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켜 스케이트를 신고 은반 위에서 멋진 연기를 펼치는 줄 알았다. 초록 잔디 위 빠르게 달려가다가 속도를 갑자기 멈추는 일, 더구나 그 자리가 상대 골키퍼 바로 앞이었기에 정말 아무나 흉내내기도 어려운 일이다.

사디오 마네는 그것도 모자라 180도 방향을 바꾸는 턴 기술까지 엮어냈다. 피켜 선수권대회 남자 시니어 부문에 올려놓아도 모자라지 않을 아름다운 기술이었다. 뮌헨은 그렇게 사디오 마네 앞에서 맥을 못추고 무너졌다. 뮌헨 홈팬들 입장에서 비까지 내려 더 스산한 수요일 밤이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이끌고 있는 리버풀 FC(잉글랜드)가 한국 시각으로 14일 오전 5시 독일 뮌헨에 있는 푸스발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8-2019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바이에른 뮌헨(독일)과의 어웨이 게임에서 3-1로 완승을 거두고 8강에 올랐다.

사디오 마네 '턴'
 
 2019년 3월 14일 오전 5시(한국 시간), 독일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경기. 리버풀의 사디오 마네가 팀의 3번째 득점에 성공한 후 자축하고 있다.

2019년 3월 14일 오전 5시(한국 시간), 독일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경기. 리버풀의 사디오 마네가 팀의 3번째 득점에 성공한 후 자축하고 있다. ⓒ DPA/연합뉴스

 
리버풀이 타고 온 챔피언스리그 8강 막차가 10년 만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팬들을 더욱 기쁘게 만들어주었다. 2008-2009 시즌에도 리버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널'과 함께 이 대회 8강에 올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빛낸 바 있다.

사실 리버풀에 이 게임 출발은 좋지 않았다. 중원의 핵 조던 헨더슨이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시작 후 13분 만에 파비뉴를 급하게 들여보낸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달 20일 안필드에서 열린 1차전에서 경고 누적 징계로 뛰지 못했던 간판 수비수 페어질 판 다이크가 돌아왔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26분에 바로 그 판 다이크의 발끝으로부터 멋진 승리의 볼이 전달됐다. 기습적인 롱 패스를 받은 주인공은 사디오 마네였다. 첫 터치부터 오른발 아웃사이드 트래핑 기술이 압권이었다. 이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뮌헨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골문을 비우고 바짝 달려나왔다. 

여기서 사디오 마네는 급하게 슛을 시도한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방향 전환 아웃사이드 드리블 기술을 부렸다. 내로라하는 공격수들도 좀처럼 흉내내기 힘든 '마네 턴'이었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한 선수인 마누엘 노이어 바로 앞에서 이 기술을 실현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웠지만 마네는 이어진 왼발 찍어차기 슛까지 완벽하게 마무리지었다. 

축구의 턴 기술들은 '마르세유 턴', '크루이프 턴' 등 전설의 기술들이 많이 있지만 사디오 마네가 노이어 앞에서 보여준 아웃사이드 턴 기술은 그 방향을 알고도 막기 힘들었으리라.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마네 턴'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을 듯하다.

마네 때문에 홈팀 바이에른 뮌헨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꼴이 되었다. 1차전 0-0 점수판을 생각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더 많은 골을 넣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그런데 바이에른 뮌헨은 이 게임을 통틀어 유효 슛을 단 1개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리버풀의 압박 수비를 제대로 벗겨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39분에 나온 뮌헨의 동점골은 그나브리가 골문 바로 앞으로 달려들어가고 있는 동료 골잡이 레반도프스키를 겨냥해서 날카롭게 찔러준 얼리 크로스 덕분이었다. 이 공을 중간에서 끊고자 다리를 내민 리버풀 수비수 마티프의 자책골이 된 것이다.

실망한 뮌헨 홈팬들, 하나 둘씩 자리를 뜨고

가까스로 1-1 점수판을 만들어놓고 후반전을 시작한 바이에른 뮌헨은 61분에 리베리를 빼고 킹슬리 코만을 들여보내며 측면 공격을 강화했다. 하지만 전반전처럼 리버풀 수비벽을 시원하게 허물지 못했다.

오히려 69분에 코너킥 수비 상황에서 추가골을 내주며 뮌헨은 무너지고 말았다. 리버풀 주장 제임스 밀너가 오른발로 올려준 오른쪽 코너킥을 센터백인 페어질 판 다이크가 큰 키를 자랑하며 솟구쳐 이마로 꽂아넣은 것이다. 

단순한 숫자 놀음이기는 하지만 뮌헨이 후반전에 먼저 골을 넣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는 최소한 2골이 필요한 상황을 직면한 셈이다. 6만8145명 뮌헨 홈팬들은 빗속에서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리버풀의 완승 기세는 84분에 화룡점정을 이루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모하메드 살라의 유연한 드리블 끝에 기습적인 왼발 크로스가 넘어왔고 뮌헨 수비수 훔멜스 뒤로 숨어들어간 사디오 마네가 헤더 쐐기골을 터뜨린 것이다. 마네가 시작해서 마네가 끝내버린 게임이 된 셈이다.

이후 관중석 곳곳은 듬성듬성 옥수수 알갱이가 빠진 듯 맨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실망한 뮌헨 팬들이 더이상은 못 보겠다는 표정으로 등을 돌린 것이다. 

이렇게 챔피언스리그 8강 리스트가 완성됐다. 리버풀 말고도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가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의 자존심을 뽐냈고, FC 바르셀로나가 스페니시 프리메라 리가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남은 세 자리는 '유벤투스(이탈리아), 아약스(네덜란드), FC 포르투(포르투갈)'의 몫이었다.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결과(14일 오전 5시, 푸스발 아레나 뮌헨)

★ 바이에른 뮌헨 1-3 리버풀 [득점 : 마티프(39분,자책골) / 사디오 마네(26분,도움-페어질 판 다이크), 페어질 판 다이크(69분,도움-제임스 밀너), 사디오 마네(84분,도움-모하메드 살라)]
- 1, 2차전 합산 점수 3-1로 리버풀 8강 진출!

◎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
FW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AMF : 프랑크 리베리(61분↔킹슬리 코만), 하메스 로드리게스(79분↔헤나투 산체스), 세르지 그나브리
DMF : 티아구 알칸타라, 하비 마르티네스(72분↔레온 고레츠카)
DF : 다비드 알라바, 마츠 훔멜스, 니클라스 쥘레, 하피냐
GK : 마누엘 노이어

◎ 리버풀 선수들
FW : 사디오 마네, 호베르투 피르미누(83분↔디보크 오리기), 모하메드 살라
MF : 조르지뉴 바이날덤, 조던 헨더슨(13분↔파비뉴), 제임스 밀너(87분↔애덤 랠러나)
DF : 앤디 로버트슨, 버질 판 다이크, 요엘 마티프, 알렉산더-아놀드
GK : 알리송 베케르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바이에른 뮌헨 59%, 리버풀 41%
유효 슛 : 바이에른 뮌헨 1개, 리버풀 6개
슛 : 바이에른 뮌헨 6개, 리버풀 9개
패스 : 바이에른 뮌헨 599개, 리버풀 424개
패스 성공률 : 바이에른 뮌헨 86%(515/599), 리버풀 79%(333/424)
코너킥 : 바이에른 뮌헨 2개, 리버풀 7개
오프 사이드 : 바이에른 뮌헨 5개, 리버풀 2개
뛴 거리 : 바이에른 뮌헨 113km, 리버풀 115.4km
공 소유권 되찾기 : 바이에른 뮌헨 57회, 리버풀 47회
태클 : 바이에른 뮌헨 4개, 리버풀 4개
경고 : 바이에른 뮌헨 2장(알칸타라, 산체스), 리버풀 3장(파비뉴, 마티프, 로버트슨)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사디오 마네 챔피언스리그 리버풀 바이에른 뮌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