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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에서 반복되는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견디지 못하여 납품중단을 선언하고 자기회사 인수를 요구하였던 2차 벤더 회사대표들이 잇달아 공갈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반복되는 납품단가 인하에 대해 거칠게 항의하며 납품중단을 선언한 것이 공갈죄의 구성요건인 '협박'에 해당하고, 1차 벤더로부터 회사인수 대금을 받은 것이 '갈취'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양측 변호사간 협상을 통해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공갈죄로 처벌된다. 더욱이 오랫동안 1차벤더들이 행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의 갑질 행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나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갑질에 '저항한 행위'만 떼어내어 처벌하는 것이 공정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150년 전 노동조합을 불온시하던 사회에서 노동조합의 임금협상 요구를 공갈죄로 처벌하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역사는 노동조합을 헌법에 명시하고, 단체교섭을 통한 근로조건 개선을 법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공갈죄로 감옥 가는 하청업체 대표들
 
 현대자동차 2차 협력업체였던 A공업 전 경영진들의 항소심 재판 관련 자료 이미지.
 150년 전 노동조합을 불온시하던 사회에서 노동조합의 임금협상 요구를 공갈죄로 처벌하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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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를 넓혀서 심각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자동차산업 전반의 문제로 볼 필요도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 비중이 70~80%에 달하는 독과점 산업구조이고, 현대·기아차를 정점으로 본사→1차 벤더→2·3차 벤더의 수직적 계열화 구조로 되어 있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면서 1차벤더를 상대로 납품규모를 줄이고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등 경영부담을 전가하는 정책을 추진하자, 1차 벤더를 거쳐 그 여파가 2·3차 벤더들에게 폭력적으로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수출주도 경제성장을 추진하고 있었던 박정희 정권은 수출 대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품 생산 중소기업들을 수출대기업에 수직계열화 하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이러한 대·중소기업 수직계열화 조치를 '산업합리화'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이를 촉진하기 위해 1975년 '중소기업계열화 촉진법'을 제정하였다. 이러한 소위 '산업합리화 조치'는 부품·소재의 비용을 낮추도록 하여 1970~1980년대 고도성장기에는 해외시장에서 수출대기업이 다른 선진국의 제품과 가격경쟁을 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대기업들은 부품·소재를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에게 오로지 해당 대기업에만 납품하도록 하는 전속적 거래계약을 체결하여 중소기업을 통제하였다. 한 세대에 걸쳐 지속되었던 이러한 중소기업 수직계열화 조치의 결과 대부분의 하청협력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대한 종속성이 강화되었다. 이에 따라 2014년 기준으로 부품업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의 비중이 79.9%를 차지하고 있다.

종속적 거래구조가 낳은 납품단가 후려치기

이러한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체제는 중소기업을 특정 대기업과만 전속적으로 거래하도록 하는 종속적 거래구조를 만들고, 대기업 본사가 전속 협력업체들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납품대금을 깎는 납품단가 후려치기의 관행을 낳게 하고 있다. 이러한 납품대금 인하정책은 대기업 본사가 경영적으로 어려울 때 그 부담을 하도급업체에 전가하기 위해 사용될 뿐만 아니라, 협력사가 기술개발과 일터혁신 등을 통해 원가절감에 성공한 경우에도 그 하청업체의 성과를 본사가 빼앗아가는 방식으로도 관행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더 문제다.

결국 2·3차 벤더 등 하청기업들은 저렴한 인건비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여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적응(?)하거나, 중국이나 동남아 등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게 되었다. 그 결과 국내의 산업공동화는 심화되고, 청년들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어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불공정거래 구조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고 중소기업 노동자의 저임금을 고착화시키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개혁의 3대 축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하나인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저임금 구조 타개정책도, 중소기업 저임금구조 고착화의 근본원인인 이러한 대·중소기업간 전속적 거래구조를 타파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현대·기아차는 1차 벤더들이 제때 부품을 납품하지 못해 조립라인이 중단되면 1분에 100만원 상당의 페널티를 부여한다는데, 1차 벤더가 1분에 백만원의 페널티를 물어야 하는 부담이 전적으로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저항하여 납품중단을 선언한 2차벤더 때문이라는 판단이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다.

자동차산업과 같이 수요독점적 시장구조에서는 하청업체의 기술개발투자유인이 떨어지게 된다. 대기업 역시 완성품이나 부품·소재의 품질향상을 통해 해외시장에서 경쟁하기보다는, 납품단가 깎기 등의 비용절감을 통한 가격경쟁에 매달리게 되어 장기적으로 수출경쟁력도 추락하게 된다. 중국 등 후발주자가 금세 한국의 이러한 수직계열화 구조를 흉내 내어 한국의 주요 수출상품을 추월한 것이 잘 보여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자동차산업이 진정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길
 
 이낙연 국무총리가 30일 오후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자동차기술 연구소를 방문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총리 왼쪽)등과 함께 수소전기자동차 절단면을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30일 오후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자동차기술 연구소를 방문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총리 왼쪽)등과 함께 수소전기자동차 절단면을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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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률 명칭의 변천과정을 보면, 이러한 대·중소기업 수직계열화 정책은 수명을 다하여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에서는 폐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중소기업계열화 촉진법'은 1995년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보호 및 기업 간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로 대체되면서 폐지되었고, 2006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로 다시 대체되었다. 시대의 변화를 거치면서 중소기업정책이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에서 대기업과의 상생협력으로 바뀐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는 여전히 1970년대의 수직계열화 정책 시대의 종속적 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융합기술이 중심이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대기업과 협력업체 관계가 수직적 종속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협력관계가 될 수밖에 없고, 협력이익공유제와 같은 다양한 협력방식이 보편화 되고 있다. 자동차산업도 전기차, 수소차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더 이상 불공정 전속거래구조를 고집해서는 안된다. 부품·소재 납품 중소기업들이 특정 대기업에만 종속되지 않고 국내와 해외의 다양한 대기업과도 부품·소재를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산업구조 개편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한국의 대기업도 부품·소재의 납품단가 인하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안일한 경영전략에서 벗어나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제품개발능력을 갖추고, 부품·소재 중소기업들도 국내와 해외의 다양한 상생협력관계를 구축하여 부품·소재에서의 경쟁력을 높여 나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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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남근은 변호사로, 현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과 경제민주화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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