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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제40조는 국회의원의 상임위 임기를 2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당초 제헌의회 때 상임위원의 임기는 의원의 임기와 같이 4년이었다. 그랬던 것이 1953년 1월 22일 이승만 정권의 국회법 개정에 의한 국회 무력화 과정에서 1년으로 단축되었다가 다시 1963년 11월 26일 박정희의 제3공화국에서 2년으로 연장되었다.

하지만 제3공화국 당시 본회의 중심 체제를 상임위 중심 체제로 전환한 것은 의회기능 강화의 목적이 아니라 독회(讀會)제도 폐지 등 행정부 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상임위 중심 체제는 말이 '상임위 중심'이었지 의원의 정책 전문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임기 중 상임위원 개선(改選) 제도"가 특히나 그렇다. 이 점에서 "임기 중 상임위원 개선제도"는 권위주의 정권에 의한 의회 무력화의 도구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박찬표, "한미일 3국 의회의 전문성 축적구조에 대한 비교연구", 「한국정치학회보」제30권 제4호, 1997).

현재 국회의장 임기도 2년이다. 국회의장 임기도 제헌의회 때는 4년이었다. 그러나 1951년 3월 15일 당초 임기 4년이던 국회의장 임기를 "국회 운영의 원활을 기하기 위해" 1년 임기제로 개정하고자 했다. 이 개정안은 심지어 "토의시간만 허비하는 전원위원회 제도 폐지"를 제안하기도 했다. 결국 반발에 부딪혀 의장 임기는 2년 임기로 수정되었다.

국회의원은 어떻게 업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가?

한국 국회의원들의 업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그 취약성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제도적으로, 관행적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의원의 업무 전문성이란 한마디로 임기 동안 혹은 선수(選數)를 쌓으면서 "동일한 상임위원회를 유지"함으로써 축적하는 것이다. 미국 의회의 경우 상임위를 중심으로 의원의 업무 전문성이 축적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는 집권당 내 위원회를 중심으로 전문성이 축적된다.

미 의회에서 상임위원회는 의회와 행정부 간의 정책 결정의 중심무대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상임위를 중심으로 한 정책 형성은 의회 활동의 중심이 된다. 그리고 "한 상임위 내에서의 선임 순위가 위원장이나 간사로 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는 미 의회의 불문율, 즉 '선임우선제'는 위원회 내의 승진에 대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자동적이고 공평한 원칙으로 작동한다.

한편 일본은 자민당 일당독재가 고착화되는 과정에서 법안과 예산 심의가 의회 위원회가 아니라 자민당 내 정책결정기구인 정무조사회에서 이뤄졌고, 또한 이 정무조사회의 각 부회(部會)가 의회 위원회 역할을 대신했다. 그리하여 일본 의원들은 오랫동안 동일 위원회와 부회를 유지하면서 관청과의 인적 네트워크 및 영향력을 확보했다. 이렇게 이른바 '족(族)의원'의 위치를 얻게 됨으로써 관련 분야의 정책전문가로 자리잡았다.

상임위 2년 임기제는 독재권력의 국회 무력화 제도

반면 우리 국회는 의원들이 2년마다 상임위를 변동할 뿐 아니라 상임위 배정 뒤 임기 2년 중에도 수시로 상임위를 바꾸고 있다. 실제 역대 국회의원 임기 중 상임위 변동율은 50%를 상회한다. 또한 현역의원이 재선될 경우 전임기(前任期)의 상임위를 그대로 유지하는 비율도 40%를 넘지 못한다. 미국 재선의원의 90%가 전임기의 상임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과 확연히 다르다.

우리 국회에서 임기 중 상임위의 빈번한 변동과 재선 시 상임위 변동은 의원의 업무 전문성 축적에 결정적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원 및 보좌진 그리고 일반인들에게 시간과 예산 등 제반 측면에서의 많은 낭비를 초래하게 만들고 있다.

상임위 변동으로 소관 업무 및 관련 행정부처 역시 변경되고, 의원은 물론 보좌진도 새로 업무를 파악해야 한다. 국민들도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원과의 통로를 어렵사리 뚫어 놓아봤자 그 다음 번에 만나면 이미 소속 상임위가 바뀌는 바람에 다시 다른 의원을 알아봐야 하는 고충을 겪어야 한다.

의원들의 업무 전문성은 의회 발전의 중요한 토대이다. 우리 국회의 정상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한 의원이 동일 위원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는 원칙이 지켜져 업무 전문성을 축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임위원 임기는 의원 임기와 일치되어야 하며, 또한 재선 시에 전임기와 동일한 상임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국회는 너무 오랫동안 이승만-박정희 체제의 관행에 머물러 있다. 이제 권위주의 정권이 국회 무력화를 위해 만들어놓은 국회 상임위 2년 체제를 벗어나야 한다.

태그:#국회, #상임위, #이승만박정희, #업무전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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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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