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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학업을 중단하면 이를 패배 혹은 실패로 치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학교 밖에서도 교육이나 진로의 '끈'을 잡을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는 학생, 부모, 교사들을 만나본다.[편집자말]
새 학기가 시작되고 거의 두 달 가까이 된 요즘, 누군가에게는 '새로움'이란 낱말이 여전히 낯설 수 있다. 새로운 환경에 아직 적응하지 못할 수 있고, 또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낸 낯선 상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 수도 있다. 경쟁에 시달리는 학생들로서는 더욱 도움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네이버 지식인'은 학생들이 많이 활용하는 창구다. 성적 문제, 친구와의 갈등, 왕따, 학교 폭력 등 그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다급한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곤 한다. 물론 좋은 답변만 있는 건 아니다. 학교 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글에 변호사 사무실 또는 전문 경호회사를 광고하는 듯한 답변이 붙기 일쑤다. '왕따' 문제에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글에 '질문자 성격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거나 '헛소문을 퍼뜨려 복수하라'는 식의 답변은 외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아직 적절한 답변을 구하지 못한 학생이라면, 또는 그런 모습에 좀처럼 걱정이 가시지 않는 학부모라면, '위(Wee)센터( http://www.wee.go.kr )'를 주목할 만 하다.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상담 기관이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상담을 필요로 하는 이라면 누구나 고민을 나눌 수 있다.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며, 학부모도 상담이 가능하다. 상황에 따라 병원 등 다른 전문기관과의 연계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아직 남아있는 선입견... 날라리들 가는 곳? 아닙니다
 
상담을 원하는 청소년 모두를 환영하는 Wee센터
 상담을 원하는 청소년 모두를 환영하는 Wee센터
ⓒ 안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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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국적으로 200여 개의 Wee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에 있는 한 Wee센터를 찾아가 센터실장 A(50세·여)씨를 만났다. '새 학년 증후군' 또는 '신학기 학업 공포'란 말까지 흔하게 나오는 요즘, 이른바 '위기 학생'들을 직접 상담하며 느낀 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또한 상담을 망설이는 학생이나 부모들이 떨치면 좋을 '선입견'에 대한 생각도 듣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살다보면 부적응 상태에 놓일 때가 있어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죠. 약간의 도움으로 적응 상태로 갈 수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또 아이들이 특별나거나 이상한 게 아니라, 지금은 힘들지만 괜찮아질 거라고 인식해주고 기다려주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인터뷰에서 A씨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학생들의 신상 유출 등을 우려해 자신의 이름과 센터 이름 모두 익명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상담교사로 일한 지 올해로 17년째를 맞고 있다는 그는 "학생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센터를 이용하지 않고, 여기 오는 경우도 있다"면서 "센터에 방문한다는 자체를 노출하고 싶어하지 않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상담실은 깔끔했다. A씨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방들을 직접 소개했다. 어린 학생들을 위한 놀이 치료 도구부터 고학년 청소년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도 구비되어 있었다. A씨는 자신이 처음 학교 상담 교사로 근무했던 당시를 언급하며 "상담실에 가는 것에 대한 부모님, 선생님, 학생들 인식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그 때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선입견은 일부 작동하고 있는 듯했다. A씨는 "상담실이라고 하면, '그곳에 왜 우리 아이가... 날라리들만 가는 곳 아닌가요?'라고 하는 부모님도 있다"면서 "이곳에는 작년에 학생 100여 명이 방문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Wee센터나 상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상담의 문턱을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기란 개념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저학년을 위한 놀이치료가 준비되어 있는 Wee센터의 놀이방
 저학년을 위한 놀이치료가 준비되어 있는 Wee센터의 놀이방
ⓒ 안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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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는 We(우리들) + education(교육), We(우리들) + emotion(감성)의 합성어입니다."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Wee센터 소개 문구다. 또한 "Wee는 학교, 교육청, 지역 사회가 연계하여 학생들의 건강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지원하는 다중 통합지원 서비스망"이란 글과 함께 "학생 위기 상담 종합 지원 서비스"라고도 소개하고 있다. '위기의 학생',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A씨는 이렇게 되물었다.

"위기란 개념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그는 "가출 혹은 이른바 일탈 위기에 있는 아이들은 열 명 중 한 명 꼴"이라고 했다. 이어 A씨는 "그 밖의 아이들은 대인 관계 기술을 조금 향상하거나 의사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곧 적응 단계로 갈 수 있는 경우"라면서 또한 "학생 본인 자신을 '문제아'로 인식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외부의 시선 또는 그런 시선으로 인한 위축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래서 A씨의 말은 Wee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이어졌다. Wee센터에서 상담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협력 병원 의사가 센터를 방문해 월 1∼2회 상담과 함께 전문적인 진단도 제공한다. 이때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경우 관련 치료비도 지원된다고 한다.

A씨가 있는 Wee센터의 경우는 대학생 멘토와 함께 영화를 보거나 밥을 먹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형, 누나들과 얘기하며 노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그는 "부모와의 관계가 중요한 시기인 만큼, 1박 2일 가족 캠프도 제공한다"면서 "부모님 상담과 더불어 가족 간 친밀도를 높이는 시간도 갖고 있으니 많이 이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담 문턱 더 낮출 필요"
 
Wee센터의 상담실
 Wee센터의 상담실
ⓒ 안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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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그럼 학생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을 이용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A씨는 "아이들이 너무 힘이 들어 센터에 온다고 생각한다"면서 "아이가 정말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러니 '더 빨리'보다는 아이들 스스로도 기다릴 줄 아는 마음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래야 상담이 필요한 학생들이 '문턱'을 더 쉽게 넘을 수 있을 것이다. A씨는 "상담의 문턱을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었다. 그는 끝으로 어른들을 향해서도 이런 바람을 밝혔다.

"한 아이가 인간으로 자라려면 50명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Wee센터만 있는 게 아니니까, 구청, 청소년 센터, 수련원, 정신상담센터 등과 더 활발하게 협력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학업 중단 학생일 경우, 직업 체험으로 연계해주는 등 관련 기관을 확장하고 서로 협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태그:#WEE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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