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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업은행 노동자추천이사 선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추천이사제 시행을 촉구했다.
 1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업은행 노동자추천이사 선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추천이사제 시행을 촉구했다.
ⓒ 금융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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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융권 채용비리가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어느 산업보다 금융권에서 (더 많은) 부패가 펼쳐지는 상황이 금융위원장 눈에만 보이지 않는가 봅니다."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기업은행 노동자추천이사 선임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아래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위원장이 한 말이다. 이날 금융노조는 노동조합에서 추천하는 이사 선임을 촉구하는 것은 채용비리 등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감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25일 기업은행 노조는 박창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을 신임 사외이사로 회사 쪽에 추천했었다. 

김 위원장은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다"며 "(정권 초) 금융위는 스스로 만든 금융행정혁신위원회에서 권고한 노동자추천이사제를 받아들였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금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의 사외이사 추천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했다"며 "이랬던 금융위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노동자추천이사제를 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노동자추천이사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7일 최 위원장은 "노동이사제든 근로자추천이사제든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한다는 것과 은행 직원들의 복지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 은행권 종사자의 급여, 복지수준을 볼 때 다른 분야에 앞서 금융권이 (노동이사제를) 먼저 도입할 만큼 열악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은행 노동자 복지 좋아 노동자추천이사제 필요 없다?

이에 대해 이날 김 위원장은 "과연 노동자추천이사제의 목적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최 위원장의 말처럼 그러한 이유 때문에 노동자추천이사제를 도입할 수 없다면 이는 개발도상국에서나 도입해야 하는 제도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유럽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이 제도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는 것을 보면 금융위원장으로서 가질 수 없는 인식을 가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금융위가) 대통령 공약사항을 청와대와 함께 거부하는 것인지, 청와대와 금융위는 그 내용을 국민들께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또 이날 허권 금융노조위원장은 기업은행장과 직접 통화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금융위원장의 전횡을 고발하기도 했다. 그의 말이다. 

"김도진 기업은행장과 통화했습니다. '허 위원장님, 저는 아무 힘이 없습니다. 제가 무슨 힘으로 (노동자가 추천한 이사를) 추천합니까'라고 하더군요.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르면 이사는 은행장이 추천하고,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고 돼있습니다. 그러나 은행장은 (노동자추천이사를 선임하는 것을) 금융위원장에게 물으라 얘기했습니다. 어떻게 법을 지켜야 할 정부가 법을 무시하면서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짓밟는다는 것입니까?"

"대통령 공약, 대통령이 임명한 관료에 의해 파괴돼"

이어 허 위원장은 "대통령은 공약 중 하나인 노동이사제가 대통령이 임명한 관료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아는지 묻고 싶다"며 "공약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대통령 공약보다 한 단계 낮은 노동자추천이사제를 통해 노동이사제를 위한 걸음마를 떼기로 마음 먹었다"며 "이런 작은 요구도 철저하게 거부되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노동자 대표를 기업의 이사로 선임하는 노동이사제보다 다소 완화된 제도인 노동자추천이사제는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람을 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이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는 얘기다. 

허 위원장은 "최종구 위원장은 금융권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다른 산업에 비해 괜찮고 임금이 높아 노동자추천이사제가 필요 없다고 했다"며 "유아적이고 초등학생 같은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명백한 사실도 모른 채 노동이사제가 어떻게 임금인상을 위한 것이라고 억지주장을 하는가"라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노동이사제를 받아들여 경제민주화, 공정경쟁을 위한 시발점을 마련하는 것이 문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태그:#금융노조, #노동자추천이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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