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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직장 23년차 직장맘이다. 가정에선 아이들도 올해 대학생이 되었고, 직장에선 팀장이 되었다. 남들이 이런 나를 보면 "애들이 다 커서 좋겠네" 또는 "직장에선 좀 여유가 있겠네"라고 하겠지만 나는 여전히 바쁘다.

이 정도 생활했으면 프로페셔널하게 집안일도 능숙하고, 직장에서도 베테랑이 되어야 하지만, 나의 삶은 늘 바쁘고, 좀처럼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면 출근하는 대로, 좀 늦게 하면 늦게 출근하는 대로 거기에 따라 늘 할 일이 생긴다.

오늘 아침만 하더라도 평소보다 1시간 늦게 출근해, 오히려 여유가 생길 듯한데 그 때에 맞춰 늘 할 일이 있다. 거실 쓸고 닦기, 아침 준비, 식사 후 식구들 과일 준비하기. 그러다 보면, 나의 출근 준비는 밀리고 밀려서 시간이 빠듯해 부리나케 달려나간다.
 
새 구두.
 새 구두.
ⓒ 함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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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동안도 조금이라도 빨리 가기 위해 총총 걸음을 치면서 달리다시피 걷는다. 사실 얼마전 구입한 새 구두기 적응이 안 돼 발이 아픔에도 참고 달린다. 이미 나는 100미터 단거리 정도는 걷고 뛰고 할 자신이 있다. 사무실 가서도 젊은 후배 직원한테 조금이라도 안 좋은 모습을 보일까 봐서, 이 일 저 일 챙기다 보면 늘 바쁘다.

그런데 언제부터 인가 이런 나의 삶이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귀찮고, 슬슬 짜증도 밀려온다. 아무도 없는 곳이나, 조용한 산에서 새소리와 맑은 공기 쐬면서, 하늘을 보면서 몇 날 며칠 쉬고 싶다. 가끔 가족이나 신랑과 하루나 이틀 정도 교외로 나가지만, 가족이랑 함께 있다보니 내 생각을 챙길 여유가 없다.

생각해보니, 사는 동안 늘 직장맘으로, 아이들에게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게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시간이 되는 한 더 챙겨주려는 마음이 있었다. 또한 곁에 있는 남편도 때론 협조를 안 해준다고 투덜거리기도 하였지만, 내심 내조를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늘 한구석에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체력이 되는 한, 시간이 되는 한 작은 것 하나라도 식구들에게 더 챙겨주려고 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은 늘 나중이었던 것 같다. 하루에 정말 나 자신을 얼마나 생각 했을까? 아니 하루가 아니라 한 주, 아니 한 달 동안 나를 얼마나 생각했을까? 내 생각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 본 지가 너무 오래 된 것 같다.

100세 시대의 반을 가족을 위해, 남의 생각을 하며 살았다면, 나머지 삶은 그곳에 작은 공간이나마 한 10~20%라도 나를 생각하면서 살아야겠다.

"고생했다, 애썼다 희옥아."

태그:#나를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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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중년의 잔잔한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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