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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3만이 안 되는 강원도 양양군에 살고 있다.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인터넷이 전국 어디서나 가능한 시대를 사는 덕분에 다양한 글들을 접하고 있다. 방송과 언론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

물론 나도 누군가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양양군과 설악산에 대한 자료를 정리해 제공한다. 때론 부탁이 없어도 현장에 나가 사진 촬영을 하고 원고를 써 블로그에 소개하거나 오마이뉴스에 직접 기사로 보낸다. 

1980년대까지는 기자라는 직업이 상당히 특별한 계층에 속했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을 활용한 언론사들의 등장으로 기자들의 활동영역은 크게 확장됐다. 그러나 글을 쓴다고 해서 모두가 기자는 아니다. 이른 시간에 발생한 사건, 현장 소식 등 세상의 다양한 정보들을 토대로 새로운 자료를 가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은 여전히 큰 노력이 필요하다.

납득하기 어려운 한국여기자협회
 
한국기자협회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여기자협회가 있다는 사실은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 한국여기자협회 한국기자협회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여기자협회가 있다는 사실은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 한국여기자협회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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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기자협회에 관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를 들었다."

송일준 광주MBC 사장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의 첫머리가 눈에 콕 박혔다. 직감적으로 '있어서는 안 될 불합리한 무엇이 있다'란 생각이 들어 '더 보기'를 선택해 전문을 읽었다.

송일준 사장은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페이스북에서 "지역 언론사에 재직하는 여기자들이 (한국여기자협회에) 가입하려고 해도 안 받아줘서 회원이 될 수 없단다, 서울 소재 언론사들에 근무하는 여기자들만 자격을 준다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송일준 사장의 글을 미뤄 짐작해 볼 때 광주에서 활동하는 여기자 누군가가 송 사장에게 '한국여기자협회에 가입하려 했지만, 서울이 아닌 타지에 일하고 있다는 이유로 가입을 할 수 없었다'고 한 것 같다. 

송 사장의 글에서는 한국여기자협회 정관에 있는 회원자격에 관한 내용을 전부 확인할 수 없어 직접 누리집에 들어가 '협회 소개'의 '정관'을 살펴봤다.
 
제2장 회 원

제5조 (회원의 입회 및 자격)
본 회의 회원은 정회원, 명예회원으로 구분한다.

1. 정회원은 국내의 일간신문사, 통신사, 방송사에 근무하는 여기자로서 본 회의 목적에 찬동하며 본회의 회원으로서 합당한 명예를 지키는 자로 한다. 회원은 한국여기자협회에 등록된 법인회원의 경우 입사 후 간사를 통해 등록 신청을 해야 한다.

2. 명예회원은 본회 발전에 공로가 있거나 본 회의 사업활동을 후원할 수 있는 자로서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3. 온라인 미디어 등 새롭게 부상하는 신생매체의 한국여기자협회 법인 회원 가입 여부는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정관을 살펴본 결과, 전문 어디에도 '지역 언론사에 소속된 여기자는 가입할 수 없다'는 규정은 없었다. 물론 지역이란 단어조차 언급되어 있지 않다. "국내의 일간신문사..."로 되어 있으니, 이는 대한민국 언론사에 소속되어 있는 여기자라면 누구나 가입자격이 있다는 뜻이다.

저간의 사정을 확인할 수 없으니 먼저 '어떤 기준으로 대상을 정하게 됐을까'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송 사장도 같은 의문을 지니고 서울에 있는 한국여기자협회에 전화해 사무직 직원에게 궁금한 사항들을 물었다고 한다. 송 사장의 허락을 받아 아래 내용을 소개한다.

송일준(이하 송) : 회원 자격은?
한국여기자협회(이하 여) : 서울 소재 언론사 소속 여기자들, 서울 소재 언론사 소속으로 지역에 파견되어 근무하는 여기자들만 자격이 있다.
송 : 누가 그렇게 정했는가?
여 : 협회 집행부에서 정한 것이다.
송 : 정관과 다르고 불합리하지 않느냐?
여 : 나는 사무국 스태프라 답하기 곤란하다. 답변할 만한 사람에게 물어보고 알려드리겠다.


통화를 마친 그는 "결론은 지역 여기자들은 현재로서는 한국여기자협회 회원이 될수 없다"라며 "실제 운용은 정관에 정해져 있는 것과는 달랐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불합리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적었다.

이어 "광주MBC도, 광주의 다른 언론사에도 여기자들이 있다. 서울 언론사에서 일하는 기자들 못지않게 열심히 일한다. 능력도 뛰어나다. 한국여기자협회원이 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나이도, 경력도 한참 위인 서울 여기자들한테 감히 어려워 강하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어 대신 적게 되었다"고 밝혔다.

논의 대상으로 거론은 됐으나 해결되지는 않은 문제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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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후, 송 사장은 '한국여기자협회와 관련한 이전 포스팅과 관련하여'라는 제목으로 뒷이야기를 작성했다. 한국여기자협회 김균미 회장과 주고받은 통화 내용이었다. 김균미 회장은 사무국 직원에게 보고 받은 후 송 사장의 페이스북 글을 보고 송 사장에게 직접 설명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 통화내용을 '요지' 1과 2로 나눠 소개했다.
 
1. 현재 서울 소재 언론사 여기자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건 사실이나 거기엔 사정이 있다. 당장 회원 범위를 확대할 경우 아직 불비한 조직 상근직원 수 등 현실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지역사, 신생 언론사 등 소속 여기자들의 회원 가입 승인 여부는 그간 줄곧 논의의 대상이 돼왔다. 그때마다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이 흘렀는데 현 집행부 임기 내든 다음 집행부에서든 다시 진지하게 논의하여 결정하도록 할 예정이다.

2. 특혜가 있는 건 전혀 아니다. 언론진흥재단 지원 사업 내용은 홈피에도 공개하고 있는 것 세 가지가 전부다. 그것 때문에 지역사 여기자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다. 글을 보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

송 사장은 "김균미 회장의 설명대로 무슨 특권 의식이나 잇속으로 지역사 여기자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믿는다, 그런데도 지역 언론사에서 훌륭하게 기자의 본분을 다하는 여기자들이 한국여기자협회에 가입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직접 전화까지 해서 친절하게 사정을 설명해준 김균미 회장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서울에 사무실이 있거나 본사가 있는 언론사에 소속된 여기자들과 달리, 지역 언론사와 방송사에 소속돼 활동하는 여기자들의 관점에서는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임은 분명하다. 한국여기자협회는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언론사의 여기자들에게 가입 자격을 줘야 한다. 그러나 송 사장과 김 회장과의 통화 내용만 봐도, 논의의 대상으로 거론은 됐으나 해결되지는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본인은 이와 관련해 경남지역 언론사에서 데스크를 맡은 여기자 한 분에게 한국여기자협회의 문제에 관해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랬다.

"시정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권양숙 여사가 지역신문 여기자를 포함한 전국 대표 여기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이 문제를 건의했는데, 그 뒤로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지역 여기자 초청 간담회 자체가 없어졌다. 서울지역 중심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한국여기자협회에 없다고 본다."

분명 1~2년 사이에 거론된 내용은 아닌 걸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권양숙 여사가 지역신문 여기자까지 함께 초청해 간담회를 하기도 했는데, 이마저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론 사라졌다는 답변은 새로 안 사실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기자가 느끼는 소외감을 중앙에서 활동하는 처지에선 가늠이나 할까. 어떤 의도에서였거나 차별은 존재하고, 이른 시간에 해결하려는 노력도 부족했다는 걸 알 수 있다.

한국여기자협회에 상처를 주려는 의도가 아닌 잘 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원만하게 풀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다. 이제 광화문광장에서 텐트를 치고 163일이란 긴 시간을 보낼 때 느꼈던 이야기 하나를 풀어놓으며 글을 끝내려 한다.

전국금속노조를 보며
 
2017년 1월 7일 광화문광장엔 전날 경상북도 청송군까지 달려가 뜯어 온 노천극장을 세웠다. 연극인과 예술인들이 공연을 할 극장이다. 광화문광장에 텐트를 치고 활동하던 이들과 연극인들까지 힘을 합했다. 설치작업을 하는 도중 잠시 짬을 내 이순신장군 동상의 받침돌에 올라서 촬영했다.
▲ 블랙텐트 2017년 1월 7일 광화문광장엔 전날 경상북도 청송군까지 달려가 뜯어 온 노천극장을 세웠다. 연극인과 예술인들이 공연을 할 극장이다. 광화문광장에 텐트를 치고 활동하던 이들과 연극인들까지 힘을 합했다. 설치작업을 하는 도중 잠시 짬을 내 이순신장군 동상의 받침돌에 올라서 촬영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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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는 전국금속노조가 있다. 여기 소속된 개별노조를 보면 제약회사와 콜트콜텍 같은 기타를 만들던 중소기업도 있다. 

금속노조라기에 쇠 다루는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모였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드릴을 사용하거나 톱질, 망치질 등 공구 사용도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철의 성분인 철분만 사용해도 전국금속노조의 개별노조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철분 영양제를 생산하는 제약회사까지 함께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기타는 기타 줄에 철선이 들어가잖아요. 그리고 타이어는 타이어 속에 와이어가 안 들어가면 안 돼요. 그러나 전국기타노조는 물론이고 전국악기노조나 전국타이어노조와 같은 연합된 구성체가 없는데, 개별노조로는 제대로 힘을 낼 수 있겠어요. 그런 사정들을 참고해 폭을 넓혀 전국금속노조는 철이 들어가는 제품을 생산하면 어떤 회사에 소속돼 있어도 모두 자격이 됩니다."

그들은 역시 '전국' 금속노조란 이름만큼 투쟁을 할 때 단합이 잘 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립니다.


태그:#한국여기자협회, #송일준, #김균미, #블랙텐트, #전국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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