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새 그라운드를 선물받은 대구 FC의 발걸음이 그저 놀랍다. 이 놀라운 현상을 개업 직후 홍보 효과가 먹혀드는 바람에 손님들이 새 식당으로 몰려오는 것처럼 단순하게 바라볼 수는 없다.

축구 본연의 박진감과 몰입도가 최고조다. 새 홈 그라운드에 딱 어울릴 정도로 강팀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해석이 어울릴 듯하다. 특히 이번 게임 상대 팀은 아시아권에서도 톱 클래스에 해당하기에 완승 기록만으로도 축구 뉴스 속보감이다.

안드레 감독이 이끌고 있는 대구 FC(한국)가 12일 오후 7시 30분 대구에 있는 포레스트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조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의 홈 게임에서 브라질 듀오 에드가, 세징야의 맹활약에 힘입어 3-1로 완승을 거두고 많은 아시아 축구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12일 오후 7시 30분(한국 시간) 대구 포레스트 아레나에서 열린 ACL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예선 2차전 대구 FC와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경기. 대구 FC 안드레 감독의 모습.

12일 오후 7시 30분(한국 시간) 대구 포레스트 아레나에서 열린 ACL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예선 2차전 대구 FC와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경기. 대구 FC 안드레 감독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대구 FC, 광저우의 빗장을 활짝 열다

지난해 FA(축구협회)컵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며 누구보다 멋지게 옛 구장(대구 스타디움)과 작별한 대구 FC는 2019 시즌을 맞이하면서 빅 클럽들 부럽지 않을 정도로 실속있고 아름다운 새 홈 구장 포레스트 아레나로 둥지를 옮겼다. 

대구 FC는 지난 9일(토) 오후 2시 K리그 원 2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 게임으로 새 그라운드 개장 기념 경기를 펼치며 기분 좋은 2-0 승리를 거뒀다. 공식 유료 관중 숫자도 1만2172명이 찍혀서 '만원', '매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개업식 잔치를 펼친 셈이다.

그리고 사흘 뒤 바로 그곳에서 챔피언스리그 첫 홈 게임이 이어졌다. 대구 축구팬들은 화요일 저녁 시간이었고 봄비가 쌀쌀하게 내렸지만 역시 만원에 가까운 1만1064명이라는 놀라운 숫자를 찍어냈다.

상대 팀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이 대회 두 번 우승(2013년, 2015년)에 빛나는 강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대구 FC의 승리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았다. 챔피언스리그에 첫 도전하는 입장이기에 지지만 않는다면 본전 뽑는 장사라 생각했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니 홈팬들은 직접 보고도 믿기 힘든 경기력에 감탄하고 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12일 오후 7시 30분(한국 시간) 대구 포레스트 아레나에서 열린 ACL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예선 2차전 대구 FC와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경기. 대구 FC 선수들이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12일 오후 7시 30분(한국 시간) 대구 포레스트 아레나에서 열린 ACL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예선 2차전 대구 FC와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경기. 대구 FC 선수들이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대회 세 번째 우승을 노리며 야심차게 대구를 찾아온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이 게임 전까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포함 세 게임을 치르며 단 한 골도 내주지 않고 3전 전승을 기록했기에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의 미드필더 파울리뉴를 중심에 두고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대구 FC의 조직적 대응은 놀라웠다. 경기 시작 후 24분만에 대구의 첫 골이 멋지게 들어갔다. 왼쪽 측면에서 김대원이 오른발로 감아올린 공을 향해 골잡이 에드가의 점프 발리슛이 광저우 에버그란데 골문 안으로 기막히게 빨려들어간 것이다. 광저우의 시즌 첫 실점이 바로 이것이었기에 더 통쾌한 순간이었다.

대구 FC의 막강한 '쓰리 톱'과 탄탄한 '쓰리 백'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를 치르며 K리그가 자랑하는 여러 팀들이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만났었지만 압도적인 실력으로 이긴 기억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게임의 흐름은 더 놀라웠다.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이 대회 새내기 팀 대구 FC의 추가골이 나왔다. 대구 FC가 자랑하는 쓰리 톱의 역습 조직력이 반짝반짝 빛나는 골이었다. 43분, 왼쪽 측면 김대원의 빠른 드리블부터 시작하여 타이밍 적절한 횡 패스가 세징야에게 배달되었다. 그리고 이 공은 곧바로 공간 침투하는 에드가에게 이어졌다.

경남 FC를 떠나 새 옷을 갈아입은 센터백 박지수가 중심에 선 광저우 에버그란데 수비수들의 오프 사이드 함정을 또 한 번 보기 좋게 허물어버린 순간이었다. 에드가의 오른발 슛 마무리는 완벽하게 왼쪽 구석으로 굴러들어갔다. 예상하지 못했던 2-0 점수판이 전반전에 찍힌 것이다.
 
 12일 오후 7시 30분(한국 시간) 대구 포레스트 아레나에서 열린 ACL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예선 2차전 대구 FC와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경기. 대구 FC의 선수 세징야의 모습.

12일 오후 7시 30분(한국 시간) 대구 포레스트 아레나에서 열린 ACL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예선 2차전 대구 FC와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경기. 대구 FC의 선수 세징야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오른쪽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웨이 쉬하오와 중앙 미드필더 황보웬 두 선수를 한꺼번에 들여보내며 대구 FC를 흔들어놓고자 주문을 넣었다.

이 교체 효과는 53분 만회골로 나타났다. 오른쪽 측면에서 교체 선수 웨이 쉬하오가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로 골잡이 탈리스카의 오른발 끝을 빛낸 것이다. 대구 FC 골키퍼 조현우도 손을 쓸 수 없는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만회골이었다. 

하지만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반격은 딱 거기까지였다. 이 게임 통틀어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슛 기록은 5개가 전부였다. 그 중 조현우가 지키고 있는 대구 FC 골문 안쪽으로 날아든 것은 겨우 2개였으니 '김우석-홍정운-박병현'으로 이루어진 대구 FC 쓰리 백의 수비 조직력이 얼마나 탄탄한가를 알 수 있었다. 실점 순간 말고는 조현우가 몸을 날려야 할 만한 상황 자체를 내주지 않은 것이다. 

반면에 대구 FC 슛 기록은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4배에 가까운 19개였다. 그 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8개가 유효 슛이었으니 공 점유율을 제외하고 대구 FC의 공격 효율성이 훨씬 높았다고 봐야 한다. 

이를 증명하듯 81분에 김대원의 오른발 끝에서 또 하나의 멋진 골이 나왔다. 츠바사의 전진 패스를 받은 김대원은 광저우 에버그란데 센터백 브라우닝을 앞에 두고 방향 전환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오른발 슛을 성공시켰다.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이 수비수 브라우닝의 다리에 맞고 살짝 방향이 바뀌기는 했지만 대구 FC의 3-1 완승을 확인시켜주는 멋진 골 장면 바로 그것이었다. 
 
 12일 오후 7시 30분(한국 시간) 대구 포레스트 아레나에서 열린 ACL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예선 2차전 대구 FC와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경기. 대구 FC의 김대원 선수가 득점 후 팀 동료들과 자축하고 있다.

12일 오후 7시 30분(한국 시간) 대구 포레스트 아레나에서 열린 ACL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예선 2차전 대구 FC와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경기. 대구 FC의 김대원 선수가 득점 후 팀 동료들과 자축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처음 밟은 대구 FC를 혼내주러 야심차게 들어온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한 방을 제대로 크게 얻어맞고 쓰러져버린 셈이었다. 누구나 꿈꾸던 바로 그 무대에서 2경기 연속 3-1 승리 기록을 남겼으니 현재 1위(2승 6득점 2실점) 순위표가 낯설게 보일 수밖에 없다. 

시즌 초반 이처럼 기분 좋은 흐름을 만들어낸 대구 FC는 오는 17일(일) 오후 2시 나란히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치르고 있는 울산 현대와의 K리그 3라운드 홈 게임을 바로 이곳 포레스트 아레나에서 펼치게 된다.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챔피언스리그 어웨이 게임은 5월 22일 티엔허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조별리그 마지막 일정으로 잡혀있다.

2019 AFC 챔피언스리그 F조 결과(12일 오후 7시 30, 포레스트 아레나-대구)

★ 대구 FC 3-1 광저우 에버그란데 [득점 : 에드가(24분, 도움-김대원), 에드가(43분, 도움-세징야), 김대원(86분, 도움-츠바사) / 안데르손 탈리스카(53분, 도움-웨이 쉬하오)]

◎ 대구 FC 선수들
FW : 김대원(89분↔한희훈), 에드가(83분↔김진혁)
MF : 황순민(71분↔장성원), 츠바사, 세징야, 정승원, 김준엽
DF : 김우석, 홍정운, 박병현
GK : 조현우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대구 FC 39.7%, 광저우 에버그란데 60.3%
유효 슛 : 대구 FC 8개, 광저우 에버그란데 2개
슛 : 대구 FC 19개(박스 안 12개), 광저우 에버그란데 5개(박스 안 2개)
슛 적중률 : 대구 FC 42.1%, 광저우 에버그란데 40%
패스 : 대구 FC 343개, 광저우 에버그란데 527개
롱 패스 : 대구 FC 66개, 광저우 에버그란데 41개
패스 성공률 : 대구 FC 73.2%, 광저우 에버그란데 82.2%
공격 지역 패스 성공률 : 대구 FC 66.8%, 광저우 에버그란데 75.9%
크로스 : 대구 FC 17개, 광저우 에버그란데 16개
크로스 적중률 : 대구 FC 35.3%, 광저우 에버그란데 18.8%
가로채기 : 대구 FC 9개, 광저우 에버그란데 6개
오프 사이드 : 대구 FC 2개, 광저우 에버그란데 1개
코너킥 : 대구 FC 8개, 광저우 에버그란데 2개
태클 : 대구 FC 12개, 광저우 에버그란데 21개
태클 성공률 : 대구 FC 66.7%, 광저우 에버그란데 57.1%
파울 : 대구 FC 7개, 광저우 에버그란데 13개
경고 : 대구 FC 0장, 광저우 에버그란데 3장(웨이 쉬하오, 황보웬, 탈리스카)

◇ F조 현재 순위표
1 대구 FC(한국) 6점 2승 6득점 2실점 +4
2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3점 1승 1패 3득점 3실점 0
3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 3점 1승 1패 2득점 3실점 -1
4 멜버른 빅토리(호주) 0점 2패 2득점 5실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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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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