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이제 우리 몸싸움 안 해도 되는 거죠?"

지난 2012년 5월 2일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 이른바 '몸싸움 방지법'이 어렵게 통과되자 의원실 후배는 '이게 꿈인가'라는 말을 되풀이 했습니다.

18대 국회는 '처절' 그 자체였습니다. 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고, 국회도 보수정당이 절대 우위를 점유했습니다. 다수당은 번번이 힘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거대여당에서 볼품없이 작아진, 이제 야당이 된 당시 통합민주당은 속된 말로 '몸빵'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대규모 충돌은 시간문제였습니다.

여야 보좌진들에게 '짐승의 시대'였던 18대 국회
 
 한미 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앞두고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보좌진과 당직자들이 소화전 물을 뿌리며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자 회의장 안을 지키고 있던 한나라당 보좌진과 경위들이 분말 소화기를 뿌리며 대치를 벌이고 있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앞뒀던 2008년 12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당시 민주당, 민주노동당 보좌진과 당직자들이 소화전 물을 뿌리며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자 회의장 안을 지키고 있던 한나라당 보좌진과 경위들이 분말 소화기를 뿌리며 대치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결국 터질 것이 터졌습니다. 2008년 12월 18일 아침, 다급하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안을 법안소위에 단독 상정하기 위해 상임위원회 회의실을 점거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의원과 함께 뛰어간 상임위 앞은 벌써 난장판이었습니다. 안으로 잠긴 문을 열기 위해 각종 도구가 등장했습니다. 문 한쪽이 열리자 그 안에서 소화기 분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흥분한 누군가가 소화전을 끌어와 물을 뿌렸습니다. 이윽고 '거사'를 마친 한나라당 의원들이 나오자 각 당 보좌진과 경위, 방호원들이 얽히고설켰습니다.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이 사건 직후 국회사무처는 2명의 야당의원과 6명의 야당 당직자‧보좌진을 국회회의장모욕죄, 공용물건손상죄, 특수공무방해치상죄, 집단적 폭행죄로 고발했습니다. 법원은 1년여 뒤 모두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는데, 당직자‧보좌진이 의원보다 더 많은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물론 벌금은 개인이 부담했습니다.

흥분이 채 가라앉지도 않았는데 여당 등 보수정당은 그해 말부터 한미FTA 비준과 언론악법, 이른바 종합편성채널 특혜 출범법의 본회의 통과를 시도했습니다. 야당은 국회 본회의장 농성, 상임위 회의장 점거농성 등을 이어갔습니다.

모두가 지쳐갈 무렵, 일부에서는 '그냥 하루 빨리 밀어붙여달라'는 말이 나올 즈음 드디어 한나라당은 실행에 들어갔습니다. 국회 본청 밖은 수많은 경찰이 지키고, 한나라당 보좌진과 경위‧방호원들이 합심해 본회의장 앞을 지키던 통합민주당 등 야당 보좌진을 본격적으로 밀어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보좌진이 다쳤습니다. 코뼈가 내려앉고, 팔이 비틀어졌습니다. 여와 야를 떠나 모두가 짐승의 시대를 살았습니다. 2009년 7월 22일의 일입니다.

'보좌진 동원' 유혹 뿌리쳐야... 짐승의 시대 다시 살 수 없어
 
몸싸움 벌이는 정진석 의원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26일 새벽 경호권이 발동된 국회 본관 의안과 앞에서 여야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접수를 막기 위해 보좌진 및 당직자들과 함께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몸싸움 벌이는 정진석 의원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26일 새벽 경호권이 발동된 국회 본관 의안과 앞에서 여야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접수를 막기 위해 보좌진 및 당직자들과 함께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제 그 뒤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형님, 아우로 돌아갔습니다. 내면은 모르겠지만 표면은 그랬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끈끈하던 여야 보좌진 동문모임은 쪼개졌습니다. 심지어 국회지형이 바뀐 지금까지도 한나라당 출신 보좌진은 더불어민주당에 진입하기 어렵습니다. 더러 진입한 사람도 있지만 여전히 꼬리표가 붙어 있습니다.

제 개인 이야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3년 만에 국회에 복귀한 올해, 다시 그날의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국회에서 그 모습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난리가 났던 4월 25일 그날 밤, 제발 민주당보좌진협의회의 긴급 문자가 오지 않길 간절히 빌었습니다. 후배들은 10년 전 그날처럼 짐승의 시대를 살면 안 됩니다.

자유한국당은 이미 벌판에 진을 쳤습니다. 의원과 보좌진 20명이 고발됐습니다. 이제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이 남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마저 이 상황에 보좌진을 동원해서는 안 됩니다. 의원들이 먼저 보좌진을 보호해야 합니다. 자식 같은, 조카 같은 젊은이들입니다.

여러분을 보호할 힘이 없는 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못나게도 '전직'을 선택하고,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만약 누군가 몸싸움을 종용한다면 과감히 '전직'을 선택하세요. 무용담 대신 사람의 길을 선택하세요. 당신은 소중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영환씨는 18대~19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했습니다.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글쓰기에 대한 무한한 도전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어떤 위치에 있던지 오직 진실만을 말하고,추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