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권영빈 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소위원장
 권영빈 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소위원장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권영빈. 그는 "정말로 죄송합니다"라는 말부터 꺼냈다. "왜 죄송하냐"라고 물으니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그렇다"라고 답한다.

그는 2015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1기 특조위) 상임위원이자 진상규명소위원장이었다. 2017년 4월부터 16개월 동안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이하 선조위) 제1소위원장이었다. 세월호 참사 후 정부가 공식적으로 설치한 3개의 위원회 중 지난해 말 활동을 시작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를 제외한 2곳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그다.

이런 그가 왜 사과부터 했을까.

"3년 동안 선체가 바다 속 깊이 가라앉아 있어 선체 상태를 알기 어려웠고, 박근혜 정부의 조사활동 방해가 심했다. 그랬다고 해도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희생자들 앞에 진상규명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그 점이 너무 죄송하다."

지난 5년, 그는 누구보다 가까이서 '세월호 참사'를 직접 마주한 인물이다.

박근혜 정권 당시 특조위가 강제해산 당할 위기에 처하자 1기 특조위 상임위원으로서 단식투쟁을 자처하며 특조위를 지켜내려 했다. 선조위 활동 때는 금기시됐던 세월호 '외력가능성'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의 말처럼 '진상규명'이라는 결과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는 '결과를 내놓지 못한 채' 1기 특조위와 선조위를 마치고 다시 본래의 자리인 변호사로 돌아와야 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둔 10일 오후, <오마이뉴스>는 권영빈 변호사를 만나 그가 활동했던 1기 특조위와 선조위 활동을 하나하나 짚어봤다. 이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살펴봤다.
 
 인양된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입항한지 2일째인 1일 오전 반잠수정 화이트마린호에 실린채 정박해 있다.
 2017년 4월 1일 인양된 세월호가 반잠수정 화이트마린호에 실린 채 정박해 있는 모습.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내인설과 외력설   

지난해 8월 6일 선조위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분석한 종합보고서를 공개했다.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당시 여론은 세월호 침몰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선조위는 하나의 결론 대신 두 개의 선택지를 내놓았다.

김창준 선조위 위원장과 김영모 부위원장, 김철승 위원 등 3인은 '세월호가 내적인 요인으로 침몰했다'고 주장했다. 급변침과 무리한 증·개축, 화물 과적, 부실 고박, 복원력 감소 등 선체 내적인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세월호 침몰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2014년 6월 당시 검찰이 이준석 선장 등을 기소하며 발표한 잠정결론과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반면 권영빈 제1소위원장과 이동권 위원, 장범선 위원 등 3인은 '외적인 충격의 영향을 받았다'라면서 '외력설'에 힘을 실어줬다. 권 변호사는 이를 '열린안'이라고 표현했다. 내인설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뜻에서 '결론이 열려 있다는 열린안'이라고 불렀다.

권 변호사가 열린안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데에는 복원된 (차량용) 블랙박스와 선체에 남은 외력의 흔적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선조위는 세월호 선체 직립 후 화물칸에 있던 차량 블랙박스 동영상을 복원했다. 복원된 블랙박스 동영상은 참사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세월호가 갑자기 기울어진 다음에야 화물이 공중 부양하듯 넘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권 변호사는 세월호 선체 좌현에 남은 비틀림 현상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라고 말한다.

"지난해 8월 1일 선조위 활동 종료 직전 세월호 선체 내부를 자세히 살폈다. 그때 좌현 핀안정기실 내부 데크스토어라는 긴 창고 내부에서 '대변형'을 발견했다. 리프팅빔으로 가려져있던 선체 외판에서 외부충돌로 의심할 만한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외부 충돌이 없다는 입장이 세월호 선체의 흔적으로 부정됐다."

그는 "선체 좌현의 스크래치, 변형 등 손상을 보니 세월호 운항 중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나 해저 착지에 의한 게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면서 "특조위 2기가 이런 현상을 포함해 침몰원인으로 작용한 '열려 있는' 가능성을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지점에서 권 변호사는 "선조위 활동과정에서 아쉬웠던 것 하나가 있었다"라면서 선조위 차원의 '청문회'를 언급했다.

"(1기 특조위 때처럼) '청문회'를 통해 세월호 블랙박스 동영상을 국민들과 공유했다면 국민들이 침몰의 원인을 이해하는데 확실히 도움이 됐을 거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웠던 침몰 원인을 반박하는데 도움이 됐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는 "이제라도 선조위가 확보한 객관적 증거들, 특히 블랙박스 동영상에 대해 국민들이 더 자세하게 알게 된다면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인식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누가 세월호를 침몰시켰나
 
 권영빈 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소위원장
 "이제는 "누가 세월호 참사를 일으켰지", "누가 세월호를 침몰시켰지"라고 물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 책임 있는 자, 혹은 범인일 수 있는 자들을 포괄해 우리 사회가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권 변호사는 "(김창준 위원장 등이 주장한) 내인설은 기존 박근혜 정부에서 나온 결론, 즉 복원성이 나쁜 세월호가 화물을 많이 싣고 고박불량으로 침몰했다는 공식을 다시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1기 특조위 때는 정부가 내린 침몰 원인을 부정할 근거가 별로 없었다. 나부터도 '세월호는 복원성이 나쁜 배'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했다. 그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었기 때문에 (선조위 때 생각을 바꾸기) 어려웠다."

그는 "인천항에서 출항한 세월호가 병풍도까지 12시간을 운행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복원성이 나쁘면 항구에 정박하지도 못한다, 결국 세월호 자체의 결함이 침몰 원인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책임을 벗어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1기 특조위의 결과로서 '왜 안 구했지'라는 질문이 도출되었고, 선조위 활동 결과 '세월호는 어떻게 침몰했지'라는 질문이 도출됐다. 이제는 '누가 세월호 참사를 일으켰지', '누가 세월호를 침몰시켰지'라고 물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 책임 있는 자, 혹은 범인일 수 있는 자들을 포괄해 우리 사회가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권 변호사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지만 세월호 선체를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 보존방안과 거치장소 등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8월에 열린 선조위 전체회의에서 권영빈 변호사와 이동권, 장범선 위원은 선체를 경기 안산으로 옮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김창준 위원장과 김영모, 김철승 위원은 안산 혹은 목포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권 변호사는 "선조위 활동 종료 직전 마지막 전원위원회에서 위원들이 원형보존을 의결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면서 "장소에 대해서는 안산 3명, 안산 또는 목포 3명으로 의견이 나뉘어 의결하지 못했지만, 내용적으로 위원 6명 전원이 거치장소로 '안산'에 찬성했다는 사실을 주목하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세월호를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서도 세월호 상태를 제대로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 세월호에 생긴 손상의 종류와 그 크기를 선체 부위별로 정확하게 점검하고, 각각의 손상에 대해 어느 정도의 하중이 작용해야 생길 수 있는 것인지, 세월호가 전복 후 해저에 가라앉는 과정 역시 선미부터 선수까지 바로 해저에 착저했는지, 아니면 수중에서 한바퀴 돌아서 착저했는지, 착저하면서 처음 선미가 닿은 부분이 좌우로 얼마나 이동했는지 등을 과학적으로 따져야 한다."
 
 14일 오후 전남 목포 신항만에 거치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수색 종료 시점 등을 놓고 해양수산부와 협의한 결과 16일 입장 발표를 할 예정이다.
 2017년 11월 14일 오후 전남 목포 신항만에 거치된 세월호 아래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이 선체를 바라보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한편, 2기 특조위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내기 위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2기 특조위는 1기 특조위와 선조위가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침몰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2기 특조위는 <오마이뉴스>에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서 "내인설과 외력설을 포함해 알려진 모든 원인을 체계적으로 살피고 따져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2기 특조위가 확인해야 할 관련 자료만 약 180만 건에 이른다.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진 2기 특조위는 조사 개시 결정이 이뤄진 날부터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해야 한다. 단, 1년 이내에서 한차례 활동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댓글1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