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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오오력'이 쓰여있는 계란은 바위를 깰 수 없었다.
 "노오오력"이 쓰여있는 계란은 바위를 깰 수 없었다.
ⓒ 청년정치공동체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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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가을, 추석인데도 불구하고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청년들이 시청 광장에 텐트를 쳤다. 취업을 못해서, 대학 졸업을 못해서, 돈이 없어서, 누군가에게 추석은 즐거운 명절이 아니라 불편한 잔소리를 듣는 시간들로만 여겨졌다. 이들은 고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시청 광장에서 캠핑하는 것을 선택했다.

추석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나도 이 캠핑에 참여했다. 청년들은 다 같이 모여 '노오오력'이라고 쓰인 달갈을 바위에 던지기도 했고, 편의점 음식을 사서 차례를 지냈다. '노오오력' 달걀은 당연히 바위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고 바위는 깨지지 않았다. 바위에는 '노오오력하면 뭐든지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계란으로 바위치기로 보여드리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그 이후로 4년이 흘렀다. 그 사이 정권은 바뀌었지만 청년들의 삶은 그렇게 많이 나아지지 않았다.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청년 노동자는 목숨을 잃었고, 최저임금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들이 이어졌다.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제목의 책은 이제 중고 서점에 가득 쌓여있는 처지가 되었다.

청년들은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는 말에 '국뽕'이라는 단어로 맞받아쳤고, 국회의원 연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분노했다. 멋대로 청년의 삶을 추측하고 대변하겠다는 사람들에 대해서 청년들은 냉소를 보냈다. '노오오력'보다는 어떤 부모를 만나는지가 인생의 승패를 결정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청년들이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냉소를 보인 것은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2015년 '노오오력' 달걀과 2019년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

3월 31일, 연일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다. 조동호 후보자는 청와대에서 지명 철회했고, 최정호 후보자는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조동호 후보자의 경우 아들의 '호화 유학' 논란과 채용 비리 논란이 불거졌고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해외 부실 학회 참여 등 논란도 따라붙었다. 최정호 후보자의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임에도 불구하고 자녀에게 편법으로 아파트를 증여한 사실 및 부동산 투기 지역과 관련한 다주택 소유 논란이 있었다. 매번 인사 청문회에서 반복되는 '부도덕'한 후보자들에 대한 논란은 문재인 정부도 피하기 어려웠다. '이 놈도 저 놈도 사실 다 똑같았다'는 사람들의 냉소가 따라 붙었다.

윤도한 청와대 수석은 "국민 정서에 안 맞는 부분까지 다 배제하면 제대로 능력 있는 분을 모실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번에 낙마한 후보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들도 비슷한 특혜 의혹에 휩싸인 상황이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도 아들의 한국 선급 특혜 채용에 대한 논란이 있으며, 다른 후보들의 경우에도 박사논문 표절, 위장전입 등의 논란이 존재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라는 말로 이러한 논란을 축소하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허위 해외출장과 장남의 유학비 지원 의혹 등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3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허위 해외출장과 장남의 유학비 지원 의혹 등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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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나온 최정호 후보자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가 25일 국회 국토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청문회 나온 최정호 후보자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3월 25일 국회 국토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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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지 않는 박탈감

이 모든 일이 '국민 정서에 안 맞는 부분'일 뿐이라면 이보다 더 큰일은 없다. 장관 후보자들이 사회 불평등의 수혜를 오롯이 받은 문제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도덕성만 중요시하는 국민들의 정서 탓은 아니다. 그보다는 해결되지 않는 불평등과 소득 격차에 대한 문제에 가깝다.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이 계란을 바위에 던지고 있을 때, 누군가는 부모를 잘 만난 탓에 특례 입학을 했고 쉽게 취업을 했다. 적폐를 청산하겠다던 정부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은 나아지지 않는 소득격차와 불안정해지는 삶의 모습, 그리고 '빽도 능력'이라는 냉소가 이 사회에서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여당 의원은 문재인 정권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두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교육을 지금의 20대가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이 무력화되고, 청년 노동자가 목숨을 잃으며, 비정규직 일자리가 양산되는 일상을 보며 느끼는 절망감을 다시 청년의 탓으로 돌린다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인사청문회를 바라보는 청년의 마음은 박탈감에 가깝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소득 불평등은 해소되지 못했다.

우리는 박근혜 정권의 몰락이 불평등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기름을 부었던 사건은 이화여대에서 이루어졌던 정유라씨에 대한 특혜 의혹이었다. 소득 격차의 심화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위기는 심화될 것이다. 획기적인 전환이 지금 이 순간 필요하다.
 
 '당신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벽돌 모양 박스에 적었다. 대부분 '취업', '돈', '학자금 대출', '빚' 등 경제적인 내용들이 대답으로 돌아왔다.
 "당신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벽돌 모양 박스에 적었다. 대부분 "취업", "돈", "학자금 대출", "빚" 등 경제적인 내용들이 대답으로 돌아왔다.
ⓒ 청년정치공동체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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