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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은 하노이회담 이후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북의 방향을 읽을 때 중요한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이다. 중국은 오랜 시간 북의 최우선 협력국이었다. 여기에 더해 북은 최근 러시아와의 친밀감을 부쩍 드러내고 있다. 북·러, 북·중 관계는 '하노이 이후' 북의 결심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2회에 걸친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이를 짚어봤다.[편집자말]
북·중 밀월은 올해도 이어질 수 있을까? 북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중국 시진핑 주석은 2018년부터 올해 1월까지 꼬박 네 차례 정상회담을 열며 돈독함을 드러냈다. 네 번 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찾아가는 형식이었다. 

원동욱 동아대 국제학부 교수는 "지난 1월에 열린 4차 북·중 회담은 북이 중국에 일정한 양해를 구하러 간 게 아닐까 싶다"라며 "북이 미국과 물밑교섭을 하며 합의한 부분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일정 부분 중국의 양해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 베이징대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며 중국을 탐독해온 그는 하노이 회담 덕분에 중국이 "시간을 벌었다"라고 평했다. 그동안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배제되지 않게 비핵화 협상에 매달려왔는데, 북·미 관계가 교착국면에 접어들자 자국 안의 문제를 돌아보거나 전략적 대비를 할 시간이 생겼다는 뜻이다. 한·중 관계에서 "사드는 이미 끝난 문제"라고 정리한 원 교수는 "(비핵화가 진전되고) 북한의 문이 열리면 한·중이 협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자협력 구도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한국교통연구원 동북아물류경제연구센터를 거쳐 지난 2010년부터 동아대 국제학부 교수로 있는 원 교수를 지난 7일 만났다. 다음은 원동욱 교수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원동욱 교수 한·중 관계에서 “사드는 이미 끝난 문제”라고 정리한 원동욱 교수는 “(비핵화가 진전되고) 북한의 문이 열리면 한·중이 협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자협력 구도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 원동욱 교수 한·중 관계에서 “사드는 이미 끝난 문제”라고 정리한 원동욱 교수는 “(비핵화가 진전되고) 북한의 문이 열리면 한·중이 협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자협력 구도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 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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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분쟁 내상 입은 중국, 미국에 저자세... 한동안 그럴 것"

- 3월 8일 왕이 외교부장이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유관국 간 공동로드맵 작성과 다자 감독체제 구성을 제안했다. 어떻게 보나.
"중국은 오랫동안 다자안보와 관련해 일관된 태도를 보였다. 중국은 미일동맹, 한미동맹 등 미국이 동맹체계에 의지해 동아시아를 관리하는 구조를 저지하고 싶어했다. 다자협력구도가 중국에 유리했기에 이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이런 태도 자체가 변화한 건 아니지만 '공동의 로드맵'이라는 말이 눈에 띄었다. 다자안보에서 한 발 나아간 보다 구체적인 제안이다. 하지만 누구와 누가 어떻게 모이자는 건지 구상을 밝힌 건 아니다. 중국도 대강의 방향만 설정한 거 같다. 사실 중국도 하노이 회담 결렬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동안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이 급진전 될 가능성 때문에 중국 내부에서도 많은 논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북·미 관계가 경색됐는데, 중국으로선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거다. 이 상황에서 중국이 공동의 로드맵을 얘기했으니 남·북·미와 중국을 포함한 4자회담 정도를 이야기하는 거 아닐까. 넓게는 6자 회담이 되겠지만, 일단 공동의 로드맵을 짜자는 말을 한 건 중국이 들어가겠다는 거다."

- 하노이 회담 이후 중국의 반응은 어떤가?
"중국 내 학자들이 많이 놀랐다. 하노이 회담 전에 중국에서도 다양한 견해가 나왔지만, 결렬은 예상하지 못한 거다. 하노이 회담 다음 날인가, 북한의 외무성 부상이 북경을 방문했다. 여기에서 왕이 외교부장이 대북제재와 관련해 중국의 생각을 밝혔다. 북이 얼마나 비핵화에 노력하는지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완화되어야 한다는 거였다.

중국이 북에 일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중국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카드는 제재다. 물론 유엔 제재와 무관하게 중국이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하기는 어려울 거다. 중국은 2018년도에 강대국 외교를 하며 나름대로 미국에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에서 중국도 상당한 내상을 입었다. 이후 미국과 직접적인 갈등을 겪는 게 중국에 불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무역분쟁 이후 중국도 양국의 경제적 손실 등 주판알을 튕겨 봤을 거다. 그래서인지 올해 들어 미국에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 왕이가 기자간담회나 세미나에서 하는 말을 봐도 그렇다. '미국과 상호존중하면서 서로의 이익을 잘 조율 해나가 보자, 갈등하지 말자'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

"전략적 인내 끝낸 중국, 위기감 느꼈을 것"
 
환하게 웃는 김정은 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호텔 북경반점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진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 환하게 웃는 김정은 위원장 올해 1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베이징(北京)의 호텔 북경반점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진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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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제츠 중국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지난 3월 1일 폼페이오와의 통화에서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건설적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글쎄. 특별한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 중국은 북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가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는 데 빌미를 제공해준다고 여긴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국가안보에 위해를 가한다는 거다.  중국은 자기들이 나서서 북핵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겠다는 데서 한 발 떨어져 있었다. 2009년 당시에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구분해서 가기로 했다. 말로는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사실 전략적 방기에 가까웠다. 

그러다 2018년도가 된 거다. 중국은 놀랐겠지. 남북관계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돌아가니 '앗 뜨거워' 했을 거다. 그때 당시 북에 대한 아무런 지렛대가 없고 북·중 비선라인도 작동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북이 미국과 갑작스레 비핵화 협상으로 가는 상황에서 북·중이 네 차례 정상회담 했잖나. 한반도 정세가 중국의 예상보다 빠르게 급진전한 상황에서 중국판 '전략적 인내'가 끝난 거다. 중국은 전략적 대비를 하지 않으면, 동북아 신질서에서 불리한 위치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 느꼈을 거다. 중국은 이런 인식 속에서 움직일 거다." 

- 북미 비핵화 협상 중에 '중국 배후론'을 말하며 불편해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역할론'을 들고 나왔다. 현재 북미 상황에서 중국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보나.
"중국 역할론은 예상했던 바다. 하노이 회담이 잘되든 그렇지 않든 중국의 역할은 있었다. 현재 교착국면에서는 북이 미국이 원하지 않는 극단적 길로 가는 것을 막아줘야 하는 것도 있고. 미국도 이제 중국의 역할이 있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여기서 최악은 미국이 중국에 북을 통제해 달라고 하는 거다. 그런데 중국이 북을 통제할 수 있나. 

하노이 회담 후 북이 중국을 들를 것이라 예상했지만, 아니었다. 최근에는 북·중보다 북·러 관계가 더 가까워지는 것처럼 보인다. 북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하는 중에 중국의 후견인 위상을 인정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지금 상황에서 중국의 필요성은 크지 않을 거다. 외려 중국이 북을 압박하는 것을 피하며 러시아와 관계를 급진전시키고 있다.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해왔던 것을 피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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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무역분쟁, 경제 갈등은 북미 협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나.
"미·중 무역분쟁은 패권경쟁의 성격이 있다. 무역분쟁이 단순히 무역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면, 이렇게 오래가지 않았을 거다. 양국의 기술패권경쟁이다. 미래의 표준, 첨단산업 영역과 관련해 미·중의 패권경쟁 성격을 띠고 있다. 장기전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 협상이 진전되려면, 한반도 동북아 질서를 규정하고 있는 미·중 관계가 어떻게 조정되는지를 잘 봐야 한다. 지금은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중국이 저자세를 취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미·중 패권경쟁은 계속될 거다. 그 과정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때로는 중국이, 때로는 미국이 북핵 문제를 활용할 수도 있다. 미·중 패권경쟁의 순간마다 북핵 문제가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은 북핵 이슈와 무역 이슈를 연계하는 데 반대할 거다. 미국과의 패권경쟁 구도 속에서 다자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거다. 동아시아에서 미·일, 한·미 동맹 구도가 가능한 약화하기를 바라면서. 중국의 전략적 이익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 2018년에 각자 양자 관계에서 활동했다면, 2019년도 이후는 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양자 관계도 있겠지만, 3자, 4자, 6자 등 다자 형태가 강화되지 않을까 싶다."

- 북·러 정상회담이 이른 시일 내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데, 북·중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도 있나.
"하겠지만, 당장은 아닐 것이다. 시진핑이 답방할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이 네 번이나 중국에 갔다. 이건 굉장한 일이다. 북의 주민으로서는 '어떻게 우리 수령이 네 번이나 중국에 가서 정상회담을 하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북이 그만큼 절실했다는 거다. 북·중 정상회담을 위해 김 위원장이 또 중국에 가지는 않을 거다. 시기는 늦춰질 수 있다. 중국은 북핵이 급선무가 아니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배제되며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진전되니까 급하게 올라타려고 한 거다. 지금처럼 비핵화 협상이 교착인 국면에서는 중국도 자국 내 문제를 먼저 해결하면서 전략적으로 대비할 거다."

"사드는 이미 해소... 배치되고 한·중 관계 파탄나지 않았다"

- 북·중 관계가 문재인의 촉진자 역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나. 우리는 북·중 관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지난해 내내 고민했던 지점이다. 남북관계에 따라 북·미 협상이 진전되고 한반도 긴장 완화와 대북제재 완화가 이뤄지면 어떻게 될까. 중국이 빠른 속도로 북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나아갈 것이라고 봤다. 이것이(중국의 주도적 참여) 우리, 한반도에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당시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까지 북에 경제적 영향을 미쳐온 중국 인프라가 있는데, 북의 자원을 독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정부가 이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담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북한의 문이 열리면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 참여할 수 있을까. 우리의 역량은 어디까지일까. 북이 개방된다고 우리 경제가 갑자기 활력을 찾을까. 북과 우리 경제를 연결하는 건 길게 봤을 때 중장기과정에서나 의미 있다. 북의 철도·도로나 고속철도 개발에 우리가 얼마나 투자할 수 있나. 여기에는 어마어마한 자금이 필요하다. 우리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니다.

동시에 사업의 주체는 북이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마치 북이라는 존재가 없는 것처럼 우리만의 계획을 짜고 있다. 중국이 들어가서 북의 인프라를 독점한다? 북이라는 사업 주체가 있는데 그게 가능한가? 북도 북을 움직이는 당국이 있는데 너무 하찮게 보는 거 아닌가.

북은 나진항 하나 처리하는 데 러시아, 중국 다 나눠서 경쟁시킨 나라다. 국가 관계를 뛰어나게 잘 활용한 경험이 있다. 만만하게 지분을 뺏기거나 하는 나라가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다자협력 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 우리가 같은 민족으로서 노하우를 나눌 수는 있지만, 제3자를 배제하는 방식을 취해서는 안된다."

- 사드 실전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여전히 갈등이 잠복해 있는데 사드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개인적으로 사드는 한·중 관계에서 더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갈등이 잠복해 있는 게 아니라 끝난 이야기다. 처음부터 살펴보자. 중국이 사드와 관련해서 민감하게 반응했고 경제적인 제재와 보복 조처를 했다. 하지만 실제 사드를 배치하고 한·중 관계가 파탄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추가 배치 금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금지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등 이른바 '3불' 정책을 중국에 약속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하며 한중 관계는 탈 없이 마무리됐다.

중국은 사드가 자국의 국가안보에 결정적인 훼손을 가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거 같다. 미국의 의도에 따라 사드는 배치될 수밖에 없다는 걸 중국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거다. 게다가 미국에는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우리에겐 실질적인 보복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건 사드 배치 자체가 아니라 한국이 미국의 대중봉쇄전략에 고리로 연결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미·일 삼각 동맹 체계는 미·일 동맹의 하위체계고, 여기에서 한·미 동맹이 작동하면 안 된다는 거다. 중국은 한·미 동맹이 반중 동맹 성격으로 가는 것을 막고 싶어 한다. 중국은 이미 사드배치에 대비해 미사일 배치를 바꿨을 거다. 중국도 바보가 아닌데, 군사적인 대비는 다 했을 것이다. 사실상 사드 문제는 해소됐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건 미국의 대중 봉쇄 전략에서 미국의 동맹 관계 때문에 중국을 향한 봉쇄에 끌려들어 가는 걸 막는 일이다. 베트남전 때 끌려가듯이 하면 안된다. 그게 한·중 관계의 마지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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