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밥상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지 않으며, 카페에서 막걸리를 마시지 않는다.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예식장에 들어가지 않고, 굵직한 시가를 물고 다이빙을 하지 않는다. 무도장에서 책을 읽지 않으며, 노래방에서 로댕의 조각상처럼 생각에 빠지지 않는다. 

회의장에서는 회의장에 맞게, 영화관에서는 영화관에 맞게, 공간의 특성에 따라 행동을 하고 생각을 한다. 학생에게는 학업의 공간, 노동자에게는 노동의 공간, 작가에게는 창작의 공간, 봉사자에게는 봉사의 공간, 범죄자에게는 범죄의 공간이 된다. 공간은 개인 또는 집단의 생각과 행동을 억제하거나 촉진 시키는 기제로 작용한다. 

원시사회에서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공간들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사람들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새로운 역사를 이루어 왔다. 농경사회와 산업사회에서는 하늘을 향하는 높은 건물을 짓거나 땅속을 파고드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새로운 길을 만들고 교통과 통신의 새로운 수단을 개발하였다. 과학기술과 교통 그리고 통신수단의 진전을 이루어 정보화시대의 가상공간을 만들어 냈다. 

현대사회를 가상공간으로 설명되는 정보화 사회라고 한다. 정보화 사회는 진보한 교통과 통신수단을 기반으로 가상공간의 네트워크적기능이 두드러진다. 대량의 정보가 생산되고 정보의 유통속도가 가속된다. 사회적 욕구가 다양화되고 고도화되며 개별화되면서 정보화 사회는 급격하게 변화한다. 그러나 사회는 정보의 양적 변화에 상응한 근본적 변화에 이르지 못한다. 그 결과 기업의 독점에 따른 문화적 다양성이나 창조성 상실, 거짓 정보, 프라이버시 침해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 

가상공간은 비물질적 공간으로 개인이 아이디나 아바타로 표현되는 비대면 익명성의 사회다. 현실이 아닌 가상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관계 위주의 사회다. 만남과 헤어짐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성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집단을 이룬다. 집단은 개인보다 모험적이거나 보수적인 극단적인 성향(Group polarization)이 있게 되고, 조직원들의 의견 일치를 끌어냄으로써 비판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집단적 사고(Groupthink)를 한다. 이러한 특성들은 가상공간에서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는 억압되고 비정상적인 성적 욕망 등의 행동들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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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영 사건은 버닝썬의 사내 이사로 등록된 승리가 수사를 받던 중 드러났다. 카카오톡 대화방에 불법 촬영한 음란물을 유통시키고, 성범죄를 저지른 정황을 공유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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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버닝썬 사건과 정준영 사건으로 우리나라의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적 관심이 뜨겁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김상교씨 폭행 사건으로 점화된 이른바 '버닝썬 사건'은 현재 클럽 안에서 성 접대, 마약판매, 불법 촬영, 탈세 등이 이루어졌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정준영 사건은 버닝썬의 사내 이사로 등록된 승리가 수사를 받던 중 드러났다. 카카오톡 대화방에 불법 촬영한 음란물을 유통하고, 성범죄를 저지른 정황을 공유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건은 현실 공간의 클럽 버닝썬과 가상공간의 카카오톡 단톡방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여성을 억압하고 짓밟은 사건이다. 두 사람이 현대의 정보화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아이돌 문화의 중심에 있는 연예인이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승리의 버닝썬 사건과 정준영 사건이 우리 사회에 주는 충격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그들의 타락한 도덕성이다. 그들의 사교 문화의 저변에는 잘못된 가부장 주의가 있다. 가부장 주의는 의리와 집단, 책임과 억압, 권위와 군림을 암시한다. 그들은 여성을 성적 대상 또는 사교 수단으로 보고 돈과 약품에 의해 여성을 억압하고 군림했다. 그들의 타락한 도덕성은 불법 성매매와 불법 촬영과 유포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러한 범죄적 상황을 공유하고 용인했다. 

다른 하나는 그들의 인성이다. 정보화시대는 대량의 정보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사회이다. 정보의 대량 생산과 소비는 아이돌 문화의 배경이 된다. 문화산업은 기업에 독점되고, 아이돌은 개개인의 개성이 매몰된 모습으로 기획된다. 대량 정보를 기반으로 아이돌은 대중에게 맞춰질 뿐, 아이돌의 모습은 실재하지 않는다. 아이돌의 모습은 자본과 정보에 기반한 기업과 언론, 그리고 통신수단의 결합 때문에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환상이다. 그들 본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나머지 하나는 그들의 욕망과 관련된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시대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들의 욕망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하여야 한다. 이번 사건은 그들에게 잠재되어 있던 욕망이 어떤 계기를 만나 자극을 받고 강화되어 왜곡된 모습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는 클럽 버닝썬의 운영방식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버닝썬의 운영방식은 그들의 욕구와 우리 사회에 잠재된 고객의 욕망이 만나는 지점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그들의 타락한 도덕성과 비뚤어진 욕망이 우리 스스로와 우리 사회에 잠복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공간이 고립된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라고 한다면, 그들의 사건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우리의 문제라고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