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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오자 ‘낙태죄 페지’를 주장하던 여성단체 회원들이 환호를 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오자 ‘낙태죄 페지’를 주장하던 여성단체 회원들이 환호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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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단체, 변호사단체 등이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내보였다. 정부는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이날 "낙태죄 비범죄화 환영"이란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그 동안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태도를 바꾸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과 관련해 낙태한 여성을 형사처벌하는 위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과 생명권, 재생산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헌법에 반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바 있다"라며 "우리나라는 여성이 불가피한 사유로 낙태를 선택한 경우 불법 수술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의사에게 수술을 받더라도 불법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받거나 요구할 수 없으며, 수술 후 부작용이 발생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여성의 건강권과 더 나아가 생명권이 심각하게 위협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 3월 안전하지 않은 낙태가 모성 사망과 질병의 주요원인이므로 모든 낙태를 비범죄화할 것, 처벌조항을 삭제할 것, 낙태한 여성에게 양질의 의료접근권을 제공할 것 등을 한국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라며 "이번 결정이 재생산권의 보장, 안전한 낙태를 위한 보건의료 제도의 확충, 태어난 아이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양육 환경 조성 등 사회 전반의 인권 수준 향상을 위한 생산적인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고군분투한 여성들 모두의 승리"
 
낙태죄 위헌여부 선고를 위해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유남석 소장과 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낙태죄 위헌여부 선고를 위해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유남석 소장과 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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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한국여성단체연합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며 "국회와 정부는 여성의 건강권과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여성의 존엄성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삶을 억압하던 낙태죄를 폐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여성들 모두의 승리"라며 "66년간 형법에 존재했던 낙태죄에 대한 이번 결정은 국가가 발전주의를 앞세워 여성의 몸을 인구 통제를 위한 출산의 도구로 삼았던 지난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해 강요와 처벌에 의한 강제적 재생산이 아닌, 재생산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적 풍토와 기반 마련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라며 "국회와 정부는 안전하게 성적 권리를 누리고 피임, 임신, 출산, 양육과 관련한 정보와 보건의료 시스템에 보두가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또 "안전한 임신중단권 보장을 위해 유산유도제의 도입과 관련정보 및 의료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법과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장는 "태아의 생명보호 의무는 여성만이 아닌 국가가 함께 짊어질 의무이다, 그런데 모자보건법상의 정당화사유에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갈등 상황이 전혀 포섭되지 않는다"라며 "낙태죄 규정이 그 입법 의도와는 달리 여성들의 음성적인 고비용·고위험의 불법낙태로 내몰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며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절로 인하여 임부의 건강과 생명에 위험한 사태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타당하다"라며 "다만 여성의 자기결정권 못지않게 태아의 생명권 역시 소중한 것이므로 이를 위해 성교육과 피임교육, 여성이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차별 없이 키울 수 잇도록 사회 환경과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 또 혼인 외 관계에서 출생한 자녀도 자유롭게 출생신고하여 인격 주체로서 정당한 의료서비스 및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호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도 "이제는 소모적인 찬반대립을 넘어 모두를 위한 새로운 세상을 논의할 시간이다"라며 "태아의 생명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바로 임신한 여성이다, 그런 임신한 여성이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낙태를 선택하는 경우 이 선택을 태아의 생명과 충돌하는 가치로만 보는 대결구도를 이제는 넘어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정 태아의 생명을 존중하고자 한다면 낙태한 여성을 처벌할 것이 아니라 임신한 여성이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권리보장적 법과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국회와 행정부가 심판대상조항과 관련 법규를 이번 결정의 취지에 부합하게 조속히 개정·적용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법무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문화체육관광부·국무조정실은 입장문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며 관련 부처가 협력해 헌법불합치 결정된 사항에 관한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태그:#낙태, #낙태죄, #폐지,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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