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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하면 나는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가 떠오릅니다. 그때 히딩크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은 꿈에 그리던 '4강 신화'를 이루었습니다. 독일과의 대전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3, 4위 전에 만난 상대는 터키. 우리는 아쉽게도 2 : 3의 스코어로 3위 자리를 터키에 내주었습니다.

당시의 경기를 검색하면, 관중석에서는 대형 터키 국기와 우리 태극기가 함께 출렁였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두 나라 선수들은 살가운 어깨동무를 하고 운동장을 돌며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함께 인사를 건넸습니다. '형제의 나라'라는 우애가 돋보이는 장면이 너무 인상적입니다.

가슴 설레는 터키 여행의 시작

'태양이 솟는 곳'이라는 뜻의 아나톨리아 반도 터키. 세월은 흘렀지만, 예전 월드컵에서 받았던 강렬한 이미지의 터키를 찾는 설렘이 큽니다. 아내와 나는 12시간에 가까운 비행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긴 여정에 몸을 실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신혼여행으로 먼저 터키를 다녀온 아들 내외가 우리에게 주의를 환기시켰습니다.

"터키 음식 잘 드시는 분도 있지만, 저흰 별로였어요. 좀 느끼하고 향신료가 진해 음식 때문에 고생했거든요. 혹시 모르니 몇 가지 준비했어요."

며느리는 고맙게도 이것저것 세심히 준비했습니다. 반찬 통조림이며 컵라면, 햇반, 고추장, 소주 등등. 여러 날 여행하며 혹시나 몰라 고생할까 싶어 주섬주섬 우린 보따리에 챙겨 넣었습니다.

긴 비행시간이 끝나가는 것 같습니다. 터키 현지시간에 4시 가까이 되었습니다. 곧 착륙한다는 기장의 반가운 안내방송이 들립니다.

"본 비행기는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 도착합니다. 이스탄불 날씨는 맑고, 현재 기온은 10℃ 안팎입니다. 좋은 시간 가지십시오!"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이스탄불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는 너무 잘 어울렸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이스탄불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는 너무 잘 어울렸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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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이스탄불의 집들이 참 정겹고 아름답습니다.
 붉은색 이스탄불의 집들이 참 정겹고 아름답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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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쪽에 앉은 나는 창을 올렸습니다. 와! 너무도 환상적인 이스탄불의 경관이 펼쳐집니다. 파란 파도와 아주 작은 섬, 그리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붉은 색깔의 지붕과 간혹 보이는 빌딩. 카메라 줌을 당기자 뾰족하게 서 있는 모스크의 첨탑들도 보입니다.

아내도 고개를 창 쪽으로 고개를 내밀며 탄성을 지릅니다.

"와! 대단해! 하늘은 맑고 푸르고! 저 바다는 무슨 바다?"
"아마 마르마라 해 아닐까?"
"다리가 보이는데?"
"그럼 보스포러스 해협일 거야!"


하늘 아래 마르마라 해도 보이고, 어느 순간 보스포러스 해협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바다와 작은 섬이 있는 이스탄불은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동서고금'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이스탄불
 
늘 많은 사람들로 생기가 넘쳐나는 이스탄불 거리.
 늘 많은 사람들로 생기가 넘쳐나는 이스탄불 거리.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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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가슴으로 터기 이스탄불에 첫발을 내딛습니다. 유동인구를 포함하면 2000만 명에 가까운 거대도시는 거대한 파도처럼 살아 꿈틀댑니다. 도로에는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시로 쏟아져 나온 많은 사람들로 활기가 넘칩니다.

유럽대륙과 아시아대륙에 걸쳐있는 이스탄불. 유럽대륙의 동쪽 끝점에, 아니 아시아대륙의 서쪽 끝점에 옛 제국의 도시 터키 이스탄불이 있습니다. 혹자는 이스탄불을 거대한 타임캡슐이라 부릅니다.

고대에서 중세,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혀 시간 차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히타이트, 아시리아 같은 고대 오리엔트 문명에서부터 비잔틴문화가 찬란히 빛을 발하였고, 그 후 오스만 터키 이슬람문명이 자리 잡은 터키의 심장부입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말했습니다. '이스탄불은 인류문명의 살아 있는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이스탄불에는 인류 역사문화유산이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세계사에서 강력한 힘의 중심에 섰던 도시에는 제국의 흔적이 널려있습니다. 도로 좌측에 길게 이어지는 성곽이 보입니다. 테오도시우스 성벽이 그것입니다. 413년 비잔틴 제국 시절, 이스탄불의 옛 이름인 콘스탄티노폴리스를 방어하기 위한 성벽입니다. 
 
1453년 오스만 제국에 의해 콘스탄티노폴리스 점령되어 비잔틴 제국이 무너진 삼중성벽입니다.
 1453년 오스만 제국에 의해 콘스탄티노폴리스 점령되어 비잔틴 제국이 무너진 삼중성벽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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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시우스 성벽은 도시를 휘감아 둘러싸고 있는데, 세워졌을 당시 길이가 무려 22.5km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성벽의 위력은 매우 강력하였습니다. 외세의 침략을 받아 성벽을 넘어 수도를 점령할 수 있었던 군대는 14세기까지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성벽은 이스탄불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지진이나 오랜 세월을 버티다 훼손된 흔적은 너무도 오랜 역사의 현장입니다. 복원이 된 3중의 튼튼한 성벽은 당시 난공불락의 요새였음을 짐작하고 남습니다.

그런데, 난공불락의 요새였으면 무엇 하리요! 성벽은 경계를 의미하고, 세력 간에는 경계를 허물어 영역을 넓히려는 전쟁은 피할 수 없는 법. 완벽한 3중의 벽도 영원할 수는 없었습니다. 1453년 비잔티움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폴리스는 오스만 제국에게 점령당하고 말았으니까요.

성벽 위를 나부끼는 깃발에 이긴 자들의 환호성과 성을 지켜내지 못한 자들의 한숨소리가 섞여 있는 듯싶습니다.
 
지진과 오랜 세월로 무너지고 부서진 성곽이 안타까움을 더하였습니다.
 지진과 오랜 세월로 무너지고 부서진 성곽이 안타까움을 더하였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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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음식, 생각보다 맛있네!

해가 어둑어둑해지자 졸지에 시장기가 몰려옵니다. 가이드는 어느 케밥 집에 우리 일행을 안내하였습니다.

"터키 음식의 패턴은 먼저 스프와 빵이 나오고, 메인 요리, 마지막으로 디저트 순입니다. 한국에서도 많이 접한 케밥, 아마 맛이 괜찮을 거예요!"

여행 오기 전, 아들 내외가 염려한 터키 음식은 과연 어떨까?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 비위에 역하지 않을까?

호박죽과 비슷한 모양의 수프는 향신료가 든 고기스프입니다. 당근, 비트, 양배추의 삼색 야채, 그리고 얇은 빈대떡 빵. 메인 요리로는 닭 가슴살고기와 기름에 볶은 쌀밥입니다. 후식으로는 오렌지가 나왔습니다.

"요리이름이 뭐예요?"
"닭 가슴살 케밥이라고 보면 되요!"


과거 유목생활을 하던 터키 사람들은 음식을 주로 구워먹었다고 합니다. 유목민들은 물이 귀해 고기뿐만 아니라 야채와 같은 것도 불에 구워먹는 식습관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케밥은 터키인들이 꼬치에 끼워 불에 구워내는 고기요리입니다. 
 
터키 음식은 먼저 스프가 나오고, 싱싱한 야채가 겉들입니다.
 터키 음식은 먼저 스프가 나오고, 싱싱한 야채가 겉들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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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인들은 유목생활의 영향으로 음식을 구워먹는 식습관이 있습니다. 캐밥은 꼬치에 끼워 불에 구워내는 고기요리의 일종입니다. 구워낸 닭가슴살과 볶아낸 쌀밥이 나왔습니다.
 터키인들은 유목생활의 영향으로 음식을 구워먹는 식습관이 있습니다. 캐밥은 꼬치에 끼워 불에 구워내는 고기요리의 일종입니다. 구워낸 닭가슴살과 볶아낸 쌀밥이 나왔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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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 맛있다고 하자, 큰 빵을 통째로 아낌없이 가져왔습니다. 손으로 찢어먹는데 그 맛이 참 좋았습니다.
 빵이 맛있다고 하자, 큰 빵을 통째로 아낌없이 가져왔습니다. 손으로 찢어먹는데 그 맛이 참 좋았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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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밥 맛이 싫지 않습니다. 그보다 따끈따끈한 빵을 스프에 찍어먹으니 그 맛이 참 좋습니다. 빵은 우리네 공갈빵과 모양이 비슷한데 색다른 맛입니다.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아내도 맛나게 먹습니다.

"당신, 음식 먹을 만해?"
"좋아요! 애들은 맛없었다는 데, 맛만 있네!"


나도 이국에서 맛본 색다른 음식이 괜찮습니다. '시장이 반찬'이 아니라 진짜 내 입맛에 맞습니다. 그릇을 싹 비웠습니다.

조상은 아시아에서 기원했고, 국가적 부흥은 유럽과의 역사적 관계에서 비롯되었다는 터키. 동양인가?, 서양인가? 터키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갖는 의문입니다. 터키 이스탄불 사람들은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스탄불에는 서로 다른 것들이 뒤섞여 융합되어 있고, 또 세계는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어 하나됨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전 월드컵 경기에서 받은 좋은 인상의 터키! 이역만리 건너온 우리는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스탄불에서 기분 좋은 여행을 출발합니다.

태그:#터키, #이스탄불, #아나톨리아 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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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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