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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본 모스크 첨탑들.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본 모스크 첨탑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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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는 어디를 가든 마을이 있는 곳에 뾰족뾰족한 모스크 첨탑이 있습니다. 모스크는 이슬람교 예배당을 이르는 말입니다. 터키어로 이슬람 사원을 '자미'라 하는데, '꿇어 엎드려 경배하는 곳'이란 뜻입니다. 터키에는 등록된 모스크만도 75,000여 곳에 달하고, 이스탄불에도 3,000여 곳의 모스크가 있다고 합니다.

생활 속의 이슬람 터키

모스크 내부에는 양탄자가 깔려있고, 메카를 향하는 문인 미흐랍을 향하여 하루 다섯 차례 기도를 합니다. 
 
터키는 마을이 있는 곳에는 모스크가 있습니다. 모스크 첨탑 스피커를 통해 아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터키는 마을이 있는 곳에는 모스크가 있습니다. 모스크 첨탑 스피커를 통해 아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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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여행을 하다보면 예배 시간을 알리는 '아잔' 소리를 자주 듣게 됩니다. 아잔은 터키어가 아닌 아랍어로 울려퍼진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첨탑 꼭대기에서 육성으로 외쳤지만, 지금은 거의 첨탑에 매달려 있는 스피커를 통해 들려옵니다.

예배시간에 맞추어 울리는 아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신은 위대하시다.
유일신이외에 다른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함마드는 신의 예언자임을 증언하나이다.
서둘러 기도하러 오시오.
서둘러 축복받으러 오시오.
잠보다 기도가 나으리라.
신은 위대하시다.
유일신 외에 다른 신은 존재하지 않음을 증언하나이다.


여기서 '잠보다 기도가 나으리라'라는 구절은 아침 동트기 전, 첫 아잔에서만 들을 수 있습니다. 종교를 떠나 마음에 와 닿습니다.
 
이스탄불의 불루 모스크의 위용. 터키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이스탄불의 불루 모스크의 위용. 터키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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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형식의 지붕 위로 솟아난 모스크의 첨탑.
 돔 형식의 지붕 위로 솟아난 모스크의 첨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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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는 국민 절대 다수가 이슬람을 신봉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슬람이 국교는 아닙니다. 개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여타 종교에 대해서도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99%에 가까운 터키 사람들이 이슬람교도이다 보니 터키인들의 삶속에서 이슬람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입니다. 그들은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기도로 하루를 마감합니다. 
 
카파도키아 동굴마을에도 모스크가 있고, 첨탑이 있습니다.
 카파도키아 동굴마을에도 모스크가 있고, 첨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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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슬람은 여타 중동국가의 이슬람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슬람을 국교로 지정한 국가와는 달리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세속국가이기 때문입니다.

터키에서 느끼는 이슬람은 자유분방합니다. 술을 금하는 이슬람국가에 비해 비교적 관대한 편입니다.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는 것, 또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들의 옷차림에서도 자유롭습니다. 히잡을 쓰고 스스럼없이 담배를 피우는 여성도 얼마든지 목격합니다.

'악마의 눈'을 가둔 부적으로 악마를 쫒는다?

터키인들은 원래 중앙아시아에 살면서 유목민족이었습니다. 유목민족의 전통과 함께 이슬람을 신봉하지만, 토템을 숭배하는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마을 안길에도 나자르 본주를 박혀놓았습니다. 악귀를 쫒아내고 행운을 부르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마을 안길에도 나자르 본주를 박혀놓았습니다. 악귀를 쫒아내고 행운을 부르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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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본 나자르 본주.
 집 안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본 나자르 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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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바, '악마의 눈'이라는 나자르 본주를 보면 그렇습니다. 터키 여행을 하다보면 가게든, 가정집이든, 길거리에서든 주렁주렁 걸려있는 나자르 본주를 흔히 봅니다. 어느 지역에서는 나뭇가지에도 많이 걸려있습니다.

악마의 눈을 가두어놓은 푸른 보석 같은 나자르 본주. 대부분 이슬람을 신봉하는 터키사람들한테서 일종의 미신과도 같은 나자르 본주가 내게는 의아합니다. 유일신이외에 다른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슬람에서도 토착신앙은 있는 모양입니다. 실크로드를 지나가면서 토착화된 샤머니즘의 요소가 이슬람 속으로 파고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기념품 가게에도 다양한 나자르 본주를 만날 수 있습니다.
 기념품 가게에도 다양한 나자르 본주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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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르 본주는 모양과 크기가 천차만별입니다. 짙푸른 색의 유리에 흰색이나 하늘색, 또 검은색으로 눈 모양을 하여 만들었습니다.
  
나무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나자르 본주가 이색적입니다.
 나무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나자르 본주가 이색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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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악마의 시선에는 사람이나 가축, 재산 등을 해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악마의 눈을 닮은 걸 부적처럼 지니고 있으면 불행은 피해갈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된 모양입니다. 어디 악마의 저주를 물리치는 것뿐이겠습니까? 남이 나에게 보내는 미움이나 시기까지도 막아준다는 샤머니즘적 생각이 포함된 것 같습니다.

"터키 사람들은 새 차를 사거나 새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될 때 나자르 본주를 걸어놓은 걸 많이 봐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적 같은 걸 지니는 것처럼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파란색 강력한 악마의 눈을 마음속에 가두어 놓으면 악귀는 달아나고, 행운을 가져다주리라는 기대를 갖게 될 것 같습니다. 터키에서 나자르 본주는 서부 에게해 지역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터키 전 지역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뜻밖에 받은 귀한 선물, 나자르 본주

터키 여행에서 우리를 태우고 여행지를 누비는 전세버스 운전기사님은 참 친절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베스트 드라이버였습니다. 꾸불꾸불 비탈진 산길, 좁은 길도 능숙하게 운전하여 안심이 되었습니다. 차분히 운전대를 잡고 절대 과속을 하지 않았습니다. 숙소에서 이동할 때는 무거운 수십 개의 캐리어를 번쩍번쩍 들어 옮겨주기도 했습니다.

여행 마치기 하루 전, 아내는 기사님께 전할 게 있다며 가이드에게 통역을 부탁했습니다.    

"이거요, 보타이 일종이에요. 제가 사는 고장 특산품인 왕골로 만든 공예품인데, 기사님께 선물로 드리고 싶어요. 친절하시고 안전운전을 해주셔 너무 고마웠습니다. 목에 걸고 운전하시면 기사님, 아주 멋있을 것 같아요!"
  
아내가 고마우신 터키 기사님께 드린 보타이. 우리가 사는 강화도 왕골로 만든 공예품입니다.
 아내가 고마우신 터키 기사님께 드린 보타이. 우리가 사는 강화도 왕골로 만든 공예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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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통역을 들은 기사님은 아주 귀한 선물을 받는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듭니다.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합니다. 고속도로를 한참을 달리고, 어느 휴게소에서 기사님은 뜻밖에 선물을 아내에게 건넵니다.

"나자르 본주, 아시죠? 제게 귀한 선물을 주신 답례로 드립니다. '악마의 눈'이 악귀를 막아내고 댁에 좋은 일과 행운을 안겨주길 기대합니다."

가이드 통역을 듣고 아내는 기쁨을 감추지 못합니다.

"천사가 매달린 나자르 본주네요. 너무 예뻐요. 감사하구요! 제가 드린 선물도 목에 차시고, 만지면서 한국을 꼭 기억해주세요!" 
 
터키 기사님께서 우리에게 건네준 나자르 본주. 참 귀한 선물입니다.
 터키 기사님께서 우리에게 건네준 나자르 본주. 참 귀한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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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움을 전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이 참 따뜻합니다. 터키 이슬람문화가 우리 사는 문화와 크게 낯설지 않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우리는 터키에서 돌아와 터키 기사님께서 선물한 나자르 본주를 집안 잘 보이는 곳에 걸었습니다. '악마의 눈'이 나쁜 것을 물리치고, 행운과 기쁨을 가져다 줄 것을 기대하면서요.

태그:#터키, #터키 이슬람, #나자를 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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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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