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겨 기대주' 차준환(휘문고)과 임은수(신현고)가 나란히 첫 세계선수권 대회에 도전한다.
 
차준환과 임은수는 오는 20일부터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2019 국제빙상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 대회 남녀싱글 경기에 나란히 출전한다.
 
두 선수에게 시니어 세계선수권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들은 주니어 시절 각각 주니어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바 있는데 차준환은 2017년에 5위, 임은수는 2017년에 4위와 2018년 5위에 올라 선전을 펼쳤다.
 
이들은 올 시즌 시니어 그랑프리에서도 활약하면서 차준환은 한국 남자피겨 사상 최초로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해 동메달을 차지했고, 임은수는 김연아 이후 9년 만에 그랑프리 여자싱글 메달을 수확했다.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이들은 톱10 이내의 성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다.
 
차준환, 부상-부츠 문제 딛고 일어설까
 
밝은 미소로 인사하는 차준환 22일 오전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피겨스케이팅 A조 남자고등부에 출전한 차준환(휘문고)이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피겨 차준환(자료사진) ⓒ 연합뉴스

 
차준환에게 올 시즌은 어느 때보다 기뻤던 만큼 숨가쁘게 돌아간 시기였다. 그는 지난해 9월 챌린저 시리즈 대회에서 두 개의 은메달을 획득한 것을 시작으로, 이어 그랑프리 2차와 3차에서 동메달, 파이널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가 매 경기를 출전할 때마다 한국 남자피겨의 역사는 새로 쓰여졌고 만 17세의 소년은 어느새 시니어 중상위권까지 오르면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부상과 부츠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즈음부터 부츠 문제가 불거지더니 결국 두 차례 국내대회에서는 더 이상 신을 수 없는 부츠로 경기에 나서야만 했다. 이런 문제 탓에 발목에도 부상이 생겼고, 이는 결국 지난달 미국에서 열렸던 4대륙 선수권 대회에서 드러나고 말았다. 당시 차준환은 이러한 문제들로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점프에서 회전수 부족 현상이 자주 일어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올 시즌 누구보다 빛났던 그였기에 외적인 문제로 제 경기력을 다 보여주지 못한 것은 너무나 뼈아팠다.
 
여기에 배려 없는 국내 일정도 부상을 키운 원인이었다. 차준환은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간 국내 대회만 무려 4차례나 뛰었다. 국가대표 타이틀이 걸려있는 대회였던 회장배 랭킹대회와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을 비롯해, 제100회 동계 체육대회도 예선과 본선 두 경기를 치렀다.

이 시기에 다른 선수들은 대부분 훈련에만 매진하거나 내셔널 챔피언십 대회 등 한 차례 정도만 치른 데 반해, 차준환은 캐나다 토론토와 한국 서울을 몇 번이나 오고가는 강행군을 소화해야만 했다. 특히 이번 세계선수권도 동계체육대회 본선과 불과 약 3주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컨디션을 회복하고 이 대회를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아직 차준환의 문제가 완전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도 관건은 다른 선수들이 아닌 부상과 부츠 문제다. 피겨 선수에게 부츠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있는 와중에 이러한 문제를 맞닥뜨리면서 차준환에게는 더욱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실전에서 얼마나 최대한 극복해낼지가 차준환의 올 시즌 마지막 성적과 직결될 전망이다.
 
남자싱글에서는 하뉴 유즈루(일본)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얻고 부상을 회복해 돌아와 제 경기력을 얼마나 펼칠지가 관건이다. 하뉴는 지난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부상을 입은 후 파이널 경기에 기권하면서 약 4개월간 공식 대회에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가 부상에서 돌아와 홈에서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 속에 과연 2년 만에 월드 챔피언의 자리를 탈환할지가 관심사다.
 
임은수, 쇼트-프리 모두 클린 목표 이룰까

한편 여자싱글에 출전하는 임은수는 올 시즌 다소 흔들렸던 점프 성공률을 실전에서 얼마나 끌어올릴지가 관건이다. 그는 올 시즌 국제대회에 나설 때마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중 한 가지에서는 꼭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특히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가 잦은 것이 문제였다. 직전 대회였던 4대륙 선수권에서도 쇼트프로그램에서는 클린연기를 펼치며 환하게 웃었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점프에서 연거푸 실수가 나왔다.
 
주니어 시절만 해도 임은수는 양 프로그램에서 실수를 거의 하지 않으며 안정된 경기력이 자신의 장점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시니어로 올라오면서 이것이 다소 흔들리면서 그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임은수는 이미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해 11월 자신의 그랑프리 데뷔무대에서 쇼트프로그램 점수가 70점대에 육박할 만큼 높은 성적을 거뒀고, 이어 러시아에서 열렸던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제 남은 것은 세계선수권에서 목표하는 두 프로그램 클린 연기를 해내는지다. 만약 임은수가 두 프로그램을 모두 깨끗하게 해낸다면 지금까지 점수 추이를 볼 때 200점대를 돌파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임은수는 그동안 실수를 했음에도 꾸준히 180~190점대 점수를 받았는데 무엇보다 시니어로 올라오면서 구성점수에서 계속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다. 그렇기에 클린연기를 펼칠 경우 점수대 상승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임은수의 쇼트 연기(자료사진)

임은수의 쇼트 연기(자료사진) ⓒ 연합뉴스

 
아울러 이를 통해 다음 시즌 그랑프리 티켓 확보와 시니어 세계선수권 국가 쿼터를 2장으로 늘리는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자싱글 메달 후보로는 올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과 4대륙 선수권 우승자인 키히라 리카(일본)가 트리플 악셀 점프를 내세워 첫 우승을 차지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기에 평창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알리나 자기토바(러시아)가 자신의 커리어에서 이루지 못한 단 하나의 목표인 월드 챔피언 등극을 이번 대회에서 이뤄낼지도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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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스케이팅 차준환 임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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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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