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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폭행 사건 피해자를 과잉 진압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직원이 여성 고객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버닝썬에서 20대 고객을 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이 클럽 직원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버닝썬 입구. 2019.1.31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찰이 폭행 사건 피해자를 과잉 진압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직원이 여성 고객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버닝썬에서 20대 고객을 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이 클럽 직원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버닝썬 입구. 2019.1.31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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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현장에 나가면 '너도 맨날 얻어먹고 다니지? 너도 뉴스에 나온 놈이랑 똑같지?' 등의 말을 수도 없이 듣는다."

서울 관내 경찰서 관계자는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최근 '버닝썬 사태'로 경찰과 특권층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뒤 "만나는 모두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고 했다.

김학의·장자연 사건 관련해 검찰이 받는 불신도 비슷하다. 지난 19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2명(총 6943명 접촉, 응답률 7.2%, 자세한 조사 개요는 리얼미터 누리집에서 확인)에게 물어본 결과, 두 사건의 특별검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71.7%를 차지했다.

특검 찬성 의견은 성별과 연령, 지역, 지지정당과 이념성향을 가리지 않고 높았다(관련 기사 : 국민 71.7% "김학의·장자연 사건 특검 찬성"). 검찰 관계자는 "법이란 게 신뢰가 기본인데, 그게 없으니 어쩌겠냐"며 "결국 자업자득"이라고 말했다.

법원도, 검찰도, 경찰도...
 
성접대 의혹과 관련, 가수 승리가 14일 오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며 사죄의 말을 하고 있다.
▲ 승리, "진실된 답변 하겠습니다" 성접대 의혹과 관련, 가수 승리가 14일 오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며 사죄의 말을 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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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사태로 법원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데 이어 검찰과 경찰마저 국민들의 믿음을 잃어버린 현실은 버닝썬·장자연·김학의 사건의 최근 전개 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버닝썬 사태를 증폭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한 '연예인 단톡방' 제보자 방정현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아닌 국민권익위원회 문을 두드렸다. 방 변호사는 지난 12일 SBS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경찰과 유착관계가 굉장히 의심됐다, 경찰에 넘겨졌을 때 도저히 제대로 수사가 진행될지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요 인물, 김상교씨도 폭행 피해자인 자신을 경찰이 가해자로 몰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19일 인권위는 조사 결과 경찰이 '김씨가 약 20분간 클럽 보안을 방해했다'고 쓴 '현행범인 체포서'가 거짓이라고 밝혔다(관련 기사 : "2분 실랑이가 20분 행패로..." 경찰은 그날 '버닝썬' 편이었다). 같은 날 경찰 조사를 받으러 나온 김씨는 "(폭행사건 당시) 공권력이 (저를)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법원이라고 다르지 않다. 사법농단 사태 후 김명수 대법원장의 차가 화염병을 맞는 일도 생겼고, 유죄 선고를 받은 피고인이 법관을 향해 '대법원장-판사는 누구 하나 처벌하지 않으면서 나는 왜'라며 항의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19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첫 공판 때는 그의 유죄와 무죄를 주장하는 세력이 각각 법원 앞에 모여 한목소리로 '재판부를 못 믿겠다'고 외쳤다.

국민권익위와 국가인권위 등장의 의미
 
성관계 동영상을 몰래 촬영-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씨가 2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영창실질심사를 마치고 포승줄에 묶여 유치장으로 향하고 있다.
 성관계 동영상을 몰래 촬영-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씨가 2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영창실질심사를 마치고 포승줄에 묶여 유치장으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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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다루는 기관들이 하나같이 신뢰의 위기에 처한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사법기관을 향한 불신의 상황이 굉장히 엄중하다"라며 "이른바 '정치검찰'은 늘 문제였고 경찰의 비리와 권력유착도 마찬가지인데, 그나마 좀 낫다고 생각한 법원에서까지 사법농단이 벌어지지 않았나"라고 우려했다.

그는 "법 앞의 평등이란 원칙으로 세워진 사법체계의 근본 구조가 힘 있는 사람들에겐 작동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등장한 게 좀 특이하다"라며 "본래 수사와 재판을 담당해야 할 주체들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주변 기구들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사법기관에 대한 불신은 판결에 대한 불복에 그치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법에 대한 불신을 이용해 특권층이 더 권력을 남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라고 했다. 또 "버닝썬·장자연·김학의 사건 등을 제대로 털어버리지 못하면 '수사해 봐야 소용없다'라는 생각이 팽배해져 열심히 하려는 사람도 권력에 붙어버리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의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벌어진 사태는 누가 뭐래도 경찰이 잘못한 것"이라면서도 "수사 등 여러모로 (경찰이) 위축되는 상황이 벌어질 텐데, 이로 인해 민생범죄 등을 못 챙겨 국민에게 피해 갈까 걱정"이라고 했다. 검찰 관계자 역시 "결국 피해는 국민과 대한민국 역사가 지게 된다"라며 "더 잃을 것 없다는 생각으로 검찰이 진심과 실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결국 피해는 국민이... 힘 실리는 공수처-특검 목소리
 
검찰 과거사위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및 '고 장자연씨 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1,033개 시민단체 공동주최로 열렸다.
▲ "김학의 전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고 장자연 사건"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검찰 과거사위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및 "고 장자연씨 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1,033개 시민단체 공동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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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나 특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18일 논평에서 "10년 전 고 장자연 사건, 6년 전 김학의 사건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버닝썬 게이트 등이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독립적인 수사로 진상을 규명하고 피의자는 물론 이들을 비호한 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 그럴 기구가 바로 공수처"라고 주장했다.

변호사 시절부터 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말해온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근 불거진 사건들은) 수사기관이 제 식구 감싸기 또는 권력 비호를 위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이라며 "공수처와 같이 외부에서 견제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증거"라고 했다.

한편 김학의·장자연 사건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같은 당 홍익표 의원은 "한 점 부끄럽지 않게 진실을 밝혀 달라는 요구에 여야를 떠나 정치권이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버닝썬, #장자연, #김학의, #사법농단,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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