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들불축제를 다녀왔습니다.
1997년부터 시작되어 22회째 맞는 들불축제는 제주의 옛 목축문화 '방애'(액을 막는 행위의 제주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만든 축제입니다.
제주농가는 1980년대 전만 해도 보통 2, 3마리의 소를 기르며 밭을 경작하고, 수확한 농산물을 밭에서 집으로 또는 시장으로 운반하는 노동력으로 삼아 왔습니다.
농한기에는 마을마다 양축농가들이 윤번제로 서로 돌아가며 중산간 초지를 찾아다니며 방목 관리하던 풍습이 있었는데요. 이때 소와 말 등 가축 방목을 위해 중산간 초지의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늦겨울에서 초 봄 사이 목야지 들판에 불을 놓던 것이 '방애'입니다.
'방애'를 하면 중산간 일대는 마치 들불이 난 것처럼 보이는데 그 장관을 축제로 형상화시킨 것이지요.
들불축제는 초창기만 하더라도 장소가 들쑥날쑥 했습니다. 장소는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와 동부지역 구좌읍 덕천리 중산간을 오가며 개최되었지만, 이후 축제장을 고정화해야 한다는 여론에 의해 2000년부터는 새별오름으로 정해졌습니다. 안 그래도 유명한 새별오름의 억새를 태우게 된 것이죠.
그런데 올해는 4일 간의 축제(7일~10일)기간 중 주말에 비가 왔습니다. 들불축제의 클라이맥스인 새별오름 불놓기는 토요일 9일 저녁에 진행되었는데, 점심부터 꽤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덕분에 많은 이들이 이렇게 비가 오는데도 불놓기가 가능한지 물어봤다는.
그러나 그 빗속을 뚫고 올해도 어김없이 새별오름은 불타올랐습니다. 비록 장대비에 오름 전체로 불이 쉬이 번지지는 않았지만, 수 만 명의 관광객이 지켜보는 앞에서 불꽃놀이와 함께 새별오름이 불타는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습니다.
뜨거운 열기에 내리는 비로 인한 추위도 까맣게 잊을 정도였지요.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을 쳐다보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아마도 그것이 프로메테우스를 움직인 원동력이었을 것입니다.
올해 제주들불축제는 아쉽게도 비 때문에 9일에 일찍 막을 내렸지만, 축제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한 애 액운을 태우고 싶으신 분들은 내년 3월 제주 새별오름에 주목하시기를.