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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오름 한번씩 올라가기로 한 지 두 번째다. 오늘은 송당에 있는 안돌오름, 밧돌오름, 거슨세미오름을 올라가기로 했다. 밍기적거리다가 12시가 되어서야 집에서 출발한다. 대천동사거리에서 평대쪽으로 돌아 2km쯤 내려가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오름들이 나온다. 길을 사이에 두고 안돌, 밧돌오름과 거슨새미오름이 마주보고 있다.
 
안돌오름 입구다. 오름에서 소나 말을 키우고 있나보다. 소나 말은 못 들어가고 사람만 들락거릴 수 있는 장치다.
▲ 안돌오름 안돌오름 입구다. 오름에서 소나 말을 키우고 있나보다. 소나 말은 못 들어가고 사람만 들락거릴 수 있는 장치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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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오늘의 목표는 세 오름 모두다. 먼저 안돌오름부터 오르기로 한다. 입구엔 나무로 사람출입구를 만들어 놓았다. 사람은 가능하나 소나 말은 덩치가 커서 들락거릴 수 없다. 목초지를 지나 숲이 있고, 숲을 지나면 본격적인 오름이 나타난다.

집에선 가기 싫어도 오름앞에만 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몸을 움직여 운동이 되기 때문일까, 시원한 공기 때문일까, 모르겠다. 그래서 귀찮은데도 집을 나서게 되나 보다.
 
오름 능선에 오르면 분화구가 나타난다. 북동쪽으로 틔여 있어 멀리 밧돌오름이 보인다.
▲ 안돌오름 굼부리 오름 능선에 오르면 분화구가 나타난다. 북동쪽으로 틔여 있어 멀리 밧돌오름이 보인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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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돌오름은 입구의 안내에 따르면 높이가 93m인 것 같다. 땀이 날까 말까 할 때면 능선에 도달하고 만다. 능선 직전에 분화구가 드러난다. 아래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새로운 모습이다. 정상 가까이 올라가면 한 발자욱 뗄 때마다 새로운 광경이 펼쳐진다.

오름에 올라가지 않고 오름을 말하지 말라. 아래에서 보는 오름과 위에서 보는 오름은 천양지차다. 저 광경도 한 발자욱 전에는 보이지 않았다. 두 걸음 지나가면 전혀 다른 광경이 나타난다. 북동쪽이 틔여있는 오름이라 틔여진 곳으로 멀리 밧돌오름 능선이 보인다.
 
안돌오름 안에서는 안돌오름 전체를 볼 수가 없다. 밧돌오름에서 보면 안돌오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 안돌오름 안돌오름 안에서는 안돌오름 전체를 볼 수가 없다. 밧돌오름에서 보면 안돌오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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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화구 능선을 따라 반대쪽으로 걸어간다. 분화구 안에는 잡목이 가득 차 있어 들어가기 어렵다. 안돌오름 안에서는 안돌오름을 한 눈에 볼 수가 없다. 에펠탑이 보기 싫으면 에펠탑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했다. 높은 능선이 양쪽에 두 개가 있고, 그 사이에 굼부리가 있다.
 
오름에는 봄꽃이 많이 피었다. 제비꽃이 가장 많다. 두번째는 아마도 양지꽃일 것같다.
▲ 오름에 핀 양지꽃 오름에는 봄꽃이 많이 피었다. 제비꽃이 가장 많다. 두번째는 아마도 양지꽃일 것같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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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돌오름 양지바른 곳에 노란 꽃이 피어있다. 군데 군데 많이 피었다. 이꽃 이름이 무엇일까. 요즘 오름에 올라가면 꿩꿩하고 우는 새가 있다. 이 새 이름이 무엇일까? 답이 들어 있는 질문들이다. 그런데도 정답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양지꽃, 꿩이다.
 
안돌오름과 밧돌오름 사이에 목초가 봄인데도 시퍼렇게 자라고 있다.
▲ 목초 안돌오름과 밧돌오름 사이에 목초가 봄인데도 시퍼렇게 자라고 있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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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돌오름에서 내려와 밧돌오름으로 간다. 그 사이에는 목초가 시퍼렇게 자라고 있다. 소나 말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다. 이 풀의 이름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목초라고 한다. 이름인 양. 아마도 외국에서 유입된 목초로 알고 있는데, 이름이 무엇일까?
 
안돌오름에서 바라본 밧돌오름. 나무가 거의 없어 오름의 전체적인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 밧돌오름  안돌오름에서 바라본 밧돌오름. 나무가 거의 없어 오름의 전체적인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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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돌오름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나무가 거의 없어 편안하다. 잔디가 깔려 있고 돌도 별로 없어 올라가기 참으로 편안하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꽃내음이 솔솔 나는 것 같아 상쾌하기 그지없다. 모슨 꽃내음일까?
 
밧돌오름에는 할미꽃이 지천에 피어있다.
▲ 밧돌오름에 핀 할미꽃 밧돌오름에는 할미꽃이 지천에 피어있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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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오르다가 발 아래를 얼핏 봤더니 할미꽃이 피어 있다. 옛날에는 많았는데, 요즘은 보기 어려운 꽃이다. 주변을 둘러 보니 할미꽃이 지천에 깔려 있다. 물매화를 보려면 가을에 용눈이 오름에 가고 할미꽃을 보려면 봄에 밧돌오름에 가세요 라고 으스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저 이쁜 꽃을 왜 할미꽃이라고 이름 붙였을까? 꽃으로서는 억울할 것 같다.
 
밧돌오름 능선이 유려하다. 분화구는 동북쪽이 틔여있는 말발굽형이다.
▲ 밧돌오름 능선 밧돌오름 능선이 유려하다. 분화구는 동북쪽이 틔여있는 말발굽형이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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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돌오름 정상 벤치에서 점심을 먹는다. 빵과 과일이 전부다. 식사 후 물 마시고 단소로 상령산을 분다. 올해 안으로 다 외우기로 작정했다. 전체 다 불면 12분쯤 걸린다. 4장 중 3장까지 외웠는데, 오늘은 2장에서 헷갈린다.

대강 얼버무리고 능선을 내려간다. 민둥 능선이 좋다. 사방이 다 보여 가슴이 뻥 뜷리는 것 같다. 내려가서 반대쪽 능선으로 오르려 했더니 길이 없다. 별 수 없이 안돌오름 출발지로 가기로 한다.
 
돌오름 아랫부분에 지층이 드러나 있다. 화산석이 풍화된 작은 자갈을 송이라고 한다.
▲ 송이지층 돌오름 아랫부분에 지층이 드러나 있다. 화산석이 풍화된 작은 자갈을 송이라고 한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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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돌오름에서 안돌오름으로 간다. 두 오름 사이에 작은 협곡이 있었다. 비가 많이 와서 파인 것일까, 아니면 땅아래 동굴이 있어 땅이 꺼진 것일까?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드러난 지층은 송이가 퇴적된 것 같다. 화산석이 풍화되어 모래처럼 된 것을 송이라고 한다.
 
거슨세미 가는 길은 숲길이다. 오름 아랫부분의 숲길을 한참을 가서야 올라가는 길이 나왔다.
▲ 거슨세미오름 올라가는 길 거슨세미 가는 길은 숲길이다. 오름 아랫부분의 숲길을 한참을 가서야 올라가는 길이 나왔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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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거슨세미오름을 올라간다. 출입구로 들어갔더니 오른쪽 숲길로 한없이 간다. 한참을 가서야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거선세미오름은 나무가 많아 시원한 느낌이 없다. 관중인지 히초미인지 거대한 고사리같은 풀의 싹들이 무슨 군상처럼 솟아올라오고 있다. 큰천남성도 뾰족한 싹이 약간 무섭다.
 
거슨세미오름 능선에 산자고가 활짝 피었다. 이만때쯤 제주 동부지역 오름에 가면 수없이 만날 수 있는 이쁜 꽃이다.
▲ 산자고 거슨세미오름 능선에 산자고가 활짝 피었다. 이만때쯤 제주 동부지역 오름에 가면 수없이 만날 수 있는 이쁜 꽃이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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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들도 제철을 만났다. 쇠별꽃이 꽃잎 중간에 까만 점을 꼭 찍고 5개 흰 꽃잎을 달고 피었다. 그러나 제주 오름의 대표꽃은 제비꽃과 산자고다. 현호색도 깜찍하게 피었다. 산자고가 막 피었을 때는 붉은 색이 감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흰색으로 변한다.

거슨세미 정상은 산자고 천지다. 정상 바로 아래에는 복수초가 수도 없이 지고 있다. 3월초쯤 잎없이 꽃이 노랗게 피었다가 잎이 올라오면 져 가는게 복수초다. 복수초를 원없이 보려면 3월초에 거슨세미오름으로 가야 할 일이다.
 
거슨세미 오름 정상에서 단소 한곡 분다. 외우고 외워도 또 잊어버린다. 오름을 몇개나 올라가야 다 외울까?
▲ 거슨세미오름 정상 거슨세미 오름 정상에서 단소 한곡 분다. 외우고 외워도 또 잊어버린다. 오름을 몇개나 올라가야 다 외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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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노부부를 만났다. 먼저 내려간다면서 한라봉을 두 개나 주셨다. 한라봉 세콤한 맛이 오랫동안 여운을 남겼다.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그 앞에 이정표가 십자가처럼 서 있다. 아무도 없는 이때가 나의 할일을 할 때다. 단소 상령산을 외워서 불기가 할 일이다. 상령산 1장, 2장, 3장.... 외웠다가 잊어버리고 또 외우고. 도대체 몇번을 되풀이 해야 다 외울 수 있을까? 그러려면 오름을 몇 개나 올라가야 할까? 제주 360여 오름 다 올라가야 외워질까?
 
길에서 봐야 거슨세미오름 전체가 보인다.
▲ 거슨세미오름 길에서 봐야 거슨세미오름 전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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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길은 주차장 가는 길을 택했다. 직하의 길이었다. 밧줄이 걸려있어 쉽게 금방 내려갈 수 있었다. 거슨세미오름은 나무가 많아 오름오르는 재미는 적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그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었다.

돌오름과 셈오름을 한번에 올랐다. 봄이 완연했다. 꽃도 만발하고 있었다. 바람이 약하고 햇빛도 강하지 않아 오름오르기 딱 좋았다. 봄이 참 좋다.

태그:#돌오름과 셈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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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낚시도 하고 목공도 하고 오름도 올라가고 귤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아참 닭도 수십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사실은 지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개도 두마리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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