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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고속버스 터미널 입구에 걸린 두 장의 현수막.
 공주고속버스 터미널 입구에 걸린 두 장의 현수막.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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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장의 사진이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위쪽에 걸린 한 장의 현수막이 아래쪽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공주시가 시민단체가 내건 현수막(위쪽)은 제거하고, 정치인이 내건 현수막(아래쪽)은 그냥 두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2일 환경부는 금강·영산강 자연성 회복의 첫걸음으로 보 처리 방안을 발표했다. 그 후 공주보 철거반대 투쟁위원회가 꾸려지고 '공주보 철거 결사반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공주보와 시내에 수백 장이 넘게 걸렸다. 현행법상 공주시에서 지정한 거치대 외에 허가받지 않은 가로수와 도로변 등에 현수막을 거는 행위는 불법이다. 그러나 도로변과 가로수 등에 현수막을 내건 이들은 정당, 정치인, 관변단체, 농민단체 등이다.

보 해체 '괴담' 떠도는 공주시
 
공주보 공도교 유지, 수문 부분 해체를 골자로 한 정부의 공주보 해체  발표 이후 공주 도심에는 수백 장이 넘는 반대 현수막이 걸렸다.
 공주보 공도교 유지, 수문 부분 해체를 골자로 한 정부의 공주보 해체 발표 이후 공주 도심에는 수백 장이 넘는 반대 현수막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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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부터 지하수가 고갈되었다', '농업용수가 부족하다', '공주보가 철거되면 20분 돌아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UN이 지정한 물 부족국가다', '유네스코 공산성 앞에 물이 없어서 관광객이 줄어든다' 등등의 확인되지 않은 말이 공주시에 퍼지고 있다. 도심에 걸린 현수막 문구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대다수다(관련기사: "공주보 철거 관련 '가짜뉴스'가 너무 많다" http://omn.kr/1hsp7).

정부 발표 이후 지금까지 공주보 철거반대 투쟁위원회의 주장을 현장을 돌면서 확인한 결과 용수 공급에는 문제가 없었다. 공주시 우성면 상서뜰에 지하수와 농업용수가 부족한데 그 이유는 농번기가 아니어서 용수를 공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용수 공급에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또 공주보 공도교 철거도 정부가 공도교를 유지하기로 한 만큼 가짜뉴스다. 이밖에도 물 부족국가는 이명박 정권이 만든 말로 사실이 아니다. 관광객이 줄어든다는 것도 의혹에 불과했다. 
 
공주보 주변은 공주보 철거를 반대하는 단체에서 내건 현수막으로 도배된 상태다.
 공주보 주변은 공주보 철거를 반대하는 단체에서 내건 현수막으로 도배된 상태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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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담당자는 현수막 철거 시 찬·반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공주보'와 관련된 현수막은 지금까지 단 한 장도 떼어내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공주시의회에서 시내에 걸었던 현수막은 시의회가 공주시에 요청해 철거된 상태다.

공주시의회 담당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시의회 홈페이지에 시의회에서 내건 현수막을 놓고 많은 글이 올라왔고, 민원이 발생한 만큼 의장에게 보고 후 시청에 의회에서 내건 현수막을 제거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모두 철거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공주시는 시민단체가 내건 현수막을 날짜가 지난서 철거했다고 했다. 그러나 공주 시내에는 지난 8일 토론회가 끝난 현수막이 여전히 걸려있다.
 공주시는 시민단체가 내건 현수막을 날짜가 지난서 철거했다고 했다. 그러나 공주 시내에는 지난 8일 토론회가 끝난 현수막이 여전히 걸려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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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철거반대 투쟁위원회는 지난 8일 박석순 교수 초청 강연회를 알리려고 또다시 많은 현수막을 도심에 내걸었다. 당시 걸었던 현수막은 오늘(12일)까지 공주시 거치대가 아닌 불법인 도심의 도로와 가로수에 걸려있다.  

자유한국당과 정진석 의원은 2월 말경에 공주 시내와 공주고속버스터미널 입구에 공주보 해체 철거 반대 현수막을 걸었다. 그리고 공주시민단체는 '공주보 진실을 함께 나누는 시민토론회' 현수막을 지난 9일경 같은 장소에 걸었다. 공주보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고 확산되는 말을 바로잡자는 의도로 준비한 토론회였다(관련기사: "공주보 철거 관련 '가짜뉴스'가 너무 많다" http://omn.kr/1hsp7).

그런데 지난 11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오후 2시 토론회를 앞두고 오전 10시 30분경 차량에서 내린 사람들이 위쪽에 걸린 시민토론회 현수막을 제거했다고 한다. 더 황당한 일도 발생했다. 현수막을 제거하던 작업자들이 느슨해진 정진석 의원의 현수막 끈을 풀어서 반듯하게 잡아 다시 매어주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A씨에 따르면 "가게 안에서 현수막을 제거하는 모습을 보고 뛰어나가서 '시민단체가 내건 현수막은 떼어내면서 정치인이 내건 현수막은 왜 제거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차량에 있던 사람이 내리면서 자신은 공주시 도시정책과 공무원이라고 밝히고 위에서 지켜보는데 어떻게 (정진석 의원) 떼느냐'라고 황당한 답변을 했다"고 한다.

A씨는 "당시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가게를 비우고 나온 상태라 담당 공무원 이름만 확인하고 돌아가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12일 공주시를 찾아 시민단체의 현수막은 제거하고 정진석 의원의 현수막은 제거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담당과장은 "설마 그렇게 했겠느냐?"라며 당시 현장에 나갔던 담당자가 오후 5시쯤 시청에 돌아오면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담당자 "작업자들이 착각... 국회의원 현수막은 내가 결정 못해"
 
공주시 공무원은 두 장의 현수막이 비슷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위쪽 박석순 초청을 알리는 현수막은 오늘도 도심에 걸려있는 상태다.
 공주시 공무원은 두 장의 현수막이 비슷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위쪽 박석순 초청을 알리는 현수막은 오늘도 도심에 걸려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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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당시 현장에 나갔던 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 터미널에 걸린 현수막을 왜 제거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작업자들과 같이 다니는데 일하시는 분들이 토론 날짜가 지난 것으로 생각하고 잘랐다. 떼어내고 보니 어제 날짜였는데 (작업자) 그분들이 혼동한 것이다. 날짜를 안 보고 7일자를 뗀 것이다. 제가 주최 측에 죄송하다고 말씀을 했다"라며 해명했다.

그렇다면 아래쪽 정진석 의원 현수막은 왜 제거하지 않았냐는 물음에 "그건 저희가 임의로 하면 당에서 저거(항의) 하고 그래서 제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 위에서 지시를 해야지 제가 다 자를 수 없다"고 얼버무렸다.

시민들이 건 현수막은 철거하고 국회의원이 건 현수막은 철거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지 다시 물어봤다. 담당자는 "착오가 있었는데 일부러 그러지는 않았다. 그 한 가지만 착오한 것이다. 제가 나중에 (작업자) 그 분들에게 물었더니 날짜가 지난 것으로 알고 그랬다고 했다. 그래서 '예민한 일을 그렇게 하시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하고 제가 책임자라서 당시 나왔던 (제보자 상인) 분에게 이름을 적어드렸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니까 이해를 해주셨으면 한다"라고 답변했다.

혹시 위에서 정진석 의원 현수막을 손대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는지 재차 물어봤다. 그는 "(공주보) 이슈가 되어 있어서 (찬성·반대) 누구 것은 자르고 그런 것이 아니고 일괄적으로 손대지 않았다. 나중에 한꺼번에 몰아서 철거하려고 손대지 않은 것이다. 정진석 의원 뿐만 아니라 당에서 건 것까지 일괄적으로 다 제거를 안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당시 정진석 의원이 건 현수막 끈이 풀려서 다시 묶었다고 하던데 어찌된 것인지" 물어봤다. 이 담당자는 "작업자들이 현수막이 축 늘어진 모습에 다시 풀어서 똑바로 맨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재차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날짜가 지난 것으로 착오하고 떼어낸 것이다. 모든 현수막을 일괄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지금은 그냥 두고 보는 상태다. (박석순 교수 현수막과 시민단체 토론회) 색깔도 똑같고 크기도 똑같아서 일하시는 분들이 혼돈해서 착각한 것이다"라고 재차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내건 현수막은 도심 곳곳에 붙어있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내건 현수막은 도심 곳곳에 붙어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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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갈등 때문에 모든 현수막을 제거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시민단체가 토론회를 알리는 현수막만 제거했다는 공무원의 말을 그대로 믿기에는 석연치 않다. 또 현수막이 비슷해서 착각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시민단체가 내건 현수막과 박석순 교수 초청 현수막은 누가 봐도 다르기 때문이다. 또 날짜가 지난 현수막을 제거했다는 말과 다르게 12일 현재까지도 공주 시내 곳곳에는 박석순 교수 초청 현수막이 걸려있다.

토론회를 주관했던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비, 도비, 시비의 지원을 받는 관변단체나 정치인의 불법 현수막은 하나도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서 어렵게 내건 현수막만 제거했다. 특히 잘못된 공주보 문제를 바로잡고자 시민들을 초청하는 토론회의 현수막만 제거한 것은 공주시가 편향된 행정을 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태그:#4대강 사업, #공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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