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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의 주인은 누구인가? 약자를 배려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지하철 배려석이 시끄럽습니다. 누가 교통약자인가라는 '존재'에 관한 질문에서부터 '잠시 앉는 것도 안되느냐'는 운영방안까지 설왕설래가 한창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이에 얽힌 사연 두 편을 통해 지하철 배려석 문제를 어떻게 풀지 생각해 봅니다. [편집자말]
 
 '임산부의 날'인 10일 오후 운행중인 서울 지하철에서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있다. 2013년부터 서울지하철에 도입된 임산부 배려석은 핑크색 의자, 핑크카펫 등으로 표식 돼 있다. 2017.10.10
 <감성일기>의 한송 작가는 "이해 없는 배려는 없다. 위한다는 것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할 때 일어난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우리가 임산부의 어려움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우리 스스로 배려의 마음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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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때가 있었다. 더운 여름날 아이스크림 하나로 온 동네 아이들이 돌려먹고, 비 오는 날 어머니가 김치전을 만드시면 옆집과 나눠 먹고, 눈이 많이 내린 날엔 동네 어른과 아이들이 모두 나와 함께 눈을 쓸곤 했었다. 어디 그뿐인가. 버스에 서 있는 사람들의 가방이나 짐을 들어주는 건 기본이었다. 비가 오면 같은 방향으로 가는 모르는 사람과도 우산을 함께 쓰고,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어르신을 보면 달려가서 기꺼이 들어드렸다.

어린 시절, 옆집 아주머니가 시장을 가면 갓난아이를 돌봐주고, 어머니가 일터에서 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옆집에 가서 구수한 된장찌개에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은 적도 종종 있었다. 모두 다 부족하고 모자라는 환경이었지만 배려와 나눔으로 채웠고 서로 믿으며 더 좋은 미래를 꿈꾸며 살았다. 나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낸 1970년대는 가슴 따뜻한 세상이었다. 

50년이 지난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 시절 새마을 운동을 시작으로 한국은 날로 발전하여 선진국 대열에도 들어섰다. IT 분야에선 강대국에 속할 정도로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돈만 있으면 원하는 것은 대부분 가질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사회 분위기는 삭막해 보인다.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무표정한 얼굴에서는 공감이라는 단어를 찾기가 힘들다. 매일 출근하는 직장에서도 치열한 경쟁과 성과 위주의 사회구조로 인해 정(情)을 나눌 여유조차 없어 보인다. 출·퇴근길은 어떠한가.

지하철이나 버스 안의 사람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스마트폰에 몰입되어 눈을 마주칠 일조차 없고 무관심한 얼굴들 속에서 배려와 이해는 사라진 듯하다. 물론 각박한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청장년층의 실업, 경기 침체, 불투명한 미래 등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불안으로부터 오는 상대적인 압박감 때문에 타인을 배려할 여유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는 게 어렵고 힘들다고 인심마저 각박해지면 세상이 얼마나 더 삭막해질지 한 번쯤은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임산부 배려석을 향한 과도한 편견

'배려'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며칠 전 집에 놀러 온 큰딸의 이야기가 문득 생각이 난다. 퇴근길에 지하철을 탄 딸의 직장 동료는 임신 중기라 누가 봐도 배가 나온 상황이었다.

핑크빛 '임산부 배려석'에는 한 남성이 앉아있었다. 핸드폰에 집중한 남성은 자리를 양보해주지 않았고, 온종일 업무에 지쳐 피곤하고 몸도 무거웠던 동료는 기다리다 못해 "자리 좀 양보해주시겠어요?"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 남성은 갑자기 눈을 치켜뜨며 "에이 XX, 재수 없어!"라고 말하며 다른 곳으로 갔다고 했다. 이제 겨우 임신 안정기에 들어선 큰딸은 남의 일 같지가 않아 무섭고 서럽다며 이야기 도중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임산부 배려석'은 보건복지부가 서울시 등 지자체와 협의하여 2013년부터 서울 지하철에 노약자석과는 별도로 지정해 임산부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이다.

기존에 임산부들은 지하철 객실에 빈 좌석이 없으면 노약자석을 이용하였으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의 비중이 늘어나 노약자석에 앉기 힘들게 되었고, 유산 위험성이 가장 높지만 배부른 티가 안 나는 초기 임신부는 노약자석에 앉을 수도 없기에 사회적 배려 차원에서 생긴 제도이다. 

그러나 시행 초기부터 지금까지 '임산부 배려석'은 "배려일 뿐 의무가 아니다" "다른 교통약자들과 남성들에 대한 역차별이다" "강제사항이 아니므로 강요하지 말라" 등과 같은 반대 주장들로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임산부를 위해 자리를 비워두자'는 본래 취지와는 무관하게 비임신 여성이나 남성 모두 아랑곳하지 않고 앉아서 잠을 자거나 휴대폰을 보느라 임산부가 서 있는지조차 모르고, 설령 알아도 양보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정작 배려석의 주체인 임산부들이 '임산부 배려석'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약자에 대한 배려는 사회적 의무    

나는 약자에 대한 배려는 사회적 의무라고 생각한다. 강자는 자신을 보호할 힘과 능력이 있지만, 약자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고 보호해 줄 사회적인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자라 온 1970년대나 지금이나 시대와 상관없이 우리는 타인과 공존하며 각자 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 요즘처럼 모두가 살기 힘든 때일수록 공생·공존을 위해 더더욱 배려와 양보를 미덕으로 여기고 살아가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현시대에서 우리도 언제 어떤 형태로든 약자가 될 수도 있다. 

'임산부 배려석'을 놓고 혹자들은 의무냐 선택이냐를 따지며 갈등을 일으키는데, 그러기에 앞서 '배려석'의 주체가 왜 배려를 받아야 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임산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감성일기>의 한송 작가는 "이해 없는 배려는 없다. 위한다는 것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할 때 일어난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우리가 임산부의 어려움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우리 스스로 배려의 마음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차가 있지만,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 균형의 변화는 몸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온다. 임신 초기에는 몸에 열감이 나고 나른해진다. 쉽게 피곤해져서 졸음이 쏟아지기도 한다. 심한 입덧과 계속되는 구토 증상으로 탈수증세가 오고 빈혈로 어지럽거나 현기증을 느낀다. 자궁이 커지면 심장과 폐를 압박하여 작은 동작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차서 숨쉬기가 힘들어진다.

배가 불러오고 무거워짐에 따라 요통, 치골통, 고관절통 등이 더 심해지고, 오래 서 있으면 다리에 부종이 생기고 경련도 일어나서 장시간 서 있기가 힘들어진다. 인파에 떠밀려 제 한 몸 가누기도 힘든 출·퇴근길 대중교통 안에서는 오죽하랴. 

혹시라도 넘어질까 하는 불안감으로 온몸이 경직되는데 이때 자궁이 수축하여 배가 당기면서 통증이 밀려온다. 그럴 때는 의자에 앉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된다. 만삭의 임부는 물론이고 초기 임부에게도 착석은 매우 중요하다. '임산부 배려석'은 임부와 태아에게 있어서 건강과 생명을 지켜주는 '지킴이'로서 비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려는 뭔가 대단한 도움을 주는 일이 아니다. 타인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배려는 실천하는 당사자에게는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고 타인에게는 행복감을 주는 일이다. 게다가 배려하는 마음이 모이면 나 또는 내 가족도 타인에게 배려를 받을 수 있어서 결국엔 나 자신을 포함한 우리 모두를 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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