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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라인 물길과 갯벌, 칠면초와 갈대군락, 흑두루미가 떠오르는 순천만은 모네가 붓질한 듯 색채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러나 1990년대만 해도 쓰레기가 쌓인, 버림받은 곳이었고, 상생을 향한 '8가지 동행'으로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변신했다.
 
연인과 친구들이 순천만습지 갈대길을 동행하고 있다. 순천만습지는 8가지 동행이 가져온 선순환의 기적으로 세계적 생태관광지로 탈바꿈했다.
▲ 순천만습지의 동행 연인과 친구들이 순천만습지 갈대길을 동행하고 있다. 순천만습지는 8가지 동행이 가져온 선순환의 기적으로 세계적 생태관광지로 탈바꿈했다.
ⓒ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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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7월에 제5호 태풍 조안을 시작으로 8호 키트와 9호 리가 한반도를 할퀴자, 8월 28일에는 폭우로 순천 승주군 서면의 산청저수지 둑이 무너졌다. 곡류천으로 각각 서면과 상사호에서 발원한 동천과 이사천을 따라 도심 한복판까지 물이 범람하여 피해가 극심했다. 이에 1990년대에 동천 하류 직강하 정비를 하면서 이사천과 동천의 하구를 합강하여 순천만으로 유입시켰다. 
 
1960년대 순천만의 모습으로 구불구불한 곡류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1960년대 순천만 1960년대 순천만의 모습으로 구불구불한 곡류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순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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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첫 번째 동행인 '민물과 짠물의 만남'이 있다. 순천만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의 말단부가 입구를 막는 호리병 모양으로, 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기수지역이다. 우리나라 갯벌 중에 유일하게 남은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염습지이다.

드넓은 22.6㎢ 규모의 갯벌과 5.4㎢ 갈대밭, 섬 등 서식지가 다양해 여러 생물들이 어울려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졌다. 염생식물을 포함한 340여 종의 식물, 300여 종의 저서생물, 240여 종의 조류가 산다. 그 중에는 흑두루미를 포함한 36종의 새, 흰발농게와 갯게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도 있고, 강어귀참갯지렁이는 한국에서 처음 확인되었다. 

그러나 90년대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었으며, 농약과 제초체 사용이 빈번했다. 민간업체는 동천하류 정비를 겸해 골재채취사업을 하느라 거대한 기계를 설치했다. 2000년에 시내 중심의 강은 3급수였고, 순천만 인근은 가금류 농장의 악취와 오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과거 순천만은 쓰레기가 방치되고, 농약과 제초제 사용 및 가금류 농가의 무분별한 사육 등으로  오염되었다. 그러나 자연과 동행하고자 한 지속적인 노력으로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바뀌었다,
▲ 순천만습지를 지킨 시민들 과거 순천만은 쓰레기가 방치되고, 농약과 제초제 사용 및 가금류 농가의 무분별한 사육 등으로 오염되었다. 그러나 자연과 동행하고자 한 지속적인 노력으로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바뀌었다,
ⓒ 순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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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두 번째 동행인 '자연과 인간의 상생'이 시작된다. 골재 채취용 기계를 보고 의문을 품은 순천만 주민이 시민단체에 의뢰하면서, 1996년에 전문가들에 의해 처음으로 순천만 생태조사가 이뤄졌다. 그 해 11월에 흑두루미 59마리 등이 발견되면서 생태적 가치에 눈을 떴다.

1997년에 골재채취 반대를 위해 주민과 단체가 제1회 '순천만 갈대축제'를 개최, 98년에 사업 취소를 받아냈다. 그리고 2013년에 순천만 갯벌이 해양수산부 갯벌 습지보호지역 제3호로 지정된다.

이 흐름을 타서 1995년 시·군 통합 당시 비둘기이던 시조를 2007년에 흑두루미로 변경했다. 그런데 천연기념물 228호로 멸종위기종인 흑두리미가 큰 체구 탓에 농경지에 설치된 전봇대의 전선에 걸려 다치곤 했다. 그래서 새를 위해서 282개 전봇대를 2009년에 제거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사건이었다. 농민들의 사정도 고려해 시는 농업용수를 공급해주며 철거 동의를 이끌어냈다.
 
순천시는 2007년에 시조를 흑두루미로 바꾸고, 순천만에서 월동하는 흑두루미가 농경지에 설치된 전봇대의 전선으로 다치는 것을 고려하여 전봇대 제거를 2009년에 실시했다.
▲ 흑두루미를 위한 전봇대 제거 순천시는 2007년에 시조를 흑두루미로 바꾸고, 순천만에서 월동하는 흑두루미가 농경지에 설치된 전봇대의 전선으로 다치는 것을 고려하여 전봇대 제거를 2009년에 실시했다.
ⓒ 순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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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농민 일부는 시의 지원을 받는 '순천만 흑두루미 영농단'으로 활약한다. 농약이나 제초제를 쓰지 않는 농법으로 59㏊ 규모의 흑두루미 희망농업단지를 관리한다. 이 친환경 벼로 새들에게 '먹이 나누기'를 한 나머지는 '흑두루미쌀'로 판매하는데, 얻은 수익금은 흑두루미 보호에 사용된다. 또한 환경부에서 매입한 땅을 무논으로 조성하여 조류 휴식처로 제공하며, 주민들은 동절기에 무분별한 외부 방문을 막는 '철새지킴이'로 활약한다.

대대마을 주민 700명이 베어낸 갈대는 철새를 위해 차량 불빛을 차단하는 갈대 울타리나 지붕 이엉 등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노력의 대가로 흑두루미 개체수는 2018년에 2502마리로 증가했다.

또한 2008년에 학생수 35명으로 폐교 위기이던 인근 학교는 2009년에 순천만 체험학습 시범학교로 지정, '흑두루미 논가꾸기 프로젝트' 등으로 생태학교로 거듭났다. 2015년에는 학생수가 120명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자연을 보존하는 과정에서 주민 일자리가 더불어 창출되고 지역에 생기가 도는 등 선순환의 상생 기적이 일어났다.
 
자연을 보존하면서 순천만 주민들의 삶의 질도 보장하기 위해서 갈대를 베는 등 다양하게 지역주민을 위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 갈대를 베어내는 순천만 주민들 자연을 보존하면서 순천만 주민들의 삶의 질도 보장하기 위해서 갈대를 베는 등 다양하게 지역주민을 위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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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는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순천시 그리고 전문가들이 순천만 보존을 위해 뭉치면서 세 번째 동행인 '민·관·학의 연대'가 생겼다.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그린순천21, 순천환경운동연합, 한국 야생동물 구조센터 등의 시민단체, 순천시 및 전문가와 교수들이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순천만 습지보전 사업 자문과 심의를 강화한 '순천만습지위원회'는 지역주민, 시민단체, 생태전문가, 시의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가 힘을 더한다.

2006년 취임 후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이라는 비전을 처음 제시한 노관규 시장의 생태도시 정책은 조충훈 시장을 거쳐 현재의 허석 시장으로 이어지며 확장되었다. 순천만국가정원과 습지 수입의 10%를 순천만 보존기금으로 조성, 5년마다 순천만 습지관리 계획을 수립한다. 또한 시민 모니터링 사업, 주민 참여형 생태보전 사업 등으로 지역주민의 동참을 적극 지원한다.

이 시너지로 2006년에 순천만은 람사르습지에 등록, 2018년 7월에 순천만 등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고 10월에 람사르습지도시로 인증을 받았다. 8000년의 역사를 지닌 순천만습지는 미국 동부연안, 캐나다 동부연안, 브라질 아마존강하구, 유럽 북해연안과 더불어 세계 5대 연안습지에 해당한다.
 
용산전망대에서 본 순천만습지의 모습이다. 조류를 관찰할 수 있는 탐조선이 S라인 물길을 따라 가고 있다.
▲ 순천만습지 용산전망대에서 본 순천만습지의 모습이다. 조류를 관찰할 수 있는 탐조선이 S라인 물길을 따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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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는 '한국의 갯벌'로 순천만을 넘어 보성, 신안, 고창, 서천 등을 포함하는 서남해안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고자 추진하고 있다. 바로 네 번째 동행인 '다른 지자체들과의 공생'이다. 

다섯 번째 동행은 '국내·외의 협력과 네트워크 구축'이다. 2004년에 EAAFP(호주-동아시아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를 시작으로 국제습지연대 등 여러 국제 네트워크에 가입했다. 또한 지역 시민단체부터 나라까지 협약을 체결하여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을 위해 2015년 5월부터는 매월 '순천만 에코톡'을 개최하고, 2007년 연안 관리 선진화를 위한 국제 심포지엄 등을 시작으로 각종 국제회의 등도 마련하고 있다. 오는 8월에는 순천만국제습지센터에서 제3회 세계습지연구자학회 아시아지역회의, 2020년 11월에는 에코에듀체험센터에서 제9회 아시아습지심포지엄이 개최될 예정이다.

태그:#순천만습지, #생태도시순천, #2019순천방문의해, #흑두루미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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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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