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NC 다이노스, KIA 타이거즈, SK 와이번스. 2015년부터 작년까지 지난 4년 동안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팀이다. 이들은 지난 4년 동안 각 한 번씩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이들의 상대는 늘 한 팀이었다. 바로 2007~2012년의 SK, 2010~2015년의 삼성에 이어 역대 공동 3위 기록인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두산 베어스였다.

두산은 최근 4년 동안 정규리그에서만 총 349승을 따내며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두 번의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 kt 위즈가 1군에 합류하며 KBO리그에 144경기 체제가 도입된 후 두산보다 많은 승리를 따낸 팀은 없다. 두산은 매년 '타격기계' 김현수(LG 트윈스)의 해외진출과 '잠실아이돌' 정수빈의 입대, FA 외야수 민병헌(롯데 자이언츠)의 이적 등 전력 손실이 적지 않았지만 두산의 화수분에는 언제나 대체 자원들이 등장했다.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 몇 년 사이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2010년부터 작년까지 9년 동안 두산의 안방을 책임진 KBO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NC)가 125억 원의 거액을 받고 두산을 떠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야구팬들이 올 시즌 두산의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쉽지 않을 거라 전망한다. 하지만 두산의 김태형 감독은 매년 그런 것처럼 올 시즌에도 야구팬들을 놀라게 할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투수] '판타스틱4' 시절보다 견고해진 선발, 필승조는 불안
 
 두산 베어스 2019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두산 베어스 2019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선발 4인방이 '판타스틱4'로 불리며 70승을 합작했던 2016년에 비하면 그 위세가 다소 꺾였지만 두산의 선발 5인방은 작년 시즌에도 68승을 합작하며 최강의 위용을 과시했다. 실제로 작년 시즌 리그에서 15승 이상 기록한 투수는 두산의 선발 트로이카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 이용찬밖에 없었다. 두산이 평균자책점 1위(2.88) 린드블럼, 다승왕(18승) 후랭코프와 재계약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2012년 10승을 따낸 후 6년 만에 선발로 변신한 이용찬은 토종 최다승(15승)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선발 복귀를 알렸다. 작년 11월2일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담 증세에 시달리며 1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온 이용찬은 올 시즌 두산의 토종 에이스로서 확실히 입지를 굳힐 예정이다. 여기에 김태형 감독은 작년 시즌 커리어 첫 10승을 달성하며 억대 연봉 선수에 등극한 우완 이영하를 4선발로 낙점했다.

합계 승수 342승을 거둔 베테랑 트리오의 경쟁이 치열했던 5선발은 6년 연속 10승을 거둔 '유희왕' 유희관이 낙점됐다. 작년 10승10패6.70으로 부진했던 유희관은 시범경기에서 9이닝1실점으로 호투하며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악몽 같았던 작년 시즌을 제외하면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좌완 투수였던 장원준과 스윙맨으로 시즌을 시작할 것이 유력한 배영수도 선발 진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작년 시즌 리그 유일의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마무리 함덕주가 올해도 변함없이 뒷문을 지키는 두산은 셋업맨 김강률의 부상으로 필승조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3년 차 사이드암 박치국이 어깨 부상에서 회복해 개막전 출전이 가능하고 베테랑 김승회도 불펜의 중심을 잡을 예정이다. 두산으로서는 강속구 투수 최대성과 홍상삼, 군 복무를 마친 윤명준 등의 분발이 절실하다.

[타선] 팀 내 타율 1위 양의지 이탈, 페르난데스 활약이 관건
 
두산 새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 1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리그 시범경기 키움 대 두산 경기. 두산 새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가 4회초 타격하고 있다.

▲ 두산 새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 1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리그 시범경기 키움 대 두산 경기. 두산 새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가 4회초 타격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이 작년 시즌에 기록한 .309의 팀 타율은 KBO리그 역사에서 가장 높은 팀 타율이었다. 실제로 작년 시즌 두산은 규정 타석을 채운 3할 타자만 무려 7명에 달했다. 하지만 작년 리그 타율 2위이자 팀 내 최고 타율(.358)을 기록했던 양의지가 빠졌기 때문에 올 시즌 타선의 약화는 불가피하다. 작년 시즌 타율 .282를 기록한 새 주전포수 박세혁도 타격 재능이 뛰어나지만 당장 올 시즌부터 박세혁에게 양의지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작년 시즌 2홈런8타점을 합작했던 최악의 외국인타자 지미 파레디스, 스캇 반 슬라이크와 함께 했던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쿠바 출신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를 영입했다. 작년 시즌 LA 에인절스에서 36경기에 출전했던 페르난데스는 트리플A무대에서 2년 연속 3할에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한 정교한 중장거리 타자다. 김태형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타율 .167로 부진했던 페르난데스가 시즌 개막 후 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21일 경기에서 4홈런을 친 두산 오재일 선수

두산 오재일 선수(자료사진) ⓒ 연합뉴스

 
페르난데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두산은 작년 두산 라인업의 몇 안 되는 2할 타자 오재일의 반등을 기다리면 된다. 오재일은 작년 시즌 부진했다는 평가를 들으면서도 27홈런80타점 장타율 .539를 기록했을 만큼 리그 정상급 펀치력을 보유한 거포 1루수다. 양의지의 이적으로 중심타선의 파괴력이 떨어진 두산에서 오재일이 2016, 2017년에 버금가는 활약을 해준다면 두산은 올해도 엄청난 타격의 팀으로 군림할 수 있다.

작년 시구행사를 통해 김태형 감독에게 야수가 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두산의 1차지명 신인 김대한은 소원대로(?) 외야수로 시즌을 준비했다. 물론 옆구리 통증으로 스프링캠프를 조금 늦게 출발했지만 시범경기에서 11타수 4안타(타율 .364) 1타점2득점1도루로 범상치 않은 재능을 뽐냈다. 만약 김대한이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다면 2009년의 정수빈 이후 10년 만에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는 두산의 신인 야수가 된다.

[주목할 선수] 박건우의 KS 부진, 추락의 징조일까 일시적 슬럼프일까

2016년 타율 .335 20홈런83타점95득점17도루. 2017년 타율 .366 20홈런78타점91득점20도루. 2018년 타율 .326 12홈런84타점79득점7도루. 두산과 KBO리그를 대표하는 호타준족 우타 외야수 박건우가 풀타임 주전으로 올라선 2016년부터 3년 동안 기록한 성적이다. 이런 성적을 올리고도 골든글러브 한 번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의아할 정도로 박건우의 활약은 대단했다.
 
'살았다' 두산 베어스 박건우가 11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4회말 2사 주자 만루 때 2루수 실책으로 출루하며 2득점을 만든 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2018.5.11

두산 베어스 박건우(자료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박건우는 자신이 세운 커리어에 비해 야구팬들에게 썩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가을야구, 그 중에서도 한국시리즈에서 유난히 약했던 징크스 때문이다. 실제로 박건우는 지난 4년 동안 한국시리즈에서 20경기에 출전해 타율 .176 무홈런6타점7득점으로 부진했다. 특히 작년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6경기에서 24타수 1안타(타율 .042) 9삼진 2병살타에 그치며 두산 패배의 원흉이 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일부 두산 팬들은 올해부터 박건우 대신 뛰어난 타격재능을 갖춘 신인 김대한을 주전 우익수로 출전시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평균 타율 .342를 기록한 박건우는 신인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할 만큼 팀 내에서 입지가 좁은 것도 아니고 전성기가 지난 노장 선수도 아니다(정수빈,허경민과 함께 두산의 '90년생 트리오'인 박건우는 아직 만 28세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년 한국시리즈에 이어 시범경기에서도 13타수 1안타로 부진하면서 박건우에 대한 두산팬들의 두터운 신뢰에 균열이 생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박건우는 해마다 시즌 초반에 부진했던 '슬로 스타터'지만 올해는 정진호, 김대한, 국해성, 김인태, 백동훈 등 박건우의 자리를 노리는 동료들이 줄을 서 있다. 따라서 올 시즌에는 시즌 초반부터 눈에 띄는 활약을 선보여 박건우의 위치가 굳건하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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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019 시즌 프리뷰 두산 베어스 호세 페르난데스 박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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