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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나오며 파이팅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나오며 파이팅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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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 좋았을까. 나경원 자유한국당(한국당) 원내대표는 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며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두 손을 치켜드는 그의 만면에는 제1야당 원내대표의 위상과 역할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자부심과 흡족함이 물씬 묻어났다. 조금 전 벌어진 일과 앞으로 일어날 일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그러나 이날 연설의 파장은 쉽사리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정치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집중포화를 맞은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발끈했고,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도 나 원내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를 윤리위에 회부하겠다며 강경대응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에 비유하고 여야 4당의 선거제도 패스트랙 추진을 '입법 쿠데타'라 표현하는 등 여야의 심기를 거스르는 날선 공세로 화제가 됐다.

문재인 정부 성토로 가득했던 나경원 연설

실제 이날 국회 본회의장은 나 원내대표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심하게 요동쳤다. 그는 먼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헌정 농단' 경제 정책으로 위헌"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가 자명한 데도 정부가 경제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 없이 '세금 퍼주기'로 경제 실정을 가리는 데 급급하다"며 "지난 20세기 실패한 사회주의 정책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부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위헌", "헌정농단", "사회주의 정책"으로 몰아붙이자 민주당 의원들이 크게 술렁였다. 그러나 물러설 나 원내대표가 아니었다. "먹튀 정권", "막장 정권"등의 표현을 섞어가며 공세적 연설을 이어가자 급기야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와 고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날의 클라이막스는 나 원내대표가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이 이제는 부끄럽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성토하는 대목이었다. 말이 끝나자 마자 본회의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즉각 발언 취소와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고, 일부 의원들은 항의 표시로 본회의장 밖으로 퇴장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다가가 거세게 항의하자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가 홍 원내대표의 앞을 막아선 것. 이에 이철희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권한대행이 강하게 반발하며 큰 소동이 일어났다. 여야 사이의 고성과 삿대질은 그 후로도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연설이 재개됐지만 나 원내대표는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는 "미세먼지, 탈원전, 4대강 보 철거를 보면 문재인 정부가 좌파 포로정권이라는 명백한 증거"라며 민생 정책을 몰아붙였고, "강성노조에 질질 끌려다니며 노동개혁은 시작도 못 했고, 촛불청구서에 휘둘리는 심부름센터로 전락했다"고 힐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언급한 친일청산과 관련해선 "중국 동북공정이나 일본 독도 왜곡 만큼 우려스럽고 위험한 것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역사공정"이라고 각을 세웠고,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여야 4당이 논의 중인 패스트트랙을 "사상 초유의 입법 쿠데타"라고 맹비난을 쏟아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성토장이나 다름없던 나 원내대표의 연설에 정치권 안팎으로 갑론을박이 뜨겁게 일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였던 나 원내대표와 한국당 그리고 지지층을 제외하면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반응만 보더라도 확연히 드러난다.

집권당인 민주당과 범진보세력인 평화당·정의당은 물론이고 심지어 보수야당인 바른미래당까지 나 원내대표의 연설에 혹평을 내놨다. 각 당이 내놓은 논평의 일부를 옮겨본다.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으로 풀이한 것은 품위도 없는 싸구려 비판이다. 민생현안은 쌓여있고, 갈 길 바쁜 3월 국회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보이콧 근성', '망언 근성'은 버려주길 바란다"(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

"다른 정당의 대표연설에서 나 원내대표를 '일본 자민당 수석대변인' 운운 하면 제대로 진행이 되겠나. 일부러 싸움을 일으키는 구태 중의 구태 정치행태였다"(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

"있어서는 안 될 막말이 제1야당 원내대표 입에서 나오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경제와 정치 등 전반적인 연설 내용도 논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


"싸구려", "구태 중의 구태 정치", "논평할 가치가 없다" 등 야3당이 내놓은 싸늘한 평가는 나 원내대표의 연설이 내용과 형식면에서 얼마나 문제가 많았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라 할 만하다.

나경원 발언,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의장석으로 뛰쳐나간 정용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비유해, 사과를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잠시 중지시키자,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발언대에 선 나 원내대표의 표정이 보인다.
▲ 의장석으로 뛰쳐나간 정용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비유해, 사과를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잠시 중지시키자,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발언대에 선 나 원내대표의 표정이 보인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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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이날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논란이 된 표현 뿐만이 아니라 내용적인 부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데 연설의 대부분을 쏟아부었지만 정작 제1야당으로서의 정책적 대안이나 비전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누구보다 앞장서 반대해온 한국당이 뜬금없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북특사를 파견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나, 미세먼지 문제와 일자리 문제 등은 사과하면서도 5·18 망언에는 철저히 침묵한 것, 여야 합의를 깨고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한 것 등은 몰염치하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물론 나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의 존재감도 피력해야 했을 것이고, 최근 지지율 상승세가 뚜렸한 한국당의 선명성을 더욱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적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때로 지나치면 아니한만 못하다. 막말을 한 것인지 연설을 한 것인지 모를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바로 그런 경우다.

나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 비유하자 세간에서는 '나베' 등의 표현이 덩덜아 화제가 되고 있다. '나베'는 나 원내대표의 성과 일본 아베 총리의 이름을 합성한 단어다. 나 원내대표에게는, 그의 표현대로라면 '낯뜨거운' 수식어다.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도 같은 비유로 나 원내대표의 부적절한 행태를 비판했다. 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씀'에 출연해 "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했을 때 그러면 나 원내대표는 일본 아베 수석대변인이냐 하면 한국당이 뭐라고 하겠나"라며 "'나경원은 원래 그러나베' 이런 말도 하더라"라고 강하게 꼬집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방송에 함께 출연했던 민병두 의원 역시  "나베 스타일이라고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 아베지향적이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그렇잖아도 안보·외교, 역사문제 등과 관련해 일본 아베 내각과 정치적 색채가 비슷하다고 비판받던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다. 정부 비판에 앞서 자신들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겸허히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나 원내대표는 이날 "'색깔론'은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 친일잔재"라고 한 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여전히 7~80년대 세계관에 갇혀 운동권식 정치, 국민 갈라치기 정치로 좌파 이념독재의 쇠말뚝을 박겠다는 심산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문제 삼았다. "국민의 입을 막고 머릿속까지 통제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자신들만이 오직 선이요 정의며, 모든 반대세력을 악과 불의로 규정하는 이분법과 선민의식에 찌든 정권"이라고도 했다.

어불성설이다. 국민의 입을 막고, 국민의 생각을 통제하려고 했던 정권은 다름 아닌 이명박·박근혜 정부였기 때문이다.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미디어법을 날치기시켜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시킨 장본인이 누구인가. 시대착오적인 국정교과서를, 테러방지법을 밀여붙였던 당사자가 누구였나. 

이승만·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졌던  민주주의와 인권의 암흑기는 또 어떻게 설명할 텐가. 그 시절 수많은 사람들이 정권의 억울한 희생양이 됐다. 정권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 무자비하게 고문당해도 어디에 하소연조차 할 수 없었다. 야당으로서의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 해도 독재정권의 후신인 한국당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니다.

나 원내대표의 이날 연설은 한국당의 수준과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준다. 문재인 정부 출점 이후 한국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여전히 60~70년대 낡은 세계관에 갇혀 분열의 정치, 국민 갈라치기 정치를 하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당은 "자신들만이 선이요 정의며, 모든 정부정책을 악과 불의로 규정하는 이분법에 찌든" 행태로는 결코 다수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국민은 밑도 끝도 없이 반대만 부르짖는 '보이콧' 정당이 아니라 건설적인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는, 품격있는 합리적 우파정당을 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와 국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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