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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리본' 배지 단 황교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오전 인천광역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추모관앞 광장에서 엄수된 '세월호참사 일반인 희생자 5주기 추모식'에 자유한국당 배지와 '노란리본' 배지를 함께 착용하고 참석했다.
▲ "노란리본" 배지 단 황교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오전 인천광역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추모관앞 광장에서 엄수된 "세월호참사 일반인 희생자 5주기 추모식"에 자유한국당 배지와 "노란리본" 배지를 함께 착용하고 참석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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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님께.

일면식도 없는데 불쑥 이렇게 편지를 드리게 되어 송구합니다. 전 정권의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분이어서인지, 야당의 대표로 호칭하는 것이 어째 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번듯한 외모에다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탓인지, 아직까지도 성함 뒤엔 국무총리나 법무부 장관이라는 직함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내달 18일에 있을 5.18 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에 대표님께서 참석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외람되지만, 그 뉴스를 접하고서 솔직히 '이게 뭐 하자는 짓일까' 싶었습니다. 지난 2월 5.18을 왜곡하고 폄훼한 같은 당 소속의 의원들에 대해 당 윤리위원회에서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게 불과 며칠 전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 5주기였던 지난 16일, 역시 같은 당의 다른 전현직 두 의원님이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망언을 경쟁하듯 버젓이 쏟아냈습니다. 측은지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저급하고 매몰찬 저런 자들이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인가 싶어 며칠 동안 내내 우울했습니다. 당의 대표로서, 기념식 참석 결정은 병 주고 약 주는 꼴 같아 황당했던 겁니다.

모르시진 않겠지만, 5.18은 부정한 독재 권력에 맞서 광주의 학생과 시민이 목숨을 내걸고 저항한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적 평가가 이미 내려졌습니다. 정부가 공식 지정한 민주화운동 기념일이며, 이곳 광주가 세계가 주목하는 민주주의의 성지로 우뚝한 이유입니다. 곧, 청사에 빛나는 5.18을 폄훼하고 왜곡한다는 건,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일입니다.

역사를 부정하는 망언을 일삼고, 수십 년간 한을 품고 살아온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저들을 별 일 아니라는 듯 눙치면서 5.18 영령들을 마주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단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묘역에 헌화하는 거라면, 그것은 추모가 아니라 차라리 조롱입니다. 나아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죽어간 그들을 욕보이는 패륜적 행위입니다.

5.18 민주묘지는 대표님이 오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차기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이신 대표님께 드릴 말씀은 아닌 줄 압니다만, 국립 5.18 민주묘지는 대표님을 비롯해 자유한국당 소속 정치인들이 감히 발을 들일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오래지 않은 과거, 목숨을 걸고 고문과 용공조작, 민주주의 탄압 등 독재정권의 만행에 맞선 이들이 잠들어 계신 곳이기 때문입니다. 석고대죄하고 환골탈태할 게 아니라면, 찾아오는 것 자체가 죄입니다.

자유한국당의 뿌리가 새누리당과 한나라당, 민주자유당 등을 거슬러 서슬 퍼런 5공 시절의 민주정의당에 가닿아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고인이 되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 통합과 역사적 화해를 명분으로 전두환과 노태우 사면을 요청했을지언정, 유족들과 이곳 광주 시민들은 그럴 수 없습니다.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과는커녕 사실조차 왜곡하고 발뺌하는 그들을 어찌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당일 기념식에 오신다 한들, 대표님과 유족을 비롯한 5.18 관련 시민단체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식장에 들어가기도 전에 묘역 입구에서부터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몸싸움 등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이은 5.18 망언과 솜방망이 징계로 광주 시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한 지금, 너무도 뻔히 예상되는 시나리오입니다.

혹여 그렇게 되면, 보수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야당 대표의 참석을 막는 막 나가는 5.18 유족'이라는 식의 제목을 뽑을 테고, 기계적 중립을 표방한답시고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겁니다. 망언을 쏟아낼수록 '태극기 부대' 등 극우세력이 결집되었듯이 우파가 결집하는 효과도 기대됩니다. 하긴 보수 언론과 극우세력의 '공생'이야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표님의 기념식 참석이 총선을 1년가량 앞둔 지금 당의 안팎에서 제기되는 우경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쇼'로 읽히기도 합니다. 중도 성향의 표심을 자극해 당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얄팍한 술수처럼 비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 소속 의원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망언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상황에서, 바람대로 되지는 않을 겁니다.

진심으로 오고 싶으시다면, 구묘역에 가십시오
 
최고위 주재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 최고위 주재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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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황교안 대표님.

5.18 영령들에 대해 진심으로 추모하는 마음으로 참석하시는 거라면, 기념식이 열리는 신묘역 말고, 민족민주열사들이 잠들어 계신 구묘역을 먼저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5.18 당시 희생자 대부분은 신묘역 조성과 함께 그곳으로 이장되었지만, 이후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분들 상당수는 여전히 구묘역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 계십니다.

구묘역은 흔히 망월동 묘지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5.18 당시 공수부대에 의해 시민군이 진압된 뒤 임시로 안치해둔 126구의 시신을 쓰레기차에 실어 '내다버린' 역사의 현장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망월동 묘지가 민주화의 성지로 각인되자, 광주 학살을 통해 집권한 전두환 정권은 유족들을 끊임없이 회유해 강제 이장을 획책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구묘역에 들어서자면 '전두환 비석'을 밟고 지나가야 합니다. 대통령이 되고서도 감히 이곳을 방문할 수 없었던 전두환은 인근 담양의 한 마을에 머물게 되는데, 그걸 기념하기 위해 숙박한 마을에 세워둔 걸 가져다 참배객들이 지나가며 밟도록 부러 바닥에 눕혀놓았습니다. 유족들은 가족의 억울한 죽음의 한을 그렇게라도 풀고자 했던 겁니다.

전두환이 제12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다음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공안검사로 이름을 날리며 승승장구한 대표님께서 '전두환 비석'을 밟기란 쉽지 않을 줄 압니다. 전두환이 만든 당의 후예들이 모인 당의 대표로서, 그의 이름을 짓밟는 건 스스로 정체성을 부정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에게 '전두환 비석'은 일본 에도 막부 시절 기독교인 여부를 검증한 '에부미'일지도 모릅니다.

묘역을 다 둘러볼 여유가 없으시다면, 이한열 열사의 묘소 앞에서만이라도 머리를 숙이십시오. 대표님보다 열 살이나 어린 그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바쳐 싸웠다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아셔야 합니다. 그 위엔 대표님께서 국무총리로 재직하실 때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1년간 사경을 헤매다 돌아가신 백남기 어르신이 누워계십니다.

그리고 엊그제 돌아가신 김홍일 전 의원도 그곳에 와 계십니다. 아버지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7년 6월 민주항쟁 직후 귀국해 찾아와 5.18 영령들 앞에 통곡했던 바로 그 자리에 아들이 잠들어 있는 겁니다. 김대중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잡아다 모진 고문을 하고,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삶을 마감한 이에게 꽃 한 송이 바칠 수 있어야 정치인이기에 앞서 인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꿈이고 바람일 뿐 기대는 없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당 대표로서 망언을 일삼는 당 소속 의원들을 그렇게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념식 참석 여부를 두고 좌고우면할 게 아니라, 당장 망언을 한 의원들을 일벌백계하는 것이 최소한의 진정성을 인정받는 일이 될 것입니다. 기념식에 오고 안 오고는 그 다음의 문제입니다.

사족 하나 덧붙입니다. 대표님의 이름을 모르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당 대표가 되기 전부터 대표님은 제가 만나고 있는 고등학생 아이들에게도 꽤나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로 임용된 뒤, 검사장과 법무부 장관, 일인지하 만인지상 국무총리의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다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대표님의 명성은 실상 '오명'에 가까웠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픈 기억 때문입니다. 화려한 벼슬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세월호 세대'인 그들에게 대표님은 세월호 참사를 방조한 무능한 정권의 하수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욕지거리를 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꿈이 검사였던 명철한 아이입니다. "이런 자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검사였다니, 오늘부로 검사의 꿈을 접었습니다." 발끈하는 그 아이 앞에서 차마 차기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라며 말조심 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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