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예선 2차전 울산 현대와 상하이 상강의 경기. 울산 김보경과 주니오 등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2019년 3월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예선 2차전 울산 현대와 상하이 상강의 경기. 울산 김보경과 주니오 등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급하게 덤비지 않고 후반전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 기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2012년 이 대회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떨쳤던 철퇴 축구가 떠올랐다. 역시 축구는 '한 방'이 통하는 묘미도 있다는 것을 울산 선수들이 말해주었다.

김도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한국)가 13일 오후 7시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H조 상하이 상강(중국)과의 홈 게임에서 후반전 교체 선수 주니오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뚝심으로 버티면서 주니오를 기다린 울산
 
 2019년 3월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예선 2차전 울산 현대와 상하이 상강의 경기. 울산 김보경 선수의 모습.

2019년 3월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예선 2차전 울산 현대와 상하이 상강의 경기. 울산 김보경 선수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일주일 전 호주 시드니 어웨이 게임(0-0)을 다녀오면서 이기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 울산 선수들은 H조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는 중국의 강팀 상하이 상강을 맞아 급하게 덤벼들지 않았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실패한 경험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 팀 상하이 상강에는 최근 중국 프로축구에서 가장 위력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헐크, 엘케손, 오스카' 트리오가 뛰고 있기 때문에 울산의 수비 라인을 함부로 올려세울 수 없었다. 이번 홈 게임에서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하면 16강 진출 전망이 흐려진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울산은 박용우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원을 책임졌고, 노련한 김창수가 오른쪽 풀백 자리에 복귀하는 바람에 공격과 수비 능력 모두 탁월한 김태환을 오른쪽 미드필더로 배치하여 상황 변화 대응 능력을 높인 것이 잘 먹혀들었다고 봐야 한다. 
 
 2019년 3월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예선 2차전 울산 현대와 상하이 상강의 경기. 울산 김수안(왼쪽)과 상하이의 헐크(가운데)가 신경전을 벌이다가 심판으로부터 제지되고 있다.

2019년 3월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예선 2차전 울산 현대와 상하이 상강의 경기. 울산 김수안(왼쪽)과 상하이의 헐크(가운데)가 신경전을 벌이다가 심판으로부터 제지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오스카의 드리블과 공간 침투, 웬만한 체격으로 감당하기 힘든 헐크의 볼 키핑 능력과 위력적인 중거리슛 앞에서 우선 잘 버티는 것이 울산의 급선무였다.

상하이 상강 플레이 메이커 오스카에게는 자주 드리블 돌파를 허용했지만 헐크의 중거리슛 기회는 비교적 잘 막아낸 보람이 있었다. 27분에 오스카에게 날카로운 오른발 중거리슛을 내주기는 했지만 울산 골키퍼 오승훈이 자기 오른쪽으로 몸 날려 막아냈다.

그리고 울산은 후반전 초반 첫 번째 선수 교체를 통해 승부수를 띄웠다. 비교적 체격 조건이 좋은 원 톱 김수안을 빼고 56분에 주니오를 들여보낸 것이다. 시작부터 주니오를 뛰게하면서 상대 수비수들과 경쟁시키는 것보다 후반전에 집중력 높은 공격을 전개하여 결정적 한 방을 날리겠다는 김도훈 감독의 뜻이었다.

주니오, 교체 후 10분 만에 천금의 결승골

울산의 '호랑이굴'에 거짓말처럼 환호성이 퍼져나갔다. 주니오가 바꿔 들어온 뒤 딱 10분만에 벌어진 일이어서 홈팬들은 더욱 신나게 그의 이름을 외칠 수 있었다. 
 
 2019년 3월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예선 2차전 울산 현대와 상하이 상강의 경기. 울산 주니오 선수가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2019년 3월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예선 2차전 울산 현대와 상하이 상강의 경기. 울산 주니오 선수가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66분, 노련한 측면 자원 김태환이 재치있게 얻어낸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가 생겼고 이 코너킥을 왼발잡이 미드필더 김보경이 자로 잰 듯 정확하게 감아올렸다. 바로 거기서 기다렸다는 듯 주니오가 솟구치며 이마로 방향을 살짝 바꿔 상하이 상강 골문 안에 정확하게 꽂아넣었다. 상하이 상강 얀 쥔링 골키퍼가 손을 쓸 틈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에 당황한 상하이 상강은 수비 라인을 과감하게 밀어올리며 동점골을 뽑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뛰었지만 울산 현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감독의 지시에 따라 밸런스를 잃지 않은 덕분이었다. 
 
 2019년 3월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예선 2차전 울산 현대와 상하이 상강의 경기. 상하이 소속 오스카 선수의 모습.

2019년 3월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예선 2차전 울산 현대와 상하이 상강의 경기. 상하이 소속 오스카 선수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87분에 또 한 번 오스카의 중거리슛이 불을 뿜었다. 하지만 울산 골키퍼 오승훈이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내던지며 기막히게 막아냈다. 상하이 상강의 추격은 딱 거기까지였다. 

상하이 상강과 H조 1위 싸움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서는 이 게임 승리 기록이 절대로 필요했기에 울산 선수들은 어설프게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이겨야겠다고 해서 무조건 공격적으로 덤비기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게임에 대응한 덕분이었다.

귀중한 승리로 H조 1위(승점 4, 1승 1무) 자리에 올라선 울산 현대는 오는 17일(일) 오후 2시 DGB 대구은행 파크로 들어가 요즘 K리그는 물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제일 잘나가는 대구 FC와 K리그 원 3라운드 어웨이 게임을 펼쳐야 한다. 챔피언스리그 일정으로는 다음 달 10일(수) 오후 8시 정성룡이 골문을 지키고 있는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를 호랑이굴로 불러 연승과 조 1위 굳히기를 노린다.

2019 AFC 챔피언스리그 H조 결과(13일 오후 7시, 문수월드컵경기장)

★ 울산 현대 1-0 상하이 상강 [득점 : 주니오(66분,도움-김보경)]

◎ 울산 선수들
FW : 김수안(56분↔주니오)
AMF : 김인성, 믹스(90분↔신진호), 김보경, 김태환
DMF : 박용우
DF : 이명재, 불투이스, 윤영선, 김창수
GK : 오승훈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울산 현대 44.7%, 상하이 상강 55.3%
유효 슛 : 울산 현대 6개, 상하이 상강 4개
슛 : 울산 현대 10개(박스 안 6개), 상하이 상강 11개(박스 안 3개)
슛 적중률 : 울산 현대 60%, 상하이 상강 36.4%
패스 : 울산 현대 410개, 상하이 상강 504개
롱 패스 : 울산 현대 62개, 상하이 상강 69개
패스 성공률 : 울산 현대 77.3%, 상하이 상강 82.1%
공격 지역 패스 성공률 : 울산 현대 66.8%, 상하이 상강 72.6%
크로스 : 울산 현대 18개, 상하이 상강 22개
크로스 적중률 : 울산 현대 27.8%, 상하이 상강 13.6%
가로채기 : 울산 현대 11개, 상하이 상강 5개
오프 사이드 : 울산 현대 0개, 상하이 상강 1개
코너킥 : 울산 현대 4개, 상하이 상강 5개
태클 : 울산 현대 14개, 상하이 상강 10개
파울 : 울산 현대 16개, 상하이 상강 17개
경고 : 울산 현대 1장(김태환), 상하이 상강 1장(웨이 젠)

◇ H조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한국) 4점 1승 1무 1득점 0실점 +1
2 상하이 상강(중국) 3점 1승 1패 1득점 1실점 0
3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 3점 1승 1패 1득점 1실점 0
4 시드니 FC(호주) 1점 1무 1패 0득점 1실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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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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