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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헤노코 신기지 매립공사가 강행되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 본섬 북부 나고시에 다녀왔다. '일본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헤노코·오우라만(大浦湾)'이라는 소개가 선뜻 와닿지 않는 풍경이었다. 듀공과 바다거북이 함께 헤엄치고, 1000년 이상을 사는 산호도 서식한다는 푸른 바다 위에는 붉은 흙을 가득 실은 바지선이 떠다녔다. 그 흙은 곧 바다에 쏟아 부어져 바다를 땅으로 만들 터였다. 그 위에는 두 개의 1800m 전투기 활주로와 항공모함이 접안할 수 있는 군항이 생긴다. 헤노코 신기지가 예정대로 완공된다면 동중국해에서 가장 공격적인 미군기지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 한다.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바다를 남기고 싶다"
 
헤노코 앞바다에 떠있는 붉은 흙을 가득 실은 바지선
 헤노코 앞바다에 떠있는 붉은 흙을 가득 실은 바지선
ⓒ 이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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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2월 미∙일정부는 후텐마 미군 비행장을 대체할 곳으로 오키나와 본섬 북부 나고시의 헤노코를 선정했다. 헤노코 신기지는 헤노코사키 지역의 캠프 슈워브와 헤노코 앞바다 매립지 위에 건설된다. 전체 크기는 도쿄 디즈니 리조트의 두 배 이상인 205헥타르(ha)이며, 부지 대부분이 매립지이다. 그러나 지난 2월 24일 헤노코 앞바다 매립에 대한 찬반을 묻는 오키나와 현민 투표에서도 밝혀졌듯 주민들의 반대의사는 명확하다. 그들은 오키나와 내 미군기지 자체를 원하지 않을뿐더러, 어린이들에게 군사기지가 아닌 아름다운 바다를 남기고 싶다 말한다.
 
캠프 슈워브 게이트 앞에서 미군기지 공사 현장으로 향하는 트럭을 향해 ‘어린이들의 미래에 기지는 필요없다’ 라는 푯말을 들고 있는 시민
 캠프 슈워브 게이트 앞에서 미군기지 공사 현장으로 향하는 트럭을 향해 ‘어린이들의 미래에 기지는 필요없다’ 라는 푯말을 들고 있는 시민
ⓒ 이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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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노코 앞바다와 이어지는 오우라만은 오우라강, 맹그로브 숲이 바다와 함께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생태계의 보고이다. 이 곳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262종을 포함한 5300종 이상의 생물이 살고 있다. 구실잣밤나무(Castanopsis sieboldii) 숲으로 둘러싸인 오우라강 상류에서 흐르는 담수는 숲으로부터의 영양분을 가득 품고 오우라만 바다로 흐른다.  
 
매립공사가 시작되기 전 헤노코·오우라만 전경
 매립공사가 시작되기 전 헤노코·오우라만 전경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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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는 듀공이 산다. 세계 멸종위기종인 듀공은 철저하게 초식만을 하는 유일한 해양 포유류로, '거머리말(Zostera marina)'이라는 해초를 주식으로 한다. 체중이 250~400kg 정도 되는 듀공은 매일 자기 몸무게의 10~16% 정도 양의 해초를 먹는데, 이 해초들이 자라기 위해서는 파괴되지 않은 깨끗한 바다가 필요하다. 매립과 개발로 해초군락이 이미 많이 줄었다. 헤노코 신기지 건설 해역은 듀공이 해초를 먹은 흔적이 많이 발견된 곳을 포함하며, 바다거북이 알을 낳는 장소이기도 하다. 2007년 기준 오키나와에서 발견된 듀공의 개체는 3마리뿐이다.  
 
듀공
 듀공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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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라만은 오키나와 바다에서 생명의 원천이라 불리는 산호의 대규모 분포지이다. 해저에는 포라이트 산호 (Porites) 군락, 청산호(Heliopora Coerulea) 군락, 돌산호의 일종인 포라이티스 실린드리카 산호(Porites cylindrica) 군락도 형성되어 있다. 뿔산호과에 속하는 류큐 이소바나(Wrightella tongaensis)도 서식한다. 사람들에게 니모란 애칭으로 사랑받는 토마토 크라운피쉬(Amphiprion frenatus)도 여러 종 발견되었다.       

그러나 기지건설 공사로 인해 산호는 끊임없는 고초를 겪고 있다. 일본 방위성이 공사에 필요한 대형 콘크리트 블록을 허가 구역 외부 해역에 투입, 투입 과정에서 산호초를 손상시킨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공사현장 주변을 둘러싼 오일펜스와 플로트가 태풍에 떠밀려가자 그것을 고정시킨다며 45톤 콘크리트 블록 몇 백 개를 살아있는 산호 위에 투하한 것이다.

이번 오키나와 방문 기간에 헤노코 신기지 반대투쟁의 오우라만 해상활동을 지켜보기 위해 배에 오른 적이 있다. 헬기기지 반대협회 다이빙팀 레인보우의 대표 마키시 오사무(牧志治)씨도 함께였다. 그날 그는 바다에 들어가 오일펜스를 고정시키는 금속와이어로 인해 산호가 90x60cm 이상의 크기로 훼손된 것을 확인했다. 마키시씨는 환경을 지켜야 할 오일펜스가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며 방위국의 공사 수법을 비판했다.  
 
헬기기지 반대협회 다이빙팀 레인보우의 대표 마키시 씨
 헬기기지 반대협회 다이빙팀 레인보우의 대표 마키시 씨
ⓒ 이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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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투입되고 있는 매립토도 문제다. 본래 사업 계획에 따르면 매립용 토사는 석재를 채굴할 때 생긴 돌찌꺼기로 정해져 있는데, 실제로 바다에 투입되는 것은 대부분이 적토(Kunigami maji)이다. 류큐 시멘트의 아와항 입구에서 시위를 하던 시민들이 이를 목격하였다. 적토는 오키나와 북쪽지역의 특수 토양으로, 입자가 작아 바다로 유출되면 해저에 퇴적됐다가도 조석(潮汐) 및 악천후 파도에 의해 재부유한다. 그럼 바닷물이 혼탁해지고, 산호를 비롯한 바다생물뿐 아니라 어업과 관광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오키나와 현은 옛 선인들이 물려준 아름다운 산호초 해역과 깨끗한 하천을 인류의 소중한 유산으로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 위해 1994년 '토양유출방지조례'를 제정하였다. 이에 오키나와 현은 해당 자치법규 위반을 확인하기 위해 공사 현장을 조사하려 했으나 방위국은 출입검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망가지는 건 바다만이 아니다
 
공사현장에 적토가 포함된 매립토를 내리는 덤프트럭
 공사현장에 적토가 포함된 매립토를 내리는 덤프트럭
ⓒ Stand With Okin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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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만이 문제가 아니다. 산도 부숴진다.

지난 2월 27일 수요일, 매립용 토사 반출 저지 행동을 하는 류슈시멘트의 아와항에 가는 길에 속살이 훤히 드러난 산을 보았다. 우리 일행을 안내해 주시던 오오무라(大村一浩)씨는 그 산이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나이가 아주 많다고 했다. 전쟁 이후부터 지금까지 공사 자재나 시멘트 원료를 그 곳에서 채굴해오고 있기 때문에 산의 모습이 많이 변한 것은 오롯이 헤노코 공사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지금 헤노코 바다를 매립하고 있는 토사는 100% 그 산으로부터 나온다. 매립 구역을 둘러싸는 호안을 구축할 때 기초공사 재료가 되는 바위도 어느 정도는 그 산에서 나온다.  
 
류큐시멘트의 아와항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부서진 산
 류큐시멘트의 아와항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부서진 산
ⓒ 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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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리우회의에서 당시 12살이었던 세번 스즈키(Severn Cullis-Suzuki)는 연설 중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저는 어린 아이일 뿐이지만 전쟁에 쓰이는 모든 돈이 환경 문제, 빈곤 종식,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해 쓰였다면 이 지구가 얼마나 멋진 곳이 되었을지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심지어 유치원 때부터 어른들은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가르칩니다. 당신들은 말했죠. 다른 사람들과 싸우지 말라고. 해결책을 찾아보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라고. 어지른 물건을 치우고, 다른 생명체를 괴롭히지 말라고. 가진 것을 나누고 욕심부리지 말라고도 했죠. 그런데 왜 어른들은 세상에 나가면 우리에게 하지 말라고 했던 일들을 하는 거죠?"
 

이 연설이 있고 20년 후 세번 스즈키는 국제환경운동가로 리우+20회의에 참석하여 한 언론과 인터뷰를 하였다. 그는 "전세계 지도자들은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더욱 힘쓰면서 인간애는 더욱 소홀히 하고 있다"며, "우리 다음 세대들은 생태계 변화로 인해 사회 불안정, 망명 그리고 온갖 문제들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갈 것"이라 경고했다. 우리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진실이다.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大村一浩씨 인터뷰
Stand with Okinawa http://standwithokinawa.net
녹색연합 http://www.greenkorea.org/?p=60840
KIMCHI News https://youtu.be/4ws3ANlJP5E
Wikipedia https://ja.wikipedia.org/wiki/%E5%A4%A7%E6%B5%A6%E6%B9%BE
『일본의 토양 유출방지 관련 법규 자료집』, 한강물환경연구소, 2016년.
조홍섭 「‘듀공 해안'의 3천일 농성, "미군기지는 미국으로 가라"」, 한겨레 스페셜 물바람숲, 2012년 월 18일; http://ecotopia.hani.co.kr/64569
토미야마 마사히로 「오키나와를 '악마의 섬'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오마이뉴스, 2015년 7월 23일; http://omn.kr/enb6
서재철 「오키나와 산호 서식지를 삼킨 미-일 군사동맹의 상징」, 한겨레, 2017년 4월 21일;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siapacific/79177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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