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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를 찾은 여행객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활짝 핀 유채밭의 '하트'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산도를 찾은 여행객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활짝 핀 유채밭의 "하트"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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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청산도 학교에서 처음으로 수학여행을 갔는데요. 학부모들의 반대가 심했죠. 보리를 베야 할 농번기인데, '일꾼'인 학생들을 데리고 육지로 놀러 간다고요. 교장 선생님이 학부모들을 설득한 끝에 수학여행을 갈 수 있었는데, 그때 도청항에서 배를 탔죠."
 
완도 청산도 도청마을에서 나고 자란 김병국(51)씨의 말이다. 그의 수학여행지는 해남과 목포였다. 완도읍에서 버스를 타고 두륜산 대흥사를 거쳐 유달산 조각공원에 들렀다. 대흥사 대웅보전 앞과 유달산 조각공원에서 찍은 단체 사진이 그때를 떠올려 준다.
 
"그때 기억이 생생합니다. 처음으로 육지에 나간 친구들이 있었는데요. 차창 밖으로 지나는 기차를 보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기차다!' 하면서 환호성을 질렀거든요. 수학여행 가서 본 목포는 별천지였죠."
 
김씨의 기억 저편에 남아있는 학창시절 추억이다. 그에게 청산도 도청항은 섬과 뭍을 연결해 주는 징검다리였다. 수학여행을 갈 때도, 도회지의 친척집에 갈 때도 도청항에서 배를 탔다. 고등학교 연합고사를 보러 갈 때도 매한가지였다. 그에게 도청항은 도회지의 다른 이름이었다. 
 
청산도를 찾은 여행객들이 노란 유채꽃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며 청산도의 봄을 만끽하고 있다. 그 너머로 복원된 청산진성이 보인다.
 청산도를 찾은 여행객들이 노란 유채꽃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며 청산도의 봄을 만끽하고 있다. 그 너머로 복원된 청산진성이 보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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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권덕마을 풍경. 1970년대에 지어진 마을창고가 눈길을 끈다. 언뜻 보기에 문화재로 지정해도 괜찮을 건물이다.
 청산도 권덕마을 풍경. 1970년대에 지어진 마을창고가 눈길을 끈다. 언뜻 보기에 문화재로 지정해도 괜찮을 건물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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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추억 속의 도청항이 지금,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도회지를 향한 섬사람들의 동경이 아니다. 섬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심으로 여행길에 나선 외지인들의 발길이다.
 
섬을 찾은 외지인들은 너나없이 다랑이 논과 어우러진 노란 유채밭을 하늘거린다. 파란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샛노랗게 물든 꽃물결에 탄성을 토해낸다. 봄바람에 일렁이는 청보리와 마늘밭에서도 감동을 받는다.
 
청산도를 찾은 사람들은 마을의 돌담길을 따라 뉘엿뉘엿 거닐며 시간이 멈춘 듯,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섬의 매력에 푹 빠져든다. 언제라도 여행자들을 만족시키는 섬, 청산도다.
  
'슬로시티' 완도 청산도 도청항 전경.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 배 위에서 찍었다.
 "슬로시티" 완도 청산도 도청항 전경.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 배 위에서 찍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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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여행객을 가득 태운 배가 도청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도청항은 섬과 뭍을 연결해주는 징검다리다.
 청산도 여행객을 가득 태운 배가 도청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도청항은 섬과 뭍을 연결해주는 징검다리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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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항은 하늘과 산과 바다가 푸른 '청산(靑山)'의 관문이다. 완도에서 남쪽으로 19㎞ 떨어져 있다. 섬을 찾는 여행객들이 많은 만큼, 포구에 줄지어 서 있는 게 여행자를 위한 투어버스다. 버스는 일주도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돈다. 승차권을 사면, 아무 데서나 타고 내릴 수 있다.
 
전복, 해삼, 멍게, 개불 등 해산물을 파는 항구의 수산물 판매장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싱싱한 해산물에 끌려 발걸음을 멈춘 여행객들이다. 너도나도 값을 물어본다. 덩달아 해산물을 손질하는 판매상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바닷가에는 특산물 판매대가 줄지어 있다. 청산도 바다가 키운 미역과 다시마, 곱창김이 눈길을 끈다. 섬의 산과 들에서 캔 쑥과 달래, 나물, 두릅, 고사리도 펼쳐져 있다. 
 
청산도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도청마을의 돌담길. 파시 덕분에 1970년대까지만 해도 활력이 넘쳤던 곳이다.
 청산도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도청마을의 돌담길. 파시 덕분에 1970년대까지만 해도 활력이 넘쳤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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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향토역사문화전시관 전경. 옛 청산면사무소다. 섬사람과 애환을 같이 했던 건축물이다.
 청산도 향토역사문화전시관 전경. 옛 청산면사무소다. 섬사람과 애환을 같이 했던 건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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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장 뒷골목에는 섬의 옛 문화와 역사가 배어 있다. 청산도가 번성했던 1930년대부터 70년대까지의 흔적이다. 당시 청산도에서는 고등어와 삼치 파시가 열렸다. 파시는 풍어기에 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 시장을 일컫는다. 어업 활동이 그만큼 활발했다. 선박과 어판장에 얼음을 만들어 파는 제빙공장이 항구에 있었다.
 
고기 잡는 선원들이 드나들던 요정도 즐비했다. 요정이었던 동명관은 섬에 남아있는 건축물 가운데 가장 오래 됐다. 나주여관과 비취다방도 호황을 누렸다. 향토역사문화전시관으로 탈바꿈한 옛 청산면사무소도 여기에 있다. 섬사람들의 체취가 흥건히 묻어나는 골목이다.
 
뒷골목을 따라 뉘엿뉘엿 거닐며 청산도의 과거와 현재를 한꺼번에 만난다. 그 재미가 쏠쏠하다. 골목길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미로 같다. '미로길'이다. 모두 42.195㎞로 이뤄진 청산슬로길의 11코스다. 
 
유채밭 너머로 보이는 도락리 해안 풍경. 해안가에 방풍림으로 심은 곰솔이 줄지어 있다.
 유채밭 너머로 보이는 도락리 해안 풍경. 해안가에 방풍림으로 심은 곰솔이 줄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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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를 찾은 여행객들이 '봄의왈츠' 세트장 부근의 유채밭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산도를 찾은 여행객들이 "봄의왈츠" 세트장 부근의 유채밭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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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한 바퀴 도는 청산슬로길은 도청항에서 도락리를 거쳐 '봄의왈츠' 세트장으로 이어진다. 가뭄 때도 마르지 않았다는 동구정(東口井)이 도락리에 있다. 마을주민들의 식수로 쓰였다. 도락리 해안가에는 곰솔이 줄지어 있다.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이다. 마을 뒤편은 청보리가 자라는 계단식 논이다. 논에 노란 유채가 활짝 피어 꽃밭을 이루고 있다.
 
슬로길은 유려하게 구부러진 유채꽃밭을 따라 영화 '서편제' 촬영지였던 당리마을로 이어진다. 당리는 1650년 청주 한씨와 초계 최씨가 들어와 살면서 마을이 형성됐다. 언덕 위의 사당에서 해마다 음력 정월초사흘에 마을의 안녕을 비는 당제를 지내고 있다.
 
복원된 청산진성도 여기에 있다. 예부터 청산도는 서남해안 바닷길의 요충지였다. 왜구의 출몰이 잦았다. 1681년(숙종 7년)에 수군 만호진(萬戶鎭)이 설치됐다. 1866년(고종 3년)에는 당리진(堂里鎭)이 설치됐다. 
 
유채밭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전시용 초분. 그 옆에서 여행객들이 바다와 어우러진 유채밭 풍경을 사진으로 담고 있다.
 유채밭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전시용 초분. 그 옆에서 여행객들이 바다와 어우러진 유채밭 풍경을 사진으로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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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용 초분이 아닌 실제 초분. 2009년 5월 청산도 두장리에서 찍은 것이다.
 전시용 초분이 아닌 실제 초분. 2009년 5월 청산도 두장리에서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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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왈츠' 세트장 앞에 초분(草墳)도 유채꽃밭과 어우러져 있다. 여행객들에게 보여줄 목적으로 만든 초분이지만, 호기심을 자극한다. 초분은 초가로 만든 임시무덤이다. 시신을 땅에 묻지 않고 짚으로 가묘(假墓)를 만드는 장례문화다. 2〜3년 뒤에 뼈만 골라 매장을 한다.
 
초분에는 바다로 고기잡이 나가서 장례에 참석하지 못하는 가족에 대한 배려도 담겨있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한없이 번거로운 일이다. 하지만 초분은 섬에서 면면이 이어져 온 전통이다. 지금도 간혹 초분 장례를 치른다.
 
'봄의왈츠' 세트장에서 화랑포로 가는 길은 호젓하다. 오가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 길섶의 숲은 소나무, 후박나무, 예덕나무, 동백나무, 굴거리나무로 울창하다. 털머위와 꽃잔디, 봄까치꽃도 지천이다. 산새들의 지저귐도 귓전을 간질인다.
  
청산도 범바위 풍경. 바다를 조망하기에 좋은 슬로길 5코스에서 만난다.
 청산도 범바위 풍경. 바다를 조망하기에 좋은 슬로길 5코스에서 만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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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앞바다의 해지는 풍경. 청산도는 사계절 언제라도, 하루 중 어느 때라도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해 준다.
 청산도 앞바다의 해지는 풍경. 청산도는 사계절 언제라도, 하루 중 어느 때라도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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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길 5코스 범바위의 전망도 좋다. 6코스에서 만나는 양지마을의 구들장논은 농업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구들장논은 식량이 귀한 청산도에서 농사를 지으려고 땅에 구들을 깔아 만든 논을 일컫는다. 7코스의 상서마을 돌담길도 옛 모습 그대로 멋스럽다. 8코스의 진산갯돌해변은 해돋이, 10코스의 지리청송해변은 노을로 황홀경을 연출한다.
 
참 아름다운 섬이다. 청산도를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은 다 공감을 한다. 아직 가보지 못한 사람도,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어 하는 섬이다. 여러 번 찾아가도 좋은, 갈 때마다 감동을 안겨주는 섬 청산도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가면 더 좋다.
  
노란 유채꽃과 어우러지는 청산도 섬마을 풍경. 청산도를 찾은 한 가족이 유채밭 사잇길을 따라 당리마을로 향하고 있다.
 노란 유채꽃과 어우러지는 청산도 섬마을 풍경. 청산도를 찾은 한 가족이 유채밭 사잇길을 따라 당리마을로 향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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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일보에도 실립니다.


태그:#청산도, #김병국, #도청항, #유채꽃, #봄의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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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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