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담배를 끊었다. 지난 40여 년간 어지간히 담배를 피워오며 단 한 번도 끊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래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10월의 일이다.

아는 사람은 잘 알지만 그렇게 마음먹었다고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금연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실패하는 사람이 훨씬, 몇십 배는 많다. 나 역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회사 앞 전자담배 가게에서 70% 할인행사를 하고 있었다. 일단 액상형 전자담배로 바꿔보기로 했다.

처음 접한 전자담배는 참 요상했다. 파이프 속의 액체를 기화시켜 발생하는 수증기를 흡입하는 원리인데, 그 주성분이 니코틴이라고 했다. 그런 설명을 들으니 '니코틴이라면 담배의 대표적인 독성물질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연기도 없고 타르나 포름알데히드 같은 독성물질이 일반연초 담배보다 적거나 없어 유해성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대리점 사장은 부연해서 설명했다. 그냥 속는 셈치고 한 세트를 구매했다.

그리고나서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전자담배의 스위치를 눌렀다. 어찌 같은 맛일 수 있겠느냐마는 박하향 머금은 수증기는 그런 대로 맹렬한 흡연욕을 가라앉혀 주었다. 시간이 좀더 흐르자 후각이 먼저 변하기 시작했다. 연초담배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적어도 10m 반경 내에서 누군가 연초 담배를 피우면 귀신 같이 그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됐다.

처음엔 구수하면서 향긋했지만 점차 역해지기 시작했다. 나중엔 누군가 스쳐지나 가기만 해도 그가 담배를 피웠는지 아닌지를 가려냈다. 냄새 심한 사람은 뒤돌아 째려보는 경지까지 다다랐다. 그러면서 점차 전자담배를 손에 쥐는 횟수도 줄어 들었다.

담배를 끊고 제일 좋은 것은 일단 냄새에서 자유로워졌다는 사실이다. 방 안이나 자동차는 물론 옷가지와 몸에서 나던 지린내를 방불케 하던 그 고약한 냄새가 점차 사라져갔다. 냄새 걱정이 없어지니 아이들이나 비흡연자들과도 거리낌 없이 대화할 수 있었다.

또 하나는 눈에 띄게 늘어난 폐활량이다. 정확하게 측정한 결과는 아니지만 아침 운동이나 등산을 할 때 웬만해서는 숨이 차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뭐 좋은 거 먹냐고 물어 올 정도였다. 피부도 한결 매끄러워졌다. 거무튀튀하던 안색이 훤하게 바뀌었다. 한겨울에 하옇게 자주 일던 얼굴 각질도 사라졌다. 물론 내 생각이 아니라 주변 지인들의 평가가 그렇다는 얘기다.

더욱 획기적인 사실은 혈압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수축기 혈압이 160~170 정도까지 올라 몇 년 전부터 혈압약을 먹어 왔는데, 담배 끊고 나서는 약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치수가 떨어졌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가장 기쁘고 실질적인 변화는 지출이 현저하게 줄어 재정 상황이 대폭 개선되었다는 거다. 하루 한 갑을 피운다고 가정했을 때 한 달이면 대략 15만 원 정도를 담배값에 써 왔다. 적지 않은 돈을 그야말로 연기로 태워 허공에 날려 온 셈이다. 이젠 그 돈이 고스란히 통장에 쌓이고 있다. 거기다 고혈압 약 비용까지 절감하게 됐으니 적잖은 돈을 절약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도 먹고, 도랑 치고 가재까지 잡는 격이 아닌가.

물론 나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입맛이 좋아지면서 식탐까지 늘었다. 담배 피울 때는 쳐다보지도 않던 과자며 아이스크림 같은 군것질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 당연히 체중이 불었다. 5개월 만에 5kg이 늘었다. 그나마 배나 얼굴 같은 특정하고도 민감한 부위만 집중해서 살이 찌는 게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아직 전에 입던 옷들도 그냥 계속 입는다. 체중관리를 위해 운동도 그만큼 많이 하게 된 덕분이다. 자동차를 버리고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주말이면 부지런히 야산에 오른다. 그런데도 체중은 좀처럼 줄지 않으니 운동마저 안 했으면 사달이라도 났지 싶었다.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그렇게 해야 할 시기가 돼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비교적 쉽게 담배를 끊었다. 담배를 끊으니 모든 게 좋아졌다. 식구들 눈치 볼 일 없으니 좋았고, 특히 병중의 어머니께 더 이상 죄송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심지어 늘어나는 체중도 그 관리를 위해 운동을 더 열심히 하는 계기 됐으니 나쁜 게 아니었다. 이렇게 좋은 걸 왜 한시라도 빨리 하지 않았을까 후회스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지금은 아직 담배를 끊지 못 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금연 전도사를 자처하며 잔소리를 해대고 있다.

지난 해 말 영국의 국립보건임상평가연구원(NICE)은 금연을 위한 전자담배 처방을 허가했다. 전자담배를 병행해 사용하는 것이 단기 금연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업어치나 매치나' 하는 격으로 둘 다 유해하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나는 과감히 전자담배에 한 표 던진다.

일단 그런 외부적 도움을 받아서라도 담배를 끊어 보겠다는 의지와 시도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없으면 담배의 마수에서 벗어나는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마음가짐과 결단이다. 금연의 고통은 참으로 지독한 것이지만 그걸 이겨내고 영그는 열매는 참으로 달다. 정말 한번 해 볼만 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주머니 속의 담배부터 꺼내 과감하게 내 던지고 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행여 오해가 있을까 싶어 노파심으로 부언하건대, 나는 전자담배 회사에 다니거나 그런 장사를 하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댓글1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