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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8년 2월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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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박근혜-이재용 뇌물사건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24일 대법원에 낸 의견서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을 통렬히 비판했다. 이들은 "이재용 항소심은 어떻게 정의로운 판단을 내릴 것인지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며 뇌물 인정액수 등도 "형량 감경 의도를 의심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뇌물사건의 공동주연이다. 그런데 두 사람의 항소심 재판부들은 뇌물죄 성립 범위를 두고 크게 엇갈렸다.

박 전 대통령 재판부(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차문석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했고, 삼성이 원활한 진행을 위해 청와대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외국자본에 맞선 경영권 방어 강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원 등 '부정한 청탁'을 했다며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또 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지원하기로 '약속'한 것 일부도 뇌물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재판부(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경영권 승계작업을 인정하지 않았고, 1심이 일부 유죄로 판단한 제3자 뇌물죄도 전부 무죄라고 했다. 그 결과 뇌물 인정액수는 89억 2227만 원(영재센터 16억 2800만 원, 정유라 승마 지원 72억 9427만 원)에서 승마 지원쪽 36억 3484만 원으로 대폭 줄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 1심 재판부와 비슷한 규모인 86억 8081만 원을 인정했다.

'국정농단 공동주연'의 엇갈린 판결

민변과 참여연대는 전체 20쪽짜리 의견서 대부분을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재판 비판에 썼다. 정형식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의 지배력 확보와 승계작업을 구분하며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하지만 두 단체는 이 구분 자체가 기계적이며 승계작업이 없었다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무리하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뇌물범죄에서 물적증거에 의해 100% 입증되는 경우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법부가 지금껏 이와 같이 불가능한 수준의 입증을 요구해오지도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쟁점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이다. 이 수첩은 '종범실록'이라고도 불리며 국정농단의 정황을 보여주는 주요 자료로 꼽혔다.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의 삼성 관련 지시를 꼼꼼히 받아적은 이 수첩을 국정농단 사건 재판부들은 대개 증거로 채택했다. 유일하게 '증거가 안 된다'고 한 곳만 이재용 항소심 재판부였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이 재판부가 "형식논리 뒤에 숨어서 사건의 실체에 대한 구체적 판단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2017년 10월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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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단체는 특히 이재용 항소심 재판부가 뇌물 액수를 대폭 줄이고, 그만큼만 횡령죄로 인정한 까닭은 '이재용 풀어주기' 아니냐고 의심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재판부는 말과 말 수송차량 이익을 산정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그저 '산정불가'라고 판단했다"며 "총 횡령금액을 36억 3484만 원으로 제한했다"고 언급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은 횡령금액이 50억 원이 넘으면 최소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그런데 이재용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인정한 횡령금액 64억 6295만 원을 거의 반토막냈다. 또 징역 5년 선고 후 구속 중이던 이 부회장을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으로 석방했다. 민변 등은 "횡령액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에서 사용이익 산정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고 했다.

민변·참여연대 "이재용 집행유예 염두에 두고..."

설령 이 액수만 인정하더라도 36억 원이 넘는 돈을 횡령하고, 그만큼 뇌물을 제공한 것은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니다. 두 단체는 "이 내용만으로도 일반적으로 집행유예가 선고되기 어렵다"며 "사실상 3·5룰(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라고 하는, 재벌총수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위한 결론을 염두에 두고 공소사실을 최대한 제한적으로 인정한 판결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은 "법원이 유독 대기업 관련 재판에서 억지로 3년 이하 형량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수십억 원대 뇌물이 인정된 이재용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 국민들의 사법부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 판결의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를 바로 잡아 국정농단과 정경유착 범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피고인들을 엄벌해주길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덧붙였다.

뇌물을 준 자와 받은 자의 혐의 인정 범위가 너무도 다른 만큼 박근혜-이재용 사건은 어느 쪽이든 기존 판결이 파기환송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은 지난 2월 이 사건들을 모두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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