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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이혜훈(왼쪽부터), 하태경, 유승민, 지상욱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이혜훈(왼쪽부터), 하태경, 유승민, 지상욱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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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 정국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선거제 개편, 공직자범죄수사처, 검경수사권조정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문제에서 바른미래당 지도부와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 간의 갈등이 복구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심화되고 있다. 바른미래당에 대한 전망은 시계제로를 넘어 이제는 정당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된 상황인 것이다.

2016년 국민의당 녹색돌풍

바른미래당이 처음부터 진로가 비관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바른정당과 합당하기 이전의 국민의당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크게 선전을 했다. 많은 이들은 국민의당이 20대 총선에서 호남에서 몇 석을 얻는 것에 그칠 것으로 평가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진보-개혁진영의 지지를 양분하면서 특정 정치인들을 제외하면 당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고 보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예측과 매우 달랐다. 국민의당은 지역구 25석과 비례대표 13석, 총합 38석을 획득했다. 더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국민의당의 전국 비례대표 결과이다. 국민의당은 전국 비례대표 선거 결과 26.74%를 획득하여 더불어민주당 보다 높은 2위를 차지했다. 특히나 호남 지역에서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득표에서도 10%P 내외의 격차로 더불어민주당에 압승을 거두었다. 

 
2016년 20대 총선 주요 지역 비례대표 선거 결과 갈무리
▲ 2016년 20대 총선 주요 지역 비례대표 선거 결과 갈무리 2016년 20대 총선 주요 지역 비례대표 선거 결과 갈무리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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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언론은 국민의당의 선전에 대해 녹색돌풍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위와 같은 국민의당의 선전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존재한다. 포퓰리즘의 등장, 중도보수-중도진보 유권자들의 연합, 호남유권자들의 강력한 지지 기반 등 다양한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국민의당이 선전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당시 극심했던 정치 갈등에 대한 혐오 정서이다. 국민의당이 정치 갈등에 대한 혐오 정서를 잘 공략했기에 호남을 넘어 전국 단위에서도 높은 득표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일보>가 의뢰하고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20대 총선 관련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당시 20대 총선의 성격을 질문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양당 심판으로 보는 비율이 43.5%로 가장 높은 결과치를 기록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심판은 24.1%, 야당들에 대한 심판은 20.1%로 1위 결과치의 절반에 불과했다. (2016년 4월 7일 발표,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 전체 응답률 9.5%, 95% 신뢰수준에 ±3.1%,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녹색돌풍의 진원지, 정치 갈등 혐오

당시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간의 정치 갈등, 새누리당 내 친박 대 비박 대결과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 대 비문이라는 정당 내 정치 갈등이 극심해진 상태였다. 이로 인해 유권자들이 양당 모두를 혐오하여 국민의당에 투표함에 따라 2016년 국민의당이 녹색돌풍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에 대한 정치학적 근거 역시 존재한다. 정치학자 앤서니 다운스는 자신의 저서에서 신생정당이 탄생하는 배경을 언급한다. 다운스는 기존 정당들이 대표하지 않았던 유권자 집단이 존재한다면 신생정당이 창당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실제로 참정권 확대 이후 영국 노동당은 기존 정당인 자유당과 보수당이 대표하지 못했던 노동자 유권자 층을 대표하면서 빠르게 성장한 것을 다운스는 그 사례로 제시한다(<경제이론으로 본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196-199쪽)

당시 한국 유권자들은 양당의 극심한 대립으로 인해 양대 정당 심판 정서가 강해졌고, 이를 기반으로 유권자를 공략한 국민의당이 승리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3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바른미래당은 자신들의 원동력을 잘 지켜나가고 있을까.  

정치 갈등의 중심에 선 바른미래당
 
바른미래당 유승민, 지상욱, 이동섭, 오신환, 이태규, 정병국, 하태경, 유의동, 이혜훈 의원, 이준석 최고위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 참석해 “김관영 원내대표가 결자해지로 사보임을 철회한다면 김관영 원내대표의 불신임 추진 등 책임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지상욱, 이동섭, 오신환, 이태규, 정병국, 하태경, 유의동, 이혜훈 의원, 이준석 최고위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 참석해 “김관영 원내대표가 결자해지로 사보임을 철회한다면 김관영 원내대표의 불신임 추진 등 책임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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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현재, 정치 갈등에 대한 혐오 정서를 기반으로 성장한 바른정당은 모순적이게도 정치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패스트트랙 정국이 정치혼란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바른미래당의 사보임 문제였다.

바른미래당이 연루된 정치 갈등은 이번 사보임만이 아니다. 바른미래당은 다양한 정치적 갈등의 중심에 서고 있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과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 간의 갈등, 바른미래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들이지만 사실당 바른미래당과 다른 정치적 행보를 걷는 의원들의 제명 문제, 이언주 의원의 탈당 문제, 의정활동은 하고 있으나 당 내 문제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는 의원 문제, 원외위원장들의 현 지도부 비토 문제 등 바른미래당은 온갖 정치 갈등에 연관되어 있다.  

2020년 21대 총선 정국으로 전환됨에 따라 정당 간, 정당 내 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이며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혐오 정서 역시 다시 강해질 것이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은 대북 문제와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장외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정치적 갈등 정국을 애써 피하지 않으며 정치적 대결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 갈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혐오를 대변하여 성공했던 바른미래당이 아이러니 하게도 온갖 정치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자신들의 원동력을 상실한 것을 넘어 비판의 대상으로 전환되어 버린 것이다. 이제 바른미래당 자신들만으로 제3지대 정당론을 이야기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과연 바른미래당은 이제 유권자들의 어떤 바람을 기반으로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인가. 더 나아가 바른미래당이 설 곳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총선이 이제 1년 남은 현재, 바른미래당의 선택이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다.

태그:#국민의당, #바른미래당, #정당지지율, #정치혐오, #정치갈등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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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사회복지학 학사 졸업. 사회학 석사 졸업. 사회학 박사 수료. 현직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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