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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비유해, 사과를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잠시 중지시키자,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발언대에 선 나 원내대표의 표정이 보인다.
▲ 의장석으로 뛰쳐나간 정용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비유해, 사과를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잠시 중지시키자,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발언대에 선 나 원내대표의 표정이 보인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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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한국당) 원내대표의 원내교섭단체 연설이 있었습니다. 이날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비유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이 발언으로 국회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사과를 요구했고, 한국당 의원들은 삿대질을 하면서 서로 언성을 높였습니다.

2019년 들어 국회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을 했기 때문입니다. 71일 만에 3월 국회가 열렸지만,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또다시 극단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김정은 수석대변인'은 블룸버그 통신이 첫 보도했다고 밝혔다. 기사 작성자는 한국인 이유경 기자였다.
 조선일보는 "김정은 수석대변인"은 블룸버그 통신이 첫 보도했다고 밝혔다. 기사 작성자는 한국인 이유경 기자였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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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이 나오면서 국회가 시끄러워지자, <조선일보>는 <'文(문)은 김정은 수석대변인'은 블룸버그통신이 첫 보도>라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와 여당이 '국가원수 모독'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이 발언은 외신이 먼저 보도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짚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 South Korea's Moon Becomes Kim Jong Un's Top Spokesman at UN > 기사는 <조선일보>가 지난해 9월 28일 <외신 "文(문) 대통령, 김정은 수석 대변인 됐다">라는 사설에서도 인용됐습니다.

<조선일보>는 '외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굉장히 신뢰도가 높은 것처럼 인용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기사를 보면 작성자가 '이유경'이라고 돼 있습니다. 이름만 보면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보입니다.

외신이라 하면 '외국의 시각'? 아닐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의 ‘문재인은 북한수석대변인’ 보도 기사는 이 기자가 9월 5일 첫 번째로 쓴 기사 20일 만에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의 ‘문재인은 북한수석대변인’ 보도 기사는 이 기자가 9월 5일 첫 번째로 쓴 기사 20일 만에 나왔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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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사람들은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으니 외국인 기자가 기사를 작성했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사를 작성한 사람은 통신사 기자를 거친 한국인 기자입니다. 한국인이라도 해외 언론사에서 근무하니 외신 소속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외국인의 시각, 다른 나라가 판단하는 '외신'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가 작성했던 기사는 2018년 9월 26일 보도됐습니다. 기사를 찾아보니 이유경 기자가 <블룸버그 통신>에서 쓴 첫 번째 기사는 2018년 8월 5일이었습니다. 그는 국내외 통신사에서 IT와 비즈니스를 전문적으로 취재했던 기자입니다. <미디어오늘>은 이유경 기자에게 '수석대변인' 표현을 쓴 근거를 물었지만 이 기자는 "질문에 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외신을 자꾸 인용하는 <조선일보>의 속내는?
 
3월 6일 조선일보는 외신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갈라섰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기사는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가 작성했다.
 3월 6일 조선일보는 외신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갈라섰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기사는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가 작성했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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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이유경 기자의 다른 기사도 인용한 적이 있습니다. 조의준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은 지난 6일 <"文(문)·트럼프 갈라섰다" 해외서 나온 불화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외신'이 불화설을 쏟아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인용한 외신 기사를 보면 또다시 <블룸버그 통신>이 등장합니다. 지난 4일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Moon Lauds North Korea's Nuclear Offer, Splitting With Trump' 기사인데 작성자는 이유경 기자입니다.

이유경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자세히 보면, 하노이 회담 이후 문재인 정부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입장이 서로 다른 부분 등을 서술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한국과 미국이 충돌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조선일보>는 일반적인 '불화설'과는 온도 차이가 나는 외신 보도를 인용하면서 자꾸 해외에서도 대북 관계에 문제가 있고, 한미동맹이 위태롭다는 식의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조선일보>는 외신의 입을 빌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걸 강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외신이라고 무조건 믿는 시대는 지났다
 
2019년 2월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인터뷰 기사
 2019년 2월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인터뷰 기사
ⓒ 블룸버그 통신 홈페이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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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기자가 올해 2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했던 인터뷰 기사가 <블룸버그 통신>에 실렸습니다. 기사에는 '북한 비핵화를 의심하고 한미동맹이 위태롭다'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주장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한국당이 국회 핵심 의제로 '법인세 감면'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경제 전문지인 <블룸버그 통신>에 맞춘 인터뷰 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한국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외신을 통해 사실에 접근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어느 면에서는 외신이 더 객관적이고 날카로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외신이라고 해서 맹신해서는 안 됩니다.

외신이라고 해도 기자가 어떤 전문 분야에서 활동했었는지, 그동안 어떤 식으로 기사를 작성했는지 확인하고,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입맛에 맞는 외신만을 골라 인용하는 <조선일보>의 보도 행태는 되레 외신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독립미디어 ‘아이엠피터TV’(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나경원, #이유경, #조선일보, #블룸버그 통신, #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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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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