 참 억울하다 싶습니다.  
 
부끄럽지만 공개하는 제8회 변호사시험에서의 나의 성적표. 제1~7회 변호사시험에서는 합격했을 점수이지만, 제8회 변호사시험에서는 불합격했다.
 부끄럽지만 공개하는 제8회 변호사시험에서의 나의 성적표. 제1~7회 변호사시험에서는 합격했을 점수이지만, 제8회 변호사시험에서는 불합격했다.
ⓒ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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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에 참답합니다. 기수간 형평이 깨어진 상황에서 이번에도 합격률은 소폭 상승했는지 몰라도 또다시 합격에 필요한 점수가 올랐으니, 제가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공부를 한들 또다시 커트라인이 높아진다면 합격을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란 생각에 참담합니다. 제가 905.55점을 받게 된들 제9회 변호사시험의 합격점은 930점이 될수도 있으니 말이죠.

로스쿨 교육 정상화와 법조문턱 낮추기에 대한, 안도와 참담함

저의 불합격 소식에, 나이 어린 동기가 "그러게 왜 그리 나섰느냐"고 하더군요. 지난해 10월 박상기 장관의 발언이 있은 뒤로 그에 관해 글을 쓰고 국회 공청회에 찾아가고 그런 것들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저희 학교 동기들이 졸업시험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맞았을 때 무언가 해보려 애쓰지 않았어야 했다고 했습니다. 또 이렇게 드러내고 활동했으니 제가 이제부터 적잖은 비난과 조롱에 시달릴 것도 걱정해 주었습니다.

괜찮다고 대답했지만 사실 저도 비슷한 생각들에 참담합니다. 아니 그보다 슬픈 것은, 특히 이번 1월부터 오마이뉴스를 통해 로스쿨 관련한 기사들을 연재하고 관련한 단체의 활동을 해온 것을 더이상 할 수 없음에, 변호사가 되면 더욱 적극적으로 하겠다며 세워놓은 수많은 계획들을 실현할 수 없음에 정말 미칠듯 괴로워집니다.

실제 제가 소속된 단체에서 이번 시험을 치른 이들은, '합격하여도 안면바꾸기를 하지 않기', '변호사로서 최소 1년 이상 공동대표가 되기' 등의 내용으로  각서까지 써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계획들을 멈추고 '고시생'으로 돌아가, 다시 추운 겨울이 올 때까지는 눈감고 귀막고 수험서만 들여다봐야 하는 신세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그렇지만 다행입니다. 그것은 온라인 공간에서 여느 때와 다른 움직임이 포착되기 때문입니다. 본래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나면 굉장히 많은 이들이 갑자기 남은 이들을 루저 취급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들었습니다. 헌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합격자들의 "합격했습니다"라는 알림과 함께 커뮤니티에 다음과 같은 말들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합격했습니다. 제도가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바라봅니다.'
'합격입니다. 취지에 맞는 로스쿨제도 이어나갑시다.'
'붙었네요. 앞으로도 문제의식 잊지 않고 가져가겠습니다.'
'합격입니다. 로스쿨제도로 하기로 정했다면 로스쿨 정상화 계속 지지하겠습니다. '수험생일 때 가진 분노 잊지 않을 것입니다.'
'합격했습니다. 사다리충들 역겨워서라도 자격시험화 지지합니다.' 


변호사가 되면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이 더 적극적으로 많은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합격자 결정일에 제게 연락이 와 의견을 묻는 기자들에게 저는 한결같이 말하곤 했습니다. 합격하는 순간 곧바로 법무부 앞에서 1인 시위부터 할거라고. 진심이었습니다. 나의 합격을 넘어 보다 본격적으로 로스쿨의 교육 정상화와 법률서비스 확충을 위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 많은 계획들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을 저는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이렇게 스스로 다짐을 하며 그 길을 가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계신 겁니다. 

2019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로스쿨 교육 정상화를 위한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에 대한 로스쿨 학생과 교수, 시민단체들, 현직변호사들의 목소리가 강하게 터져나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제8회 변호사시험에 있어서 기대만큼의 개선은 없었습니다. 999원은 싸고 1000원은 비싸게 느끼는 심리를 이용해 지난해의 49.9%의 합격률을 50.78%로 '높아 보이게' 했을 뿐입니다. 합격점은 24점 가량 또 오른 것이고요.  

하지만 그래도 법무부는 오는 8월까지 소위원회를 통한 재논의를 한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듯 변호사가 된 뒤에도 문제의식을 잊지 않고 나서겠다는 이들이 어느 때보다 늘어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도 다행입니다.   

판례 문구 더 외울걸, 객관식 문제집 한 번 더 풀걸... 그 시간에 무언가 로스쿨 교육 정상화를 위해 움직인 지난 시간을 저는 후회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합격한 뒤에도 그저 기뻐할 뿐 아니라 앞으로도 변치 않겠다고,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 등을 지지한다고 말해주는 이들이 이렇게나 많으니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이번 겨울 두 번째의 변호사시험을 치르러 갈 때에는, 그들이 만들어준 좀 더 바람직한 변호사시험을 맞이하는 기쁜 마음으로 발걸음이 가벼울 것이라 믿기에 또 후회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로스쿨생은 고시생'이란 공식이 깨어질 수 있을 것이니, 로스쿨을 통해 국민들이 더 많은 편안함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니 또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간 로스쿨 교육 정상화와 법조문턱낮추기의 일환으로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해 나서주신 많은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2.18 전국 로스쿨 학생회의 총궐기대회'가 끝이 아닌 시작이었듯, 이번 26일의 50.78%라는 합격률 상승이 또 새로운 시작이길 바랍니다. 또 진정 '양질의 법조인을 보다 쉽게 만나는' 로스쿨의 취지를 실현할 수 있는 날이 펼쳐지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기사를 쓴 박은선은 <법조문턱낮추기 실천연대> 소속으로, 기사의 수익금은 전액 로스쿨 교육 정상화와 법조문턱 낮추기에 쓰입니다.


태그:#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 #로스쿨 교육 정상화,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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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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